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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벤처' 인증에 최종학력 따지는 기술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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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기술 평가하는데
대표 학력은 왜 따지나요?
기술보증기금, 벤처 인증시 학력따라 점수차등
“점수 계량화 필요” vs “사업성 평가 더 중요”
"학력 의미 없다, 없앨 것” 이야기하는 단체도

“창업할 때, 학력이 걸림돌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 지원 신청을 할 때 지원서에 학력란이 꼭 있어요. 학사, 석사, 점수를 매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20대 청년 사업가 A씨


“창업한 뒤 (대학은) 휴학했습니다. 자퇴는 하지 않았어요, 벤처 인증을 받으려면 대표자 대학을 써내야 하는데 ‘고졸 창업자’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20대 청년 사업가 B씨


2016~2017년, 잡스엔이 인터뷰한 청년 사업가 두 사람이 한 말이다. A씨의 최종 학력은 고졸, B씨는 대학 휴학생이다. 사업 분야나 규모가 달라 두 사람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학력’이 중요하다. 많은 청년 사업가들은 이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벤처기업 평가를 위한 기술사업계획서 샘플, 대표자의 최종학력을 적도록 하고 있다.

출처기술보증기금자료 캡처

◇기술보증기금 '학력'으로 벤처 인증시 점수차등


기술보증기금이 벤처 기업을 인증 할 때  대표자 학력·전공에 따라 차등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 대표자의 학력이 높을수록 좋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사업 경력 5년인 ‘박사급 대표’가 있는 기업과 15년 경력을 가진 ‘고졸 대표’가 있는 기업이 비슷한 점수를 받는다”라고 했다. 벤처 인증은 사업 규모나 분야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청년·예비 사업가를 위한 벤처 인증 과정도 따로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대표자의 학력이 영향을 미친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대학 졸업장이 있는 대표의 회사가 고졸 사업가의 회사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실제 ‘벤처기업 평가를 위한 기술사업계획서’에는 대표자(예비 사업자)의 인적사항란에 최종학력을 적도록 하고 있다. 졸업연도·학교명·전공·수학상태(졸업, 수료, 중퇴), 비고(취득학위 등)을 써 내야한다. 이를 토대로 점수를 산출한다.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고 보증해 주는 준정부기관이다. 자금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곳에서 벤처 인증을 받으면 각종 세제 혜택도 이어진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창업일부터 4년 이내에 취득하는 사업용 재산을 면제받는다. 5년 이내 사업용 재산에 대해서는 50%의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마케팅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TV, 라디오 광고시 광고비의 70%도 감면받는다. 정책자금을 지원받거나, 보증 심사를 받을때도 우대한다. 


벤처 인증은 일종의 ‘브랜드’ 성격도 있다. 기술보증기금이 인증한 회사라면 믿을만하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거래처를 늘리거나 소비자에게 홍보하는데도 유리한 면이 있다. 무형의 자산이다. 자금은 부족해도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하는 사업가에게 벤처 인증은 든든한 ‘동아줄’인 셈이다. 하지만 고졸 사업가가 이런 혜택을 받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창업보육센터. 벤처를 창업한 대학생(오른쪽에서 둘째)이 경기지방 중소기업청 관계자들과 제품 개발 관련 상담을 하는 모습(위), 미국의 대표적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스탠퍼드대 d스쿨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아래).

출처성균관대, 스탠퍼드d스쿨 제공

◇ “점수 계량화 필요” vs “사업성 평가가 더 중요”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기술평가보증을 받은 벤처기업은 총 3만 3360개, 이 중 작년 한해 동안 인증받은 기업은 2100여곳이었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벤처 기업 대표는 대부분 대졸 출신"이라며 "사업자의 전공이 해당 사업과 관련 있다면 어느 정도 점수로 인정할 필요있다"라고 했다. 그는 “기보에서 관리하는 기업만 7만~8만개가 넘는다”며 “벤처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은 훨씬 많기 때문에 점수를 내는 근거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다만 대표자 학력이 차지하는 점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벤처 인증을 위해 내는 평가 점수 비중은 양적 평가 90%, 정성평가 10% 수준이다. 양적 평가는 정해진 모델이나 산출 근거에 따라 일괄적으로 점수를 낸다. 대표자의 학력도 점수로 계산해 양적 평가에 넣는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가 사업자를 만나고, 회사 상황을 확인한 뒤 내리는 정성 평가는 10% 수준이다.


“전문성, 기술성만 본다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이 기술이 정말 사업성 있고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 신이 아닌 이상 어려울 겁니다. 제도권에서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평가 모형과 지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학력이나 전공을 따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는 한 20대 고졸 사업가는 “벤처 인증을 못 받았어요, 학력이 걸림돌인 것 같아서 아무 대학이라도 컴퓨터학과에 적을 걸어둬야 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벤처라는 건 아이디어만 좋고 사업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힘이 빠집니다”라고도 했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또 다른 20대 청년은 “벤처 기업의 사업성이나 전문성, 기술성을 봐야 할 기술보증기금이 손쉽게 학력을 점수로 매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벤처 기업을 평가하는 더 많은 모델과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엔젤투자지원센터 지원서(왼쪽), 인천콘텐츠코리아랩의 사업 지원서.

출처엔젤투자지원센터 지원서, 인천콘텐츠코리아랩 지원서 캡처

◇ “학력란 있지만 큰 의미 없다, 없앨 것” 이야기하는 단체도 


이 밖에 청년·예비 사업가에게 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지원서에 ‘학력’을 써 내도록 요구하는 단체는 더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술보증기금처럼 지원 업체를 선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중소기업청이 ‘엔젤투자지원센터’에 위탁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도 투자자와 기업 대표의 학력을 쓰도록 한다.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엔젤투자자와 사업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연결해준다. 이후 사업성을 따로 평가하고 중소기업청에서 자금을 받아 최대 3억원까지 투자한다. 엔젤투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투자자나 기업 대표의 학력을 쓰도록 하는 것은 개인 신상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 평가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청년 사업가를 뽑아 자금을 지원하는 인천콘텐츠코리아랩도 사업 참여 인력을 파악하는데 학력을 요구했다. 2016년도 융합창작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 과제신청서에는 대학교·전공·지도교수·학위 등을 쓰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인천콘텐츠코리아랩 관계자는 “지원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점수 산정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학력 기입란을 없앨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jobsN 이병희, 이다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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