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학교 교사, 학교 박차고 나와 세운 스타트업은?

조회수 2018. 11. 5. 14: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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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교과과정을 넘어 무언가를 얘기할 때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학교를 떠났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부산의 강연교육콘텐츠 기업 ‘S.E.A’ 강근철(35) 대표 얘기다. S.E.A는 강 대표가 지향하는 스토리(Story), 교육(Education), 조언(Advice)의 앞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출처: jobsN
강근철 S.E.A 대표

◇ 중학교 교사에서 강연기획자로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강 대표는 2009년 부산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립학교 교사의 경우 대게 계약직으로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규교사로 전환되고,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는다.


그는 2011년과 2013년 교육지원청이 수여하는 ‘최우수 교사상’을 수상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학교에서도 정규교사 전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2013년 말 돌연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강연을 기획하는 강연기획자로 변신했다.

안정적인 교사로 살 수도 있었는데, 왜 그만뒀나요.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교육 현장에 와보니 흔히 얘기하는 교실붕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옛날엔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꽤 유용한 창구였습니다. 그러니까 학생들도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했죠.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다릅니다. 지식이나 정보는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인터넷에서 배웁니다. 학생들을 탓할 수가 없는 게, 사회 변화 속도는 빠른데, 학교가 이를 못 따라가는 거죠.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매번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학생에게 학교는 친구 만나러 오는 곳, 혹은 상위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졸업장을 따러 오는 곳. 딱 그 수준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애들 눈이 빛이 날 때가 있었어요. 잠도 안 자고 집중하는 그런 때요.

어떤 때였습니까.

뻔한 얘기지만, 학생들이 관심 있는 것, 필요한 것을 들려줄 때였죠. 제가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애들을 몇 명 상담한 적이 있어요. 얘기를 하다 보니 수학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하죠. 알아듣기 어려우니까요. 비록 사회 선생이지만, 학교의 허락을 얻어 방학 때 그 아이들에게 수학을 조금씩 가르쳐줬어요. 초등학교 4학년 수학부터였습니다. 방학 때 하는 수업인데도 아이들이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거예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에 배울 것을 3주 만에 해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죠.

또 수업하다가 클라우드 시스템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졸던 아이들도 잠을 깨고 제 얘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얻는 최신 정보를 선생님이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까 흥미가 있었던 것이죠.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지만, 학생들이 꼭 필요로하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창업과정은 어땠나요.

2013년 12월에 사직서를 내고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봤어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대출’에 지원해 지원대상자로 뽑혀 1억원을 대출받았어요. 회사를 만들고 2014년 5월 처음으로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부산엔 유료 강연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았어요. 그래도 첫 강연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이후엔 벡스코가 더 큰 강연장을 빌려주고 함께 강연회를 열자고 제안했죠. ‘스타 강사’로 유명한 김미경씨, 칼럼니스트 곽정은씨 등을 섭외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는 강연을 했죠. 1600명 규모의 강연장이 가득 찼으니 대성공이었죠.

여기서 얻은 수익에다 아파트 보증금까지 빼서 부산 경성대 앞에 ‘씨스페이스’라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우리 직원들이 일하고, 스터디 카페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소규모 강연장으로도 활용하죠.
출처: 강 대표 제공
S.E.A가 기획한 '청춘특강' 강연회

◇ 메르스로 경영난 겪다 직접 강연자로 나서

기획한 강연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강 대표는 부산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강연기획자로 자리 잡았다. 함께 강연 기획을 해보자는 제안도 여러 건 들어왔다.


하지만 S.E.A는 2015년 5월 이른바 ‘메르스(MERS) 사태’로 경영난에 빠졌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두 달 정도 거의 매출이 없었다.


결국 그와 함께 일하던 직원 4명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강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자신이 직접 발로 뛰는 길뿐이었다. S.E.A는 온라인 자기소개서 첨삭서비스도 하고 있었는데, 이를 확대해 강연에 나섰다.

출처: 강 대표 제공
대학교, 특성화고 등에서 강연하는 강 대표

일종의 취업 컨설턴트가 된 셈이네요.

제 첨삭을 받고 취업이나 진학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소서 작성 강연을 해줄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조그만 기업이라도 만들어보고, 직원도 뽑아 본 경험이 있으니 그 경험을 살려본 거죠. 부산·경남 지역 대학과 특성화고에 주로 강연을 나갔어요.

교사 출신이라 이해하기 쉽게 가르친다는 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2015년 5월부터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350회쯤 강연했으니, 대충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한 셈이네요.

강연과 함께 대학 입학, 취업 관련 자소서·면접 일대일 컨설팅 사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다른 취업 컨설턴트가 자기 자녀의 취업 자소서를 저한테 부탁할 정도였죠.

