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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프론티어②] 신개념 참기름 방앗간의 당찬 도전 "올리브유 제치고 전세계 식탁에 오르겠다"

조회수 2018. 11. 5.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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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제조 스타트업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동네 방앗간을 바꿔보자는 일상의 아이디어서 출발
8년 자료조사, 연구 끝에 신개념 참기름 개발
입소문으로 백화점 진출, 해외시장까지 노크
출처: 본인 제공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비빔밥, 김치, 불고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말하라면 늘 나오는 명칭 리스트다. 외국에서도 ‘Bibimbap’ ‘Kimchi’ ‘Bulgogi’처럼 우리 발음대로 쓴다. 말하자면 한글인 동시에 세계 공용어다. 한국의 독창적인 음식인데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빔밥, 김치, 불고기를 이어 참기름을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 음식 리스트에 집어 넣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참기름 제조회사 쿠엔즈버킷의 박정용(49) 대표. 그는 “‘Korea Chamgireum’을 국제 공용어로 만들겠다"고 한다. 참기름은 원래 영어로 ‘sesame oil’이다. 한국 참기름을 'sesame oil'과 다른 독창적인 소스로 세계가 인정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마케팅 회사를 다니던 시절 7년간 틈틈이 참기름 자료 조사를 한 이후 퇴사했다. 2012년 스타트업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참기름 판매를 시작했다. 2013년 매출은 8800만원. 3년이 지난 2016년 매출은 9억8000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박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출처: 박정용 대표 제공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쿠엔즈버킷 매장(왼쪽). 오른쪽은 이곳에서 만들어진 들기름과 참기름

◇일상의 고민에서 출발한 신개념 참기름 

어쩌다 참기름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까 

원래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다녔습니다. 하던 일이 식품 관련 컨설팅이었죠. 아이디어는 단순한 의문점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의 방앗간을 보면 정겨울지는 몰라도 위생적이지가 않아요. 동네 방앗간을 바꿔보자는 단순한 생각이 창업 계기입니다. 시장을 내다보고 뛰어든 건 아니었습니다.”

참기름에 관심이 생긴 그는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외국의 관련 자료를 뒤지며 연구했다. 전국의 방앗간 순례도 했다. 그러나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갔다. “참기름에서 왜 참깨맛이 느껴지지 않는지 의아했습니다. 기름을 짜는 기계를 착유기라고 하는데 하나같이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기름을 짜내는 ‘고온 압착’ 방식이더군요. 짧은 시간에 많은 기름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고온으로 볶으면 기름이 쉽게 분리되니까요.

그러나 맛과 향이 너무 강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높은 열을 만나 탄맛이 섞이는거죠. 철저하게 공급자 관점이죠. 소비자는 그 맛에 길들여진 거고요.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깨달음을 얻은 거네요 

전국의 참기름 ‘명인’ ‘장인’은 다 만난 것 같습니다. 예상 외로 황당했습니다. 시장이 왜곡돼 있었거든요. 참기름을 보는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배경’을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가령 지방에 있는 한 참기름 제조업자가 대기업 고위직 출신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참기름의 질을 따지지 않고 그분의 출신을 보고 참기름의 가치가 매겨지는 식이죠.

사실상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군요 

“참깨의 효능에 관한 외국 논문이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참기름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기존의 고온압착 제조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법을 연구했죠. 그래서 나온게 ‘저온 압착’ 방식이었습니다.
출처: 박정용 대표 제공
맨 왼쪽은 참깨를 볶으면서 적외선 처리를 하는 기계. 이 과정을 거쳐 착유기(가운데)에 넣으면 참기름(맨 오른쪽)이 된다. 맨 오른쪽은 필터기를 이용해 참기름을 병에 넣는 모습. 필터기는 불순물을 걸러주는 역할 등을 한다

◇입소문 타고 흥행가도 

어떻게 저온 압착 방식을 생각했나요 

커피가 떠올랐어요. 커피는 저온에서 만드는 ‘저온 로스팅’과 고온에서 만드는 ‘고온 로스팅’이 있습니다. 원래는 고온 로스팅 위주였다가 저온 로스팅 방법이 나온 뒤 커피의 맛이 다양해졌어요. 커피를 따라하자는 생각을 했죠. 200도 이상의 고온 압착이 아닌 200도 미만의 ‘저온 압착’ 방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다들 안된다고 했어요. 대기업 관계자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알기론 외국에서도 참기름을 저온 압착 방식으로 만든 사례가 없습니다. 일단 외국에서 저온 압착이 가능한 기계를 수입했습니다. 원래는 올리브용으로 쓰이던 기계였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올리브용으로 모든 세팅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계를 참기름용으로 제대로 세팅하는 데에만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기계가 고장나는가 하면 참깨가 제대로 볶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수많은 실패 끝에 최종적으로 만든 결과물이 지금의 참기름입니다. 기존의 200도 이상이 아닌 160도 이하의 온도로 참기름을 짜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조 방법을 바꿨다고 차별화가 됩니까?

