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삼성맨이 말하는 '저스펙자' 삼성 합격법 TOP10

조회수 2018. 11. 5.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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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펙 취준생의 삼성 합격법

건대 나와 나이 서른에 삼성생명 2번 합격

서류 합격 즉시 현장 직원들을 만나라

나를 버리고 회사 관심사로 승부하라


건국대·토익 780점·학점 3.56·나이 서른, 자격증·인턴·해외연수 경험 없음.


내세울 스펙이 없었던 정도성(38)씨는 삼성생명 2007년 하반기 공채에 합격했다. 뛸듯이 기뻤지만 그는 결국 최종 입사엔 실패했다. 건강 문제로 신체검사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상반기 삼성생명 재도전했다. 또 합격했다. 그의 이야기는 당시 삼성그룹에서도 화제였다. 삼성 입사 관문을 두 번이나 연속해서 뚫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생명 법인영업부·고객지원팀을 거쳐 2년 전 관계사 전배를 신청, 삼성SDS 교육전문 자회사인 ‘멀티캠퍼스’에서 근무히고 있다. 삼성그룹의 고객 기업 직원들, 보험설계사(FC)들에게 서비스와 자기계발 교육을 하는 9년차 대리다. 그는 최근 ‘저스펙도 누구든 삼성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의 비법을 담은 책 ‘스토리로 두번 합격하라’를 냈다. 


현직 삼성 직원이 취업 책을 낸 것이다. 정 대리는 “스펙이 떨어지더라도 누구든지 삼성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 허락을 받고 책을 냈다”며 "삼성에 합격한 2007~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취업이 지금만큼 어려웠다. 취준생들에게 참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스펙자’의 삼성 합격법 10가지는 무엇일까. 

출처: jobsN
정도성 대리

1. 취업 스터디부터 뚫어라

아무 꿈이 없이 수능 점수에 맞춰 건대에 갔다. 의대를 가보겠다며 2004~2005년 2년 휴학하고 수능을 두 번 봤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복학하니 다른 친구들은 다 해놓은 인턴이나 동아리 경험조차 없었다. 졸업이 다가왔다.


4학년 1학기 때 첫 토익을 봤는데 580점이 나왔다. 한숨이 나왔다. 학내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엔 이른바 '스펙거지'라는 이유로 취업 스터디원으로 뽑히지 못했다. 굴욕적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한 취업 스터디 모임에 가 먼저 앉았다. ‘붙여달라’ 애원해 겨우 합류했다. 저스펙자는 혼자 공부하면 안 된다.


2. 자소서 포장에 신경 끄고 최소 50~100곳을 무작위로 지원해라

건대는 서류 통과하기 어려운 학교다. 무조건 50곳 이상 지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신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 4~5곳만 소신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비현실적이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면 서류 통과 가능성이 낮다. 일단 자기소개서에 공을 덜 들이자.


회사 미션과 가치와 본인을 억지로 연결지은 우왕좌왕한 ‘글짓기’는 금물이다. 아무리 저스펙자도 흥미있는 경험은 있다. 학교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인도의 보육원에 보내준 적이 있었다. 보육원 봉사만 한 게 아니고 한국 슈퍼에서 ‘3분 카레’를 여러 개 사 인도 길거리에서 시민에게 파는 실험을 해봤다. 한국 3분 카레를 ‘카레의 본고장’인 인도 길거리에서 팔아봤다며 ‘난 근성이 최고다’ 하나만 자소서에 강조했다. 취업스터디원끼리 하는 자소서 첨삭도 안했다.


3. 면접만 죽어라 파라

학벌이 안 좋아도 기업 50곳~100곳 지원하면 1~2곳은 붙는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서류 합격률은 5%,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자. 중요한 건 지원하면서 떨어질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맷집을 기르는 것이다.


취업스터디에서 면접을 하루 8시간씩 3개월 했다. 오전엔 전날 시사이슈를 요약해 발표하고, 모의 PT면접을 했다. 오후엔 인성, 임원면접을 준비했다. 사람이 상상하는 모든 질문을 다 던져야 한다. ‘여자친구와 왜 싸운 것 같나’같은 예상치 못한 질문도 준비해야 한다. 답변이 어떻든 간에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은 근성을 갖는 것이다. 우리 스터디원들은 자소서가 붙은 회사는 무조건 최종까지 올라갔다. 

출처: jobsN, 정 대리 제공
정도성 대리와 최근에 출간한 저서 모습

4. 기업 현장을 찾아가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을 캐내라 

50곳 지원했는데 동부화재, 삼성생명에 붙었다. 서류에 붙는 즉시 그 회사 직원들을 만나야 한다. 저스펙자의 합격 포인트는 내가 누군지 시시콜콜 알리는 데 있지 않다. 상대방이 궁금한 것을 이야기해줘야 합격률이 높아진다. 


삼성생명 지점 3곳을 무작정 찾아가 직원 5명을 만났다. 회사의 내밀한 고민, 핫이슈를 빼곡히 물어봤다. ‘현재하는 일’ ‘최근에 부장님이 강조한 사항’ ‘연초에 사장님 강조사항’ ‘어떻게 실적을 평가받는가’ 꼬치꼬치 물었다.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보험설계사 리크루팅’이었다. 유능한 보험설계사를 타사에서 스카우트해 실적을 올리는 게 가장 회사와 임직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걸 면접에 사용하자고 결심했다. 당시 흥국생명 보험설계사 채용 과정에 서류를 내봤고 면접도 봤다. 실제 입사가 목표가 아니었다. 삼성생명에 가기 위해 경쟁사의 보험설계사 리크루팅 과정을 공부하는 차원이었다. 


