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삼성입사가 꿈? 꿈깨세요, 당장'

조회수 2018. 11. 5. 14:2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
100억건의 빅데이터를 분석
"취미가 직업으로 변했어요"
"기업 관리직 무너지고 월급쟁이들은 역사 속으로"

서울의 한 커피숍에 긴 머리를 어깨까지 뒤로 넘겨 묶고 가죽 재킷을 입은 남성이 걸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송길영이라고 해요.” 그의 명함과 셔츠 소매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Mining minds(마음을 읽다).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은 방대한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 중 한명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에 쓴 글들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는 게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빅데이터가 관심을 받다보니 대기업ㆍ방송ㆍ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고 부른다. 빅데이터와 소비 트렌드 등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주장해 인기다.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란 책을 내기도 했다.


고려대 전산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기업을 거쳐 2000년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입사해 박사를 마쳤다. 전략기획부에서 일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온라인ㆍ모바일 데이터를 분석하는 마케팅으로 업무를 바꿔 빅 데이터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빅데이터의 세계와 그가 내다보는 미래 직업 전망을 들어봤다.

출처: jobsN
송길영 부사장과 그의 셔츠 소매와 명함에 새겨진 문구

◇사람의 욕망을 읽어 돈을 버는 남자 

왜 오른쪽 셔츠 소매에 ’Mining minds ‘(마음을 읽다)라고 새겼습니까. 

나를 보여주는 한마디이니까요. 똑같은 문구가 소매에 새겨진 셔츠만 별도로 주문해 입어요. 좌우명(座右銘)이란 단어 뜻이 뭔지 아세요. ’내가 앉은 곳 오른쪽에 글귀를 새겨라‘란 의미입니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진짜 어떤 가치와 이념을 가졌는지 정체성을 만들 수 있거든요. 꿈을 찾는 사람이라면 다 새겨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그런데 나이키 다닌다고 ’저스트 두 잇‘(Just do it)같은 문구를 새기지는 마십시오.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듯 했다. ‘몇 년생이냐’ 물어보자 “그게 중요하나요? 나이로 선입견을 만들기 싫다”며 밝히길 거부했다. 아직 언론에 나이가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왜 머리를 기르느냐'고 물어보자 “머리를 기르면 사람들이 쉽게 인지한다.사람이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면 ’평범한 사람‘(One of them)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출처: jobsN

평소에 어떤 일을 합니까

온라인ㆍ모바일에서 발견하는 100억건 이상의 블로그 글, 뉴스, 댓글 등을 분석합니다. 앞으로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사람의 욕망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론해 기업들에 보고서를 써 줍니다. 삼성ㆍLGㆍ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대기업들이 고객입니다.

사람이 온라인ㆍ모바일에 쓴 글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text analysis engine)을 이용합니다. 가령 구글 번역기에 원문을 입력하면 번역문이 나오듯이, 먼저 방대한 데이터 원문을 프로그램에 입력하죠. 원문을 바탕으로 글 속의 문맥 흐름을 다양한 패턴으로 분석합니다. 이 가운데서 내가 알고 싶은 주제를 키워드가 자주 나타내는 빈도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자면

음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식과 미식의 차이점’을 알고 싶다고 해보죠. 외식이란 단어가 들어간 글을 보면 '자장면' '졸업식' '단순히 시시콜콜 떠들기' 같은 키워드가 많습니다. 미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과 밥 먹으며 떠들긴 떠드는데 미식의 주제는 음식입니다. ’풀을 먹인 호주산 쇠고기‘ ‘드라이 에이징’ ‘레시피’ ‘셰프’ 같은 단어가 주요 키워드죠.

외식은 그냥 ‘집밥 먹기 싫어 나가서 먹는 것‘이란 뜻으로 쓰이더라고요. 결국 ‘외식=짜장면=집밥이 먹기 싫어 하는 행위' ’미식=호주산 쇠고기-셰프-미슐랭 가이드 맛집‘으로 키워드의 흐름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것은 중장년층은 외식이란 단어를 ‘미식’처럼 사용하더군요. 젊은층은 외식을 그런 의미로 안 쓰는데 말이죠.

실제 기업에 빅데이터를 적용해 제도나 상품을 바꾼 사례도 있나요. 

끝도 없이 많죠. 그러나 공개할 순 없습니다. 기업은 자꾸 자기가 좋아하는 걸 팔잖아요. 10대 딸에게 아이돌 그룹 CD를 사줘야지 아빠가 좋아하는 70~80년대 CD를 사주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그 간극을 매우는 거죠.
출처: /KBS·jTBC·세바시 방송 화면 캡처
KBS명견만리,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출연한 송길영씨

가장 흥미로운 경험은

매번 흥미로워요. 상식이 깨져요. ‘노년이 몇살일 것 같으세요?’라는 주제로 소비자 데이터를 보면 40대는 50대, 50대는 60대, 60대는 70대라고 정의하더라고요. 아무리 나이 많은 분들도 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댄디’한 60세 신사에게는 이제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에요….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IT전공자인가요

아니요. 이 직업은 사람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숫자와 통계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드러난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하거든요. 심리학, 종교학, 철학, 사회학을 공부한 친구들을 주로 뽑는데 좋은 성과로 이어지더군요.