온도만 낮추는게 아닙니다. 원료 생산부터 가공까지 모든 단계에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참깨의 재배 시기와 재배한 토양, 그리고 기후에 따라서 맛이 달라집니다. 색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모두 통제하는게 중요한거죠.

질 좋은 참깨를 사용해서 적정 온도에 보관, 착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관리합니다. 제조 과정에서 원적외선을 참깨에 쏘고, 필터로 한 번 더 걸러냅니다.

박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참기름을 2013년초 시판했다. 매장 겸 방앗간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차렸다. 약 18평이다.


쿠엔즈버킷(Queens Bucket)이라는 회사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QUEENS는 'Qualified Utility Enhances Everyone's Need Satisfied'를 줄인 말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퀸즈라고 발음하죠.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쿠엔즈라고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쿠엔즈버킷에서 판매하는 250㎖짜리 참기름이 3만9000원, 같은 용량의 들기름이 2만5000원이다. 기존 제품보다 1만원가량 비싸다. 고급화 전략이다.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유처럼 신선한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개념 참기름 판매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엔 동네 손님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먹어 본 아이들이 다시 찾고, 아이의 어머니들이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처음엔 ‘참기름이 이런 맛이었나’라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막상 먹어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참기름엔 손이 가지 않습니다.

또 깔끔한 환경에서 제조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고객들이 색다른 매력을 느끼더군요. 어느 고객의 소개로 백화점까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쿠엔즈버킷은 현대·갤러리아 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3년 8800만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은 2016년 9억8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출처: 본인 제공
박정용 대표

◇라이벌은 올리브유

 

참기름 세계화가 가능할까요

서양에서도 참기름의 효능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착유 방식에 혁신적인 진전이 없다보니 세계적인 소스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외국 셰프들은 다른 누군가가 참기름을 써보라고 하면 ‘내 음식에 재뿌리지 마라(No ash in my dish)’고 표현해요. 강한 향이 음식을 뒤덮기 때문이죠.

쿠엔즈버킷 참기름은 편견 극복이 가능합니까

“우리 참기름은 음식맛을 뒤덮지 않고 조화를 이룹니다. 향이 강하지 않은 대신 은은한 맛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거죠. 올리브유도 그렇잖아요. 음식 조리에 쓰이는 ‘베이스 오일’을 올리브유에서 참기름으로 바뀌고 싶습니다. 올리브유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거죠. 개선한 착유 방식으로 만든 참기름은 분명 글로벌 경쟁력도 있습니다.

한국 참깨만의 특징도 있을까요 

우리나라 일반 가정집에서 볶음 참깨를 수입산이 아닌 국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산 참깨는 외국산에 비해 알갱이는 작지만 깊고 고소한 맛이 배어나와요. 반면 외국산은 알이 두껍고 식감이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외국 진출에 진전이 있습니까 

미국 뉴욕의 현지 잡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푸드 앤 와인(Food & Wine)'이라는 음식 관련 유명 매체입니다. 많은 관심을 보인 편집장의 소개로 현지 미쉐린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들과 레시피를 공동 개발 중입니다. 거래선을 트는 과정입니니다.

미국 고급 식당 뿐 아니라 일본의 가정집에서도 우리 참기름을 쓰는 그날이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인터넷 여행 정보 사이트에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와서 매장에 물건을 사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스무명쯤 됩니다. 한 일본인 고객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일본 요리업계에서도 쿠엔즈버킷 참기름이 제법 유명해졌다'고 하더군요.

마케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초반에 큰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셀러브리티 마케팅(유명인사를 활용한 마케팅)을 기획중입니다. 동시에 참깨와 들깨의 효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입니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좋습니다. 최근에는 항암 효과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좀 과장하면 참깨만 제대로 먹어도 아플 일이 없어요.

한국 참기름이라는 로컬 푸드를 널리 알리는 것은 단기 목표일뿐입니다. 전세계의 식탁에 오르는 요리에 참기름을 넣도록 만드는 것이 인생 목표입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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