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배달로 2000만원짜리 회사 100억원대로 키운 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

조회수 2018. 11. 5.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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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식품을 팔지 않습니다.
음식문화를 팝니다.
초기 자본 2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 5년 만에 100억원대로
지난해 말 SK플래닛에 인수돼…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시너지 기대
신선식품 유통시장 급성장…취업준비생들 관심 가져야

경남 함안의 흑토마토, 경북 포항의 초콜릿 오징어, 전남 무안의 햇달수 고구마….


아침에 눈을 떠 문앞에 놓인 상자를 열면 전국에서 신선한 농·수·축산물이 가득 들어 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아침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는 가족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단순히 식품을 파는 게 아니라 음식 문화를 판다는 친환경 프리미엄 식품 온라인 판매 스타트업, ‘헬로네이처’의 꿈이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1월 설립됐다. 초기 자본금은 2000만원. 5년이 지난 지금 헬로네이처는 가입자 20만여명, 제휴 생산 네트워크 1000여개에 이르는 식품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SK플래닛에 지분을 매각했다. 정확한 매각 금액은 비밀이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본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손에 꼽을만한 엑시트(Exit·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일정 수준으로 성장시킨 다음 대기업에 파는 것) 성공사례다.


자기 지분을 팔았지만 박병열(32) 대표는 여전히 헬로네이처에서 일한다. 그는 “매각을 위한 매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매각”이라면서 “SK플래닛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로 쌓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노하우를 받아들여 회사를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SK플래닛 역시 “헬로네이처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뿐 운영은 박 대표가 계속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jobsN
헬로네이처 박병열 대표

◇가장 ‘좋은’ 물건 확보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2010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AT커니’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이후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에 취직했지만, 또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쿠팡에서 나온 뒤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사람을 찾았다. 주위에 “같이 사업할만한 좋은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마침 친구가 “군대 후임 중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며 서울대 농경제학과 출신의 좌종호(31)씨를 소개해줬다.


2011년 여름부터 두 사람은 사업구상에 몰두했고, 이듬해 초 헬로네이처를 세웠다. 좌씨는 현재 헬로네이처의 부대표로 산지(産地)의 물건이 모였다가 가정으로 떠나는 핵심인 물류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출처: jobsN
좌종호 헬로네이처 부대표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나요

컨설팅 일이 잘 맞지 않았어요. 컨설팅을 받는 회사들은 답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외부에서 그걸 확인하려고 해요. 맥이 빠지죠. 경험도 별로 없는 제가 무슨 컨설팅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쿠팡에선 일은 재밌게 했어요. 하지만 소셜커머스 시장은 이미 많은 업체가 들어와 있어 경쟁이 심했어요. 마침 새로운 아이템으로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회사를 나왔습니다.

헬로네이처의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정했나요

좌 부대표가 일본에 ‘이런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추천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원전 사고 이후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업체가 인기를 끌었어요. 유통 플랫폼도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산지에서 직접 가져다 먹는 시스템에서 온라인을 통한 거래 비중이 높아지던 시기였고요. 이걸 우리나라로 가져오면 통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믿을 만한 생산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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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개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어요. 각 지방에서 유명한 농산물 산지를 중심으로 발품을 팔았죠. 생산자에게 무작정 ‘저희한테 물건을 대주시죠’라고 얘기했지만, 다들 외면했습니다. 워낙 사기꾼들이 많아서 경계하더라고요. 결국 방법을 바꿔 그들 속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반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일 정도로 공부를 못했어요. 고3 때 정신 차리고 공부시작해서 재수 끝에 대학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근성으로 ‘일 좀 배워 보려 하니 이틀만 재워달라’라며 무작정 눌러앉았어요. 일도 거들고, 술도 거나하게 마셨죠.

그랬더니 ‘그럼 한번 해 보든가’라며 생산자들도 마음을 열었어요. 이렇게 저희에게 물건을 주기로 한 곳이 전북 전주의 곶감 농가, 전남의 토마토, 키위 농가 3곳이었습니다. 키위 농가와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어요.

