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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뚫어뻥→4년 실패 끝 9급 공무원으로 '인생역전'

책을 두 번, 세 번 볼 수 있는 끈기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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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수험생활 끝에 9급 토목직 합격
하수도 공사하다 형의 권유로 공부 시작
노력 인정받는 공무원이 목표

2016년 9급 토목직 공무원의 경쟁률은 157대1였다. 홍준표(30) 주무관은 이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부터 충주 시 신니 면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없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야간 대학교에 다닌 게 전부다. 낮에는 하수도 맨홀 작업을 하고 화장실 변기를 뚫으며 일했고, 시쳇말로 그의 직업은 '화장실 뚫어뻥'이었다. 그런 그는 2012년부터 차근차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4년만에 합격했다. '인생역전' 성공해 화장실 대신 앞 날을 뻥 뚫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준표 주무관

출처홍준표씨 제공

◇ 하수도 공사하다 공시생으로

 

-언제부터 화장실 뚫어뻥으로 일했나요.

군대를 다녀오면서부터요. 충주대학교(야간과정)를 휴학하고 2011년부터 1년 6개월간 하수관 공사 업체에서 일했습니다. 오수를 하수처리장 방류지역까지 운반하기 위한 배수관로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시공 후에는 화장실 변기가 막히면 뚫어주었습니다. 2012년부터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화장실 뚫어뻥으로 일한 계기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하수관 공사하는 업체인지 모르고 들어갔어요. 일반 건설 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일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매일 새벽 6시까지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했어요. 사무실에서 잔 적도 많습니다. 아직도 하수도 맨홀에 들어가 이름을 박는 '명판 작업'이 생각납니다. 추운 겨울에 손이 얼어붙은 느낌은 일상이었습니다. 한 달에 약 200만원 정도 벌었습니다. 일의 강도는 받는 돈 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나요

당연히 그만두고 싶었죠. 그런데 하수도 공사 막바지에 입사를 해서 어쨌든 일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나가면 인력 부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었거든요.

(왼쪽)하수관거 공사 업체에서 일하던 당시의 홍준표씨, (오른쪽)하수도 공사 모습

출처홍준표씨 제공·플리커

'이른바 '3D'직업이다 보니 주위에서 무시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더러운 일 하는 사람이네’ 같은 소리는 일상적으로 들었다. 그 때 친형이 공무원 시험을 권유했다.

 

형이 어떻게 말하던가요?

2012년 형이 잠시 회사에 들러 제가 일하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형이 전화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너 정말 그런 일 하고 싶냐'. 마침 형도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 말에 회사를 관두고 시작했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반대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너 진짜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공부를 잘 못하니까 부모님도 저를 믿지 못했던 겁니다. 친구들도 ‘실업계 나와서 무슨 공무원이냐. 다시 취직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 4년간의 도전과 합격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아온 홍씨에게 공무원 시험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2년에는 일단 경험 삼아 시험을 봤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지를 펼쳤습니다. 누가 머리를 강하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 문제도 풀 수 없었습니다. 앞과 옆에 사람이 푸는 모습만 멀뚱히 지켜보다가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공무원 필기시험 기본서와 문제집을 샀다.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1시간도 버티기 힘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필수과목은 열심히 공부해도 점수가 안 나왔어요.

모의시험을 치면 영어는 항상 40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공부 도중 위기도 왔다. 2013년 여름 장마철에 형과 함께 살던 반지하 방이 침수됐다. "집 안의 물을 퍼내다가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험 생활이 두려워졌지만 어쨌든 공부에 매진했다. 2014년 고비가 닥쳤다. 지방직 9급 시험에서 받은 영어 점수가 5점이었다. 단 한 문제를 맞춘 것이다.


-충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2년 동안 공부했는데 공부방법을 제대로 몰랐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실 찍어도 30점, 35점 이렇게 나오잖아요. 현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2년간 인터넷으로 학원 강의 수업은 들었는데, 체계적인 공부법을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강의만 틀어놓는 것만으로, 인터넷 강의를 계속 연장해 듣는 것만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착각했는지도 몰라요. 실제로 이해를 못했는데 그냥 넘어갈 때도 많았거든요.

그저 노트에 필기만 한다고 공부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그만둘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숨고 싶었어요. 형도 '어떻게 이 점수가 나올 수 있냐'고 혼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모르세요. 그때는 쓰러지실까 봐 말씀 안 드렸거든요.

홍준표씨의 공부 노트

출처홍준표씨 제공

같은 해, 홍씨의 친형이 9급 일반행정직에 최종합격했다. 질투심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영어 5점의 충격과 형의 합격에서 오는 좌절감에서 벗어나는데 2개월 걸렸다. "스스로 외쳤습니다. '할 수 있다. 왜 못하냐'는 오기가 들었습니다. 세상에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만년 루저'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전과 공부방법이 달라졌나요

종일 독서실에서 살았습니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요. 그 전까지는 공부에 집중을 잘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락만 면하자'란 안이한 생각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던 영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1주일에 5번씩, 하루에 8시간 동안 공부했어요. 1주일간 철저히 계획표를 짜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공부 노트를 만들어 꼭 외워야 할 부분은 형광펜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반복해 보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 봤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료를 포함한 생활비는 하수관거 회사에 다니며 번 돈으로 충당했다. 2015년엔 2년 동안 모은 적금까지 깨야했다. 그리고 2016년 처음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필기 합격 발표가 떴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30년 살면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제 수험번호가 맞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긴장해서 청심환을 먹고 갔습니다. 사자성어를 물어봤는데 너무 당황해서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면접관이 그걸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어요. 다행이었습니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인사도 90도로 했습니다.

홍준표씨와 형, 동생

출처홍준표씨 제공,플리커 캡처

◇ 인정받는 공무원 되고 싶어


-화장실을 뚫다가 공무원이 된 감회가 어떤가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실감이 아직도 안 납니다. 부담되기도 합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하다가 이제는 공사 일을 감독하는 사람이 된 거잖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듭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알려주고 싶은 공부 팁이 있나요

실업계를 나와 수능 공부를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팁이 있어요. 국어나 영어 독해를 할 때, 글을 정말 이해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하면 안 됩니다.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빨리 캐치하고 그걸 표시해 놓고 지속적으로 복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족한 과목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인문계 학생들보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들이 책을 한 번 볼 때, 두 번, 세 번 봐야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큰 목표는 없습니다. 그냥 충주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걸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수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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