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월매출 4백만→1억4천 '동네빵집의 역습'

조회수 2018. 11. 6.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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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새 절반 이하로 줄어든 인천 빵집 "이들이 뭉쳤다"
대형프랜차이즈에 밀린 인천 빵집들
협동조합 결성… 월매출 1억 넘어
김성두 이사장 “모범사례 만들고 싶어”

1991년 인천제과협회에 등록된 제과점은 980개에 달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절반도 안 되는 400개에 불과하다.


위기를 느낀 인천 동네 빵집들이 뭉쳤다. 바로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이하 조합)’. 2013년 11월 인천 제과점 사장 32명이 모여 조합을 만들었다. 일년 뒤엔 첫 상품 ‘인천왕찹쌀떡’이 나왔다.


2년 만인 올 12월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다. 내년부턴 순이익이 나오게 된다. 조합원도 45명으로 늘었다. 올 4월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인천제과점협동조합 1호 매장’도 열었다. 소문을 듣고 다른 지역 조합에서 운영방식을 배우려 찾아오기도 한다.

출처: jobsN
인천제과점협동조합 김성두 이사장

동네빵집에서 만들기 힘든 빵 생산 … 조합 덕분에 경쟁력 향상

조합을 이끄는 이사장은 김성두(42)씨다. 2년 전, 운영하던 매장을 정리하고 기술이사로 합류했고 이 달부터 이사장이 됐다. 군 제대 후 20년 가까이 줄곧 빵만 만들었다. 시작은 인천의 동네 빵집 월급 40만원짜리 견습생이었다. 이제 그는 전국에 50명 밖에 없는 제과준명장까지 올랐다. 12월 9일 인천 염전로에 있는 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작업실에서 풍기는 향긋한 빵 굽는 냄새가 사무실에도 진동했다.

이곳에서 빵을 만드나요?

여기서 빵을 개발·제조·포장·배송합니다. 모든 걸 다 하는 거죠. 주로 손이 많이 가는 치즈케익, 마카롱 같은 걸 만들어요. 매달 한 번, 조합원이 모여 새 상품을 맛보고 상의해요. 각자 자기 매장에 여기서 만든 빵을 가져다 팝니다. 빵 종류가 많은 프랜차이즈와 경쟁해서 밀리지 않으려고 경쟁력을 높이는 거에요. 지금은 상품 종류가 50개정도 됩니다

어떤 계기로 조합에 합류하게 됐나요?

창립 멤버는 아니었어요. 그분들은 자기 매장없이 조합을 맡아 관리할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인천에서만 20년 가까이 제빵 일을 하면서 조합원 대부분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거든요. 처음엔 부담스러워 거절했는데 3개월정도 따라다니면서 부탁하셔서 결국 승낙했죠