◇단순히 식품만 파는 게 아닌 ‘신뢰’와 ‘감성’을 판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게 박 대표의 얘기다.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이란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상품 판매 페이지에 생산자 이력을 소개하고, 육성(肉聲)으로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게 했다.


모니터 혹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고 고르는 소비자를 위해 식품 사진과 동영상도 공들여 찍는다. 참마의 단면을 잘라 끈적끈적한 점액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출처: jobsN
헬로네이처 홈페이지에 올릴 상품 사진을 찍는 푸드스타일리스트

헬로네이처에는 다른 기술기반 스타트업에는 꼭 있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가 없다. 대신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와 CXO(Chief eXperience Officer·고객경험개선책임자)가 있다. 차가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아니라 식품을 파는 스타트업이니만큼 농부의 따뜻한 손길까지 전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희에게 납품하려는 농가엔 어김없이 MD(merchandiser·상품 기획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가 찾아갑니다. 직접 생산 농가를 방문해 어떤 방식으로 농·수·축산물을 생산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주위 다른 농가에 물어보기도 하면서 검증을 거칩니다.

이렇게 1차 테스트를 통과한 식품은 2차로 저희 고객으로 구성된 ‘품질위원회’를 거칩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죠. 품질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저희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신뢰를 쌓았더니 재구매율이 70%나 됩니다. 온라인쇼핑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죠.

'전국 최고' 상품도 선발합니다. 각 MD가 추천하는 상품을 MD회의에 올려 만장일치로 선정하고 품질위원회도 거치죠. '전국 최고'가 붙어있는 상품은 정말 전국 최고의 물건입니다.
출처: 헬로네이처 제공
'전국 최고' 상품 선발 위한 MD 회의

고객 감성 충족의 실제 사례를 들려주세요.

지난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는 배송 상자에 장미꽃을 넣어서 보내봤어요. 이를 받아 본 주부들이 ‘남편한테도 못 받는 꽃을 헬로네이처에서 받아본다’며 고객센터로 감사 전화가 폭주했죠.

크리스마스 땐 예쁜 식탁보를 함께 보냈어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분위기까지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고객 반응이 좋았습니다.
출처: 헬로네이처 제공
빼빼로데이 배송상자에 담긴 장미꽃

앞으로 또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요.

저희는 사람들이 원하는 먹을거리를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음식문화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긴 어렵지만, 예를 들어 예쁜 주방용품을 팔 수도 있고, 식탁 위에 놓고 밥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화초를 팔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고객들이 외식할 때도 만족할 수 있게 식당 컨설팅을 할 수도 있을 테고요. 11번가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프리미엄 마켓 위주의 시장을 매스(mass·대중)마켓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유통시장 빠르게 성장할 것”

최근 위메프·티몬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신선식품 유통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기존엔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데 그쳤지만, 헬로네이처처럼 식품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재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신선식품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예상이다.

출처: jobsN
헬로네이처 직원들

경쟁사 대비 헬로네이처의 장점은요.

새벽 배송이 그렇게 큰 차별점은 아닙니다. 다른 곳도 하고 있거나 조만간 직접 배송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의 강점은 가장 좋은 물건을 열심히 찾아다닌다는 것. 또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끈끈하게 다져놓은 생산자 네트워크를 통해 빨리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선식품 시장에 대한 전망은요.

저희의 주요 고객층 중 하나가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기 엄마들입니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가격대가 약간 높을 수밖에 없지만, 자식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건 부모가 모두 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입니다.

시장도 커지겠죠. 모든 온라인 유통사들의 화두가 신선식품이 된 이유겠죠.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 업계에 큰 기회가 있다는 얘깁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울러야 하는 사업인데, 생각보다 전문가가 많이 없습니다.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진짜 창업을 하고 싶은 것인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창업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니 일종의 허영(虛榮)일 수 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만, 생각보다 20~30배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흔들리지 않을 만한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창업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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