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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육아휴직하고 과장승진‥ 1000명씩 휴직하는 기업은?

자유롭게 육아휴직 쓰고 승진 불이익 없어 출산율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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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2년 육아휴직하는 은행들

승진하고 육아휴직, 다녀와도 승진가능

은행당 1000명 휴직, 조직규모 4배 큰 대기업보다 많아

2006년 입행한 기업은행 카드마케팅부 김은정(36) 과장. 그는 2013년 대리 시절 아이를 가져 육아휴직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시 그는 과장 승진 대상자였다. 과장으로 승진 직후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일반기업에서 육아휴직을 눈앞에 둔 직원이 승진하는 것은 드문 일.


총 3년 휴직했다. 첫 아이를 키우는 2년 휴직 기간에 둘째를 가져 1년 연장했다. 지난해 6월 복직한 그는 2018년 차장 승진 대상자다. 예정대로 차장으로 승진하면 과장 직급을 단 5년 중 3년은 육아휴직으로 채운 셈이 된다. 그는 “회사에서 배려해 승진도 하고 육아휴직도 원하는만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산후조리원 동기 엄마들 중 100일밖에 육아휴직을 못 쓰고 복귀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러나 사실 출산 후 몸이 1년 안에 회복하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3년간 아이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은행은 육아휴직 때문에 눈치 보는 직장이 아니에요.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총 3년간 육아휴직을 한 기업은행 김은정 과장. 기업은행은 육아휴직 기간을 차장 승진 연한인 5년에 포함시켰다. 오른쪽 사진은 김씨의 두 아이.

출처본인 제공

은행당 1000명씩 육아휴직

최근 육아휴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은행 직원들에게 다른 세상 이야기다. 매년 주요 은행당 1000여명의 은행원이 육아휴직을 쓴다.


신한·기업·우리·KB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의 육아휴직자는 14일 현재 4000여명에 육박한다. 은행별 육아휴직자 수는 기업은행 1000여명(전체 직원 1만2500여명), 신한은행 1107명(1만4500명), KB국민은행 960여명(1만7945명), 우리은행 800여명(1만5000여명)이다. 


기업은행은 전체 여성 직원 6811명 가운데 14%가 육아휴직 중이다. 은행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4~5년간 대부분 주요 은행들의 육아휴직자 수가 1000여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은행권 전체 직원 수가 최근 수년째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결혼과 출산이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안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 요즘 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다. 인구 감소로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 늘 출산휴가가 있는 은행원들은 인구감소를 실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은행을 제외하면 전체 직원의 10%가 육아 휴직 중인 회사를 찾아 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국내 직원 8만명을 둔 A그룹사는 주요 대기업 가운데 육아휴직이 활발한 편으로 꼽힌다. 그러나 육아휴직자 수는 50개 넘는 계열사 통틀어 1360명(남성 180명)에 불과하다. 여성 직원 수 대비 육아휴직자는 2.95%다. A그룹사 관계자는 “우리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은행 앞에서 명함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6년 육아휴직하고 돌아와 승진하기도” 

은행에서 육아휴직이 활발한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육아휴직이 기간이 길다. 육아휴직 전후 승진에 불이익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 거주지 인근 영업점이나 원하는 부서로 배치해주는 편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출산에 부담을 갖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

 

은행은 아이 한명당 기본 2년 육아휴직을 쓴다. 아이를 또 가지면 2년 연장할 수 있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법적으로 보장한 육아휴직 1년 정도만 제공한다. 은행들의 평균 육아휴직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100% 통과한다. 2000년대 초부터 주요 은행들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허용한다.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B은행 인사담당 부장은 “2001년 국가에서 육아휴직 급여(매달 통상 임금의 40%)를 지급하면서 여성 고용이 많은 은행이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문화가 퍼졌다”고 말했다.  


대부분 은행의 임금지급 체계는 호봉제다. 매년 1호봉이 오르면 기본급이 자동적으로 1~2%씩 오른다. 이는 육아휴직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호봉승급은 경력에 반영되는 요소다. 몇 년 간 호봉 수를 채우면 승진 대상자가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호봉 승급에 따른 기본급 인상을 경력으로 인정한다. 


휴직 기간 개인 성과가 없더라도 당초 능력을 인정 받은 일부 직원은 복직 전후 승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는 아이 셋을 출산하면서 6년 연속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후 과장으로 승진한 직원도 있다.  


단순히 휴직 기간만 긴 것이 아니다. 복직이 임박한 육아휴직자들에게 집에서 가까운 희망근무지·부서를 1~2달전쯤 미리 물어봐 최대한 반영한다. 기업은행 김 과장은 마케팅전략부에서 일하다 3년 뒤 본인이 희망하는 카드마케팅팀으로 복직했다. 복직자들은 ‘하루 4시간 반일 근무’하고 남은 시간에 아이를 돌보는 단축근무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업은행 직원

출처기업은행

"실제 은행 생산성에는 도움 안 된다"는 의견도

실제 은행의 육아휴직 제도는 ‘직장인의 천국’으로 뽑히는 오스트리아 수준이다. 오스트리아는 법적으로 2년간 육아휴직을 기본으로 쓰고, 추가 1년 무급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육아휴직을 끝나고 복귀할 때 이전 직책도 보장받는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에 ‘한직’으로 발령받거나 ‘희망퇴직 대상자’로 분류해버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육아휴직 기간에 실적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낮은 성과등급을 주기 때문이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을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가 복직하고 1년이 지난 시점의 동일직장 고용 유지율은 56.5%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10명 중 5명 이상이 1년 안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퇴사한다는 것이다. 

국내 직장인의 육아휴직자 수는 2003년 3803명에서 2015년 7만8741명으로 늘었지만 아직 육아휴직을 ‘쉬는 것’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많다. (윤자영 교수)

출처NH농협은행

다만 은행 육아휴직이 워낙 많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D은행의 상품개발부 직원은 “직원들이 자주 육아휴직을 가다 보니 업무 부담이 늘어날 때가 많고, 대체 충원인력에 대한 기초 업무교육 횟수도 많아 부담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 경영진들은 육아휴직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하지만 조직의 생산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은행의 고위 임원은 “18~19살에 입행하는 특성화고 출신 직원들은 최소 10년은 결혼하지 않고 일에 집중한다”며 “그래서 입행하고 얼마 안돼 결혼하고 장기 육아휴직하는 대졸 직원보다 특성화고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은행들은 매년 꾸준히 30여명~70여명의 특성화고 출신을 뽑고 있다. 은행의 육아휴직자 가운데 특성화고 출신 여직원 비중은 4~5%에 그친다. 


A은행 인사팀장은 “2008년부터 특성화고 출신을 본격적으로 뽑았기에 아직 여성 평균 결혼연령(만 30살)에 도달한 직원들이 많지 않다. 내년부터 특성화고 출신 육아휴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 나라의 힘을 장기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구다.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배경엔 인구가 있다. 인도의 미래가 밝다고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출산과 육아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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