소문을 타고 서울 쪽에서도 컨설팅 요청이 와서 지난해 수시입학 시즌엔 일주일에 사흘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주말도 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 연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어요. 직원도 3명 채용했고요.

제 수입도 꽤 많아졌습니다. 교사 생활할 때 한 달에 250만원쯤 받았는데, 요즘은 그것보단 꽤 많이 가져갑니다. 메르스 사태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학교를 나올 때 생각과는 달리 취업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학교에 있을 때 꿈꿨던 게 전인(全人) 교육입니다. 이걸 위해선 특정 개인의 노력만으론 안 되고, 학부모나 교육 당국,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합니다. 장기적인 과제죠.

그런데 당장 취업이 급하고, 진학이 급한 친구들은 어떻게 합니까. 당장 필요한 것을 해줘야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지만, 학생들이 필요한 것. 그게 취업이든 창업이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닐까요?

비록 이걸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교육이라는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은 학생들으부터 받은 것 이상은 꼭 해줘야 한다는 원칙은 한 번도 무너뜨린 적이 없습니다.
출처: jobsN
강연하는 강 대표(왼쪽), 강연 후 청소년들과 기념사진 찍는 강 대표

앞으로 어떤 사업을 더 계획하시나요.

젊은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라면 어떤 것이든 콘텐츠를 만듭니다. 제가 모르면 배워서라도 가르치려고요. 요즘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습니다. 코딩이 뭔진 아는데, 막상 해보려니 어렵게 느껴지는 젊은이들을 위해 쉽게 기초적인 것들은 좀 알려주고 싶어서요.

독서를 주제로 한 강연도 계획 중입니다. 스스로 무엇을 하기 어려운 청춘들에 독서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강 대표가 알려주는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인터뷰 끝에 강 대표는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약간의 검색만으로도 취업 자소서를 작성하는 노하우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취업 준비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내용을 정리해봤다”고 했다.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파악하고 여기에 지원자의 고민이 합쳐질 때 멋진 자기소개서가 완성된다는 게 강 대표의 얘기다.

 

1.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라

의외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기계처럼 질문에 대한 답을 써내려가는 지원자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이 문항을 통해서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고 난 후에 작성할 것을 권한다.


자기소개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글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적는 글이다. 질문 의도에서 벗어난 글은 아무리 잘 적은 글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2.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피소드 정리가 우선

취업 자기소개서 특강을 통해 수 없이 많이 접했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드문 것이 바로 ‘에피소드 정리’다. 일단 자신이 가진 에피소드를 정리해두는 것이 지원하는 기업별로 맞춤형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된다.


강점, 약점, 동아리활동,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학과생활,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 등 최근 3년 정도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정리해보자. 특별한 경험만으로는 좋은 자소서를 작성할 수 없다. 좋은 자소서는 일반적인 경험에 특별한 통찰이 더해졌을 때 완성된다.

 

3.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에피소드를 정했다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적어보자. 최근 취업 자기소개서는 500자 내외의 짧은 문항 여러 개를 제시하는 형태가 많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작도 못한 체 분량을 채워버리기 일쑤다.


에피소드를 정했고, 그 에피소드를 통해서 강조할 내용이 결정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몇 번의 질문과 답변만으로도 탄탄한 구성의 기초가 완성된다. 억지스럽더라도 질문을 만들어보자.

 

4. 간단하게라도 구성을 짜야 한다.

질문의 의도도 파악했고, 에피소드도 정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간단하게라도 구성을 짠 후에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전체적인 구성을 가지고 작성을 시작하라. 문항별로 에피소드가 겹치지도 않고, 각 문항별 최적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


또 수정 작업 중 분량을 조절하는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괜히 글 쓰는 과정과 건축의 과정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의 설계도만큼이나 자기소개서의 구성은 중요하다.

 

5. 경쟁.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대입이든, 취업이든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지원자들의 성적이 대부분 표준 정규분포 곡선을 그린다. 흔히 ‘스펙’이라고 부르는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나의 준비상황이 지원자 평균과 같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지원자는 없을 것이다.


자기소개서 역시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자신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살펴보자. 해당 분야에 지원한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소재인지. 예를 들어 신규 개발자를 선발하는 회사의 자기소개서에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나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던 경험’ 등은 전혀 돋보이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본인과 같은 분야에 지원한 지원자들이 어떤 내용과 어떤 덕목을 강조할지 생각해보고 될 수 있으면 그 내용과 겹치지 않게 작성하자. 비슷한 소재의 내용은 인사담당자에게 지루함만 더할 뿐이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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