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와 9급 공무원으로..'충격'

조회수 2018. 11. 6.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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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500만원 9급 공무원 된
서울대생의 고백
9급 공무원, 대기업 신입 사원의 연봉 4000만원대 후반의 절반 수준 받아
"서울대 자존심이 깎였다" vs "응원한다" 반응 엇갈려
출처: 조선DB
서울대 정문

"(나를 향한) 주변의 기대 어린 시선 때문에 아무 직장에나 들어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9급 공무원인 정유진(가명·30)씨는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했습니다. 명문대 출신인 만큼 부모님이 정씨의 미래에 대해 걸었던 기대도 그만큼 컸습니다. 정씨는 “그런 기대와 다르게 생각보다 취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생기는 불안감과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존감 때문에 (취업을 준비할 때)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합니다.

교사 임용 시험을 준비했던 정씨는 주변 친구들조차 오랫동안 임용 시험 준비를 해도, 합격이 쉽지 않은 걸 본 뒤 꿈을 접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더 힘든 길이었습니다. 또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기에, 취업 준비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씨는 1년 남짓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습니다. 올해 2년 차 9급 공무원 정씨는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한 점, 육아 휴직을 눈치 안보고 확실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다만,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서울대라는 이유로) 관심을 갖는 것이 불편했는데, 나 스스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이젠 괜찮다”고 말합니다.


정씨는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서울대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제일 중요한 건 직업에 대한 본인의 만족감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출처: 조선DB

9급 공무원 기본급은 1호봉이 월 128만2800원입니다. 복리후생비와 수당까지 다 더하면 대체로 연봉 2500만원 수준입니다. 삼성·현대차 같은 대기업 신입 사원이 받는 4000만원대 후반의 절반 수준 정도죠.

 

정씨 경우처럼 9급 공무원이 된 사람은 또 있습니다. 2015년 한 서울대 여학생의 글이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여학생은 그해 6월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졸업 후 임용 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9급 공무원은) 퇴근 후와 주말에는 온전히 가정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월급 150만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글을 두고 서울대생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취업 전쟁의 현실을 인정하자는 쪽과 '서울대 자존심'이 깎였다는 볼멘소리로 갈린 것이죠. 한 졸업생은 "둘째 아이 가진 뒤 퇴사해 전업주부가 됐다. 어른들이 왜 공무원 노래를 불렀는지 알겠다"며 여학생을 옹호했습니다. 반면 어느 재학생은 "서울대 학벌이 아까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5급(행정고시)에만 도전하던 서울대생은 이제 7·9급 공무원 시험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DB

춘천시 7급 공무원 정우상(가명·31)씨는 3년 남짓 행시를 준비했지만 결국 부모의 권유로 눈높이를 낮췄다고 합니다. 1호봉 기준 5급 공무원은 월 225만원, 7급 공무원은 167만원을 받습니다.

 

정씨 역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나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어쩌다 그렇게 됐냐’ ‘지방직 7급으로 들어올거면 서울대 왜 간 거냐’고 주위에서 말할 때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주거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긴 하지만, 월세·교통비·식비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정씨는 “주민센터로 발령받아, 직무 자체도 9급과 다를 바 없다”면서 “그런데 마땅히 대안도 없어 꾸역꾸역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조선DB

이처럼 서울대 졸업장만으로 취업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조사 결과 2009년 118건에 불과하던 서울대생의 취업 상담 건수는 2015년 505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서울대생의 취업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입니다.

 

반면 서울대생 채용을 위해 찾아온 기업의 채용 상담 건수는 2011년 362건에서 2015년 238건으로 줄었습니다. 기업이 서울대에 보내온 채용 공지 건수는 2012년 5409건에서 2014년 5158건으로 감소했다가 2015년에 5757건으로 다소 늘었습니다.

서울대 취업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건강보험 DB연계 통계와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2015년 6월 기준 서울 시내 주요대학 중 취업률이 가장 높은 4년제 일반대학은 성균관대(68.3%)였습니다.

 

서울대는 성균관대보다 10%가량 낮은 59.5%였습니다. 취업률은 대학원 진학생을 제외한 학생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서울대생 10명 중 3~4명이 대학원에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취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서울 시내 27개 대학의 평균 취업률(54.1%)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미 활동을 주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는 인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 경영 관련 동아리로 학생들이 몰리는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서울대 임수빈(여·25) 동아리연합회장은 "전체적으로 동아리 회원 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며 "동아리에 들어오더라도 짧게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는 "취업에서 서울대 프리미엄이 사라지다 보니 일부 학생 사이에서 '서울대라고 별 게 있느냐'는 패배 의식이 번지는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jobsN 블로그팀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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