5. 면접장 첫 만남부터 강한 인상을 남겨라 

남들과 다른 인상을 남겨야 한다. 나는 면접장에서 종아리를 깠다. 들어가자마자 자기소개를 시작하면서 ‘제 종아리 한번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면접관들이 허락하자 알이 꽉 찬 종아리를 보여줬다. 


‘덩크슛을 하기 위해 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기 위해 다리 운동을 했다’고 하니 면접관들이 피식 웃었다. ‘다른 다리도 보여달라’고 하더라. 면접관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만약 면접을 망쳐도 면접관들이 ‘아까 종아리 보여준 친구, 재밌지’란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게 목표였다.  

7.‘당신 스펙이 낮은데?’ 질문 나오지 않는 8대2의 원칙

삼성생명 지원 과정에서 동부화재 최종 면접도 봤다. 그런데 사장님이 어디 사는지 묻더니 ‘자네는 왜 사는 주소가 두개인가’라고 물었다. 채용과정에서 이사하는 바람에 서류에 쓴 첫 주소와 면접 때 밝힌 주소가 달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떨어졌다.


삼성생명 때는 ’면접 때 회사 이야기로 시작해 회사 이야기로 끝내자‘고 결심했다. 나를 아예 버리는 것이다. 8대2의 법칙으로 임했다. ‘내가 아는 게 100이라면 80만 이야기하고 20의 여지를 남기자’는 것이다. 면접관이 여지를 남긴 20에 대해 물어보면 그중에서 80%만 대답하고 또 20%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다. 바로 질문이 나올 만한 임직원의 고민을 1분 자기소개 맨 마지막에 배치했다. 가령 이런 식으로 대화 흐름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삼성생명을 위해 네 발로 뛴 남자 정도성입니다.

제 장점은 첫째, 근성, 둘째 열정입니다. 세 번째는 삼성생명 입사를 위해 직접 보험설계사 리크루팅 채용 절차를 밟아봤다는 점입니다.


(면접관) 어디서 밟아봤나?

-흥국생명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00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면접관) 어떤 문제점인가?

-00이 발견됐는데, 개선사항 몇 가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면접관) 그게 무엇인가?

-00 해외 사례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바로 질문이 나올 이슈를 자기소개서 맨 끝에 붙이면 면접관이 그 질문을 바로 하게 된다. 중요한 건 한번에 문제점부터 개선사항까지 다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문제점을 발견했다’ ’개선사항을 생각해봤다‘라고 문장 끝에 여지를 남기자.


이 경우 면접관이 꼭 다시 물어봤다. 특히 보험설계사 리크루팅은 면접관의 본인 실적과도 관계가 있는 중요한 이슈여서 100% 묻는다고 확신했다. 이런 식으로 회사 이슈로만 이야기하면 면접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출처: 조선DB
삼성 GSAT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

8. 건방진 모습으로 면접에 임하라

면접 전에 미리 회사 시험장을 찾아가 현장을 살폈다. 면접 당일에도 지하철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갔다. 몸에 약간의 땀을 내 몸동작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면접장에 가서도 로비, 비상계단 등 갈 수 있는 공간은 다 돌아다녔다. 면접 대기실에선 비스듬히 거만한 자세로 앉았다.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는 자기 암시를 나에게 줬다. 면접장의 직원들에게 일부러 말도 걸어봤다. 몸동작으로 자신감을 올리자.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대답하면 효과가 좋다. 시선은 면접관의 두 눈과 가슴을 꼭짓점으로 삼각형으로 그리며 처리하고, 입꼬리를 올려 밝은 목소리를 내보자.


9. 회사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용어를 평소 쓰듯이 쓰자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그 기업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를 써보자. 면접관은 매일 수십~수백명씩 회사 사정을 얄팍하게 아는 지원자를 만나 지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 익숙한 단어를 써주면 강한 친숙함을 느낀다. 가령 보험업계에서는 ’13회차 보험 유지율(보험 가입 후 13개월까지 보험료 낸 비율)‘같은 단어가 있다.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눈빛이 바뀐다. 

출처: 삼성 제공
삼성 직무적성검사 고사장 모습

10.같은 회사 재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건강이 안 좋아 삼성생명에 최종합격하고도 신검에서 떨어졌다. 이듬해에 삼성생명 한곳만 재지원해 합격했다. 보통 취준생들은 최종에서 아깝게 떨어진 회사를 다시 도전하길 두려워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두 번째 도전은 수월했다. 재도전한 상황 자체가 ‘스펙’이 되고 ‘스토리’였다.


면접 때 ‘최종 합격했는데 왜 다시 왔나 ‘재도전해 기특하다 ’ ‘건강은 좋아졌냐’는 식의 질문만 받았다. 마지막으로 저스펙자는 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간택’받는다. 취업 이후에도 일 속에서 자신만의 적성과 가치를 찾아야 한다.


나는 삼성생명 고객지원팀에서 서비스 컨텐츠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일을 중점적으로 하는 멀티캠퍼스에 지원했다. 열악한 지방 기업 임직원들에게 서비스, 마케팅에 대해 강의할 때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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