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나와 SKY, 해외 명문대 제치고 한국은행 간 청년

조회수 2018. 11. 5.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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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변호사 자격증 소유자도 꿈꾸는
신의 직장 한국은행
한동대 경제경영학부 장호석씨
SKY대, 해외 명문대 출신 제치고 한국은행 합격

한국은행은 국내 최고 인재가 몰리는 곳이다. 입사 필기 시험은 국가고시에 버금가는 난이도로 유명하다. 2~3년 동안 ‘재수’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평균연봉은 9669만원, 대졸 초임은 4200만원. 복지도 탄탄하다. 사택을 빌려주거나 매년 일정 수의 직원을 뽑아 해외 유학을 보내준다.


작년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G5)에 지원자 3900명이 몰렸다. 이른바 SKY대 출신은 물론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도 지원한다. 최종 합격 인원은 64명. 이 가운데 약 40명이 ‘SKY’대 출신이다. 나머지는 포항공대, 카이스트, 성균관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을 나왔다. 지방대 출신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지방대 출신으로 당당히 한국은행을 뚫은 청년이 있다. 한동대 경제경영학부 장호석(28)씨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한국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4년간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출처: 본인 제
장호석씨

◇회계사 자격증은 강점 아냐, 취득 ‘이유’ 설명해야

장씨는 2013년 봄부터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3년 준비 끝에 2016년 8월 최종 합격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한국은행을 알았다.


“한국은행의 비전이나 업무가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사회 문제나 갈등이 결국 경제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는 서로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한국은행은 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을 내놓습니다. 회계사보다 한국은행에서 일하는 게 꿈과 더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행은 작년 9월 초 대졸신입을 모집했다. 서류전형, 필기전형(전공 약술 300점·공통 논술 100점), 면접(토론·실무진·임원면접)을 거쳤다.


자기소개서 문항은 두 가지였다. 첫째 지원 동기와 입행 후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쓰도록 했다(총 1200글자). 둘째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경험이나 인물, 책은 무엇인지를 물었다(총 1000글자).


“지원자 대부분이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강점이 아닙니다. 그보다 회계사 자격증을 딴 이유를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문항에서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사 공부를 했다. 전문 지식을 특정 권력을 위해 쓰지 않고, 여유와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쓰고 싶다’는 식으로 어필했습니다.”


둘째 문항에서는 ‘창의성’을 말했다. 중앙은행은 ‘보수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장씨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언급하며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 예측이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출처: 장호석씨 제공
회계사 시험을 공부할 때 쓴 노트와 필기구

◇필기시험, 회계사 시험보다 쉽지만···

필기시험은 3시간. 전공시험, 1시간 공통논술을 본다. 전공 시험 비중이 높다. 장씨는 경제·경영·법학·통계·IT 컴퓨터공학 5개 전공 가운데 경영직렬 시험을 봤다. 회계사 시험에서 보는 재무회계, 재무관리, 일반경영학, 원가회계관리 4과목이 한국은행 전공시험과 겹쳤다. 한 질문 당 4~5줄 이내로 답을 작성하는 약술시험이다. 문항 수는 10개 내외. 하지만 큰 문제 하나에 2~5개씩 작은 문제가 달린 경우도 있어 실제 문항 수는 40개 정도다.


장씨는 “회계사 시험 난이도가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행은 80정도”라 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합병회계, 연결회계, 파생상품회계 같은 고급회계는 나오지 않는 반면 옵션 가격을 계산하는 ‘투자이론’이나 외국법인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묻는 ‘국제 조세’ 분야에선 까다로운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계산 과정을 모두 적어야 한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도 2~3년은 공부해야 붙을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시험이다.


2013년에는 시장 리스크, 신용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 운영 리스크의 내용과 특징을 서술 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또 블랙-숄즈 모형에서 A사 주식에 관한 정보(현재주가, 행사가격, 무위험이자율)를 주고 콜옵션을 이용한 헤지전략, 풋옵션 가치, 블랙-숄즈 보형의 단점을 물었다. 

출처: 한국은행 제공
2013년 한국은행 G5 신입사원 모집 때 경영직렬 지원자가 푼 전공 시험 중 일부

잘 모르는 문제는 답이 완벽하지 못해도 적어냈다. “단어의 뜻을 적거나 빨리 계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풀었어요. 모르는 문제는 넘겼다 나중에 다시 봤습니다. 사실 다시 봐도 풀기 쉽지 않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개념이라도 적었습니다.


다음으로 1시간 동안 공통 논술을 봤다.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도전에 대해 서술하라’였다. 주제를 보고 당황했다. 그동안 논술에서는 금융이나 기업, 또는 세계 경제에 관한 주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험생은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했다. 인간이 하던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1차 산업혁명 때는 방직기계가 도입돼 물레로 옷을 짜던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2차 산업혁명 때는 자동차가 대중화돼 마부가 사라졌다. 3차 때는 컴퓨터가 발달돼 주산 학원이 없어졌다. 그러나 장씨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없앤다’고 하면 천편일률적인 답안이 될 거라 생각했다.  

출처: 장호석씨 제공

경제적으로 4차 산업 혁명의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2016년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도록 한 ‘계약 이론’을 언급했다. ‘계약 이론’이란 인간은 계약을 맺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서로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때 사회 전체의 효용(utility)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인간은 서로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달라 불완전한 계약을 맺는다. 불완전한 계약은 결국 소득 불평등을 가져온다.


계약이론에 빗대어 서술했다. “산업혁명은 생산효율을 극대화하지만 ‘일자리 절벽’ 같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규제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업변화가 재앙이 아닌 기회가 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경제주체가 갖고 있는 정보가 동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경제학에서 생각하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고, 근로자를 해고하기 보다 교육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자리 절벽 현상을 축소하고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한국은행 제공

◇매일 홈페이지에 들러 조직도 보고 면접 준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해 면접 스터디는 2개를 했다. 그동안 한국은행 토론면접에 나왔던 주제, 타기업 기출 문제, 나올 법한 올해 이슈를 골라 모의 토론을 했다.


토론 면접 당일 ‘세계 경제 불안요소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이 주제로 나왔다.


지원자들이 미국 금리인상, 트럼프 당선을 이야기 할 때 장씨는 “경제 주체들이 세계 경제 불안요소 속에서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정책 기관이 경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어떤 불안 요소가 있더라도 경제·금융 이해가 높다면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무진 면접을 거쳐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조직도를 살펴보고 임원들의 얼굴을 익혔다. 또 한국은행에 다니는 선배에게 면접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시간 약속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철저히 지킬 만큼 정확한 사람들”이라며 “군더더기 없이 답해야 하고 오버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 

출처: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임원면접에서는 부총재를 비롯해 임원 6명이 면접관으로 들어와 지원자 5명을 평가했다.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은지’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부서만 고집하지 않았다. 보통 기업은 직무에 대한 지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지원한 직무에 맞게 영업이면 영업, 마케팅이면 마케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2년마다 부서를 바꾸는 순환 근무제를 하는 한국은행에서는 특정부서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면 나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금융 시장 관련 일부터 시작하고 싶지만 외환이나 국제부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각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한 부서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한달 후 최종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월부터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입사하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하겠습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경제 전문가가 되겠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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