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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격 제발 그만.." 테이저건 직접 맞아본다는 예비 경찰, 중앙경찰학교 생활기

조회수 2018. 11. 5.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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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맞으면 다리가 풀리고 쓰러지는데 저항할 의지가 안 생겨요."


범인 제압 훈련을 하며 테이저건을 직접 맞아봤다는 한 경찰관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범인 역할이었는데 ‘차라리 빨리 제압해주고 전기 충격 좀 제발 멈춰줬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경찰이 테이저건을 직접 맞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맞아볼 기회가 있다면 경찰 '임용' 직전 중앙경찰학교 수업 시간밖에 없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찰관 양성소로 불린다. 경찰공무원(순경) 시험 최종합격자들이 이곳에서 34주간 교육을 마쳐야 경찰공무원 자격을 얻는다. 2016년 하반기 순경 경쟁률은 30대 1. 역대 최고 경쟁률을 뚫은 291기 예비 경찰관들은 중앙경찰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또 어떤 생활을 할까.

출처: 성시현 총학생장 제공
중앙경찰학교 291기 성시현 총학생장 모습

◇ 예비 경찰, 시내버스 1대 다니는 산속 경찰학교서 25주간 합숙 


“산속에 있습니다, 시내까지 걸어서 나가기 힘듭니다.”


중앙경찰학교는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에 있다. 충주 시청이 있는 시내에서 차로 20~30분쯤 들어가야 하는 산골이다. 이곳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1대. ‘교육생’으로 불리는 예비 경찰들은 이곳에서 생활한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는 291기 교육생 2200여명은 2016년 12월 10일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했다. 


교육생 대표 성시현 총학생장(30)은 "경찰학교 생활은 일과가 정해져 있고 규정과 원칙을 강조한다"며 "군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하루 일과가 정해져 있나요

(성)오전 6시 20분에 일어납니다. 동절기(11월~2월)라서요. 3~10월(하절기)엔 20분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청소와 아침식사, 세면을 마치면 오전 9시부터 학과 수업을 시작합니다.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잠깐 쉬었다가 1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오후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졸업까지 1190시간 수업 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군대와 많이 비슷합니까

(성)비슷하지만 자유로운 면이 많습니다. 입교 5주째부터는 외박이나 외출도 가능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동기들끼리 시내에 나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4주까지는 밖에 못 나간다는 뜻이죠?

(성)그때까지는 학교에서만 생활해야 합니다. 1~2주는 적응기라고 합니다. 기초 훈련받고 학교생활 규칙을 배웁니다. 맨손 체조, 산악구보도 합니다. 체력단련 기간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때 교육생들끼리 친해집니다. 3주째부터 수업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해 정식 교육을 받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학생 대표도 뽑는다. 240~320명의 교육생이 생활하는 생활관은 8개. 이곳에서 교육생들 선거로 학생장을 선발한다. 8명의 학생장이 뽑히면 그중 한 사람을 학교에서 총학생장으로 지정한다. 성시현 총학생장도 이렇게 뽑혔다.

중앙경찰학교 교육생들이 운동장에 도열한 모습

◇ 필기시험·권총사격 성적 나쁘면 퇴교까지

경찰학교에 들어오면 공개 근무복 두 벌과 단화, 허리띠, 모자, 왼쪽 가슴에 차는 무궁화 은장식 등을 받는다. 성 총학생장은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 복장에서 형광색 조끼만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3단봉과 수갑은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주로 어떤 걸 배우는지에 대해선 중앙경찰학교 최재모 경위가 답했다. “25개 과목이 있습니다. 일선에서 경찰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죠. 형법, 형사소송법 같은 법률을 배우기도 하고 무도·운전·사격 훈련도 합니다.“

결과가 나쁘면요? 

(최)퇴교도 감내해야 합니다. 충실하게 수업 듣고 훈련받으면 대부분 통과합니다. 그래도 간혹 1~2명씩 경찰이 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대신 성적이 좋으면 나중에 승진할 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필기시험은 과목 별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권총 사격은 200점 만점에 120점 이상을 쏴야 한다. 최 경위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도 권총을 잡아볼 일이 거의 없다”며 “처음엔 익숙하지 않지만, 훈련하면 대부분 160~180점을 쏜다고 했다.

출처: 경찰청 공식 블로그 캡처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 훈련생 모습.

◇ 테이저건 직접 맞아보기도 "저항의지 사라지고 전기나 끊어줬으면하는 생각 뿐"  

다른 곳에는 없는 수업이나 훈련이 있나요?

(성)테이저건 훈련이 있습니다. 직접 맞아보는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테이저건(Taser Gun)은 권총형 진압 장비다. 유효사거리는 5~6m. 5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기 침 두 개가 동시에 나간다. 전기충격기다. 주로 범인의 등이나 엉덩이, 허벅지 부위에 쏜다. 침이 인체에 닿으면 전류는 400볼트로 떨어지지만, 이 침을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 마비된다. 9주차 이후에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291기는 아직 훈련을 받지 않았다. 

맞으면 어떻게 됩니까

(최)의지와 상관없이 서 있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쓰러집니다. 범인을 제압하는데 효과적이죠.

교육생들이 직접 맞는 이유가 있나요

(최)범인 제압용으로 쓰이지만, 경찰도 그 충격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경험해보는 게 정확합니다.

모든 교육생이 테이저건을 직접 맞는 것은 아니다. 40~50명인 한 학급에서 한 사람만 맞는다. 나머지는 7~8명씩 손을 잡고 전선을 연결해 전류를 흘리는 방식으로 간접 경험한다. 또 다른 경찰관은 "(전기를 흘리면)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손가락 마디마다 전기가 휘감고 도는 느낌이 든다"며 "두 번 느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출처: 경찰청 공식 블로그 캡처
유도 훈련하는 중앙경찰학교 교육생들 모습.

◇ 자유시간엔 무도 훈련, 하루 2~3시간…남녀 구분 없어

무술도 배웁니까

(성)체력단련에도 좋고 범인을 제압하는데도 필요합니다. 저녁시간 이후엔 자유시간인데,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무도 동아리에 가입하죠. 하루 2~3시간씩 태권도나 유도, 검도를 배웁니다. 남녀 구분 없습니다. 초보자도 졸업할 때쯤엔 단증을 딸 수 있는 실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교육생들은 진짜 경찰이 된다. 최재모 경위는 교육생들이 입교 후 5개월쯤 지나면 경찰 같은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아무래도 어색한 면이 있죠, 경례도 서툴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학생도 있고요. 훈련을 받으면서 허리도 펴지고 당당한 모습이 나옵니다.” 

월급은 받습니까

(최)교육생들은 정식 임용 전까지 월 10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월급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교육비’라고 합니다.

경찰로 각오가 있다면

(성)시민을 위해 봉사해야죠. 모든 교육생들이 똑같은 생각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 중국어 공부도 하고, 기회가 되면 교통사고 감정평가사 자격증도 딸 계획입니다. 제 전문 분야를 만들어 사회에 꼭 필요한 경찰이 되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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