◇월급쟁이 없어지고 프리랜서 시대 온다 

송 부사장은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사람이다. 

쉴 새 없이 온라인상의 글, 책, 기사를 읽는 게 행복했어요. 이런 부분을 글로 썼을 때 실제 사람 마음이 어떤지 관찰하고 추론하는 게 재밌었어요. 부사장 직함 달고 있지만 사실 관심 없어요. 일이 재밌는 거지, 직함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빅데이터는 유망분야로 손꼽힙니다. 

대학생들에게 강연하면 꼭 이런 질문 받아요. ‘데이터 과학자,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 ‘왜 되고 싶죠’라고 되물어보면 머뭇거려요. 모르는 겁니다. 그저 ‘유망직업’이라는 대답만 합니다. 바람직하지 않아요.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유망한 직업이라는 일을 하더라도 도중에 그만둘 거에요.

사실 유망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그걸 피해야 합니다. 경쟁이 심해질 거니까요. 데이터 마이닝 분야도 마찬가지에요. 10년 뒤 더 성장한다? 이 업계 몸 담고 있지만 섣불리 말할 수 없어요.

기계와 로봇이 발전하면서 여러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은 할 일이 없어질 거에요. 최근 강연에서 어떤 대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회계학과 학생이다. 담당 교수님이 말하길 기업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회계원(accountant)이 없어지는 것이지, 회계사가 없어지진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해줬어요. ‘없어질 겁니다‘라고요. 전자 세금 계산서가 나오면서 회계사의 기장업무도 자동화됩니다. 기업 회계를 감사할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에요. 이러면 제일 큰 갈등은 대학에서 나올 거에요. 대학 목표가 직업인 양성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졸자들이 전문능력을 못 가지면 대학이 가장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어요.
출처: jobsN

직장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저성장과 4차 혁명의 시대를 맞아 기업 조직이 이미 달라지고 있어요. 연공서열이 무너지고 관리직이 없어질 겁니다. 지금 이미 대기업 피라미드 조직에서 중간 관리자가 대거 빠지기 시작했잖아요.

기업에서 생산이나 판매 회계를 컴퓨터로 관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있는데, 굳이 관리만 잘하는 사람이 필요 없거든요. 관리만 잘하고 실제 일을 잘 하지 않으면 ‘무임승차자’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조직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요.

조직에서 무임승차자들이 빠지면 장기적으로 정규직 고용 형태의 월급쟁이들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반면 자기 전문성을 브랜드를 가진 프리랜서들이 늘어날 거고요. 이런 추세는 이미 현실입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에요.

자기 능력대로 기업과 계약을 맺어 언제 어디에서든 일만 하면 되는 프리랜서들이 주위에 진짜 많아졌어요. 이 현실 속에서 기업 조직은 그냥 내가 돈을 버는 ‘플랫폼’이자 협력자에 불과해요. 기업 조직 자체가 인생의 꿈이자 목적이 되면 망해요.

‘내 꿈은 삼성이다’ 이런 생각 버리세요. 새로운 흐름은 ‘덕후’입니다. 덕후는 나를 보호해줄 조직이 필요없는 사람이에요. 또 내 기술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학벌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 직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어떻게 관점을 설계해야 합니까

최근 한 강연장에서 국립대학 사범대를 졸업한 학생이 자기 스펙을 줄줄이 나열한 다음에 ‘어떻게 취업하면 되느냐’고 묻더군요. 그런데 뭐가 되고 싶은지가 왜 없습니까. 이젠 생각 바꿔야 해요. 지금까지 스펙은 조직에 가기 위한 수단이었잖습니까. 이젠 자기 업(業)에 필요한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직장에 몸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회사를 '도구'로 보면 재밌어집니다. ‘회사에 없어도 스스로 먹고살 판인데 회사가 돈을 준다’는 마인드셋을 가져야 해요. 조직의 후광 없어도 어디서든 일할 나의 전문성을 길러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세요. 직장인들 책 읽는 시간 없다는데 거짓말입니다. 책은 안 보고 영화감상은 하거든요. 전직을 하려면 최소 5년전에 시작하고 나의 자질을 알아주는 곳으로 가세요. 수많은 직장인이 퇴사 6개월 전에 바리스타 공부해서 카페 엽니다. 무조건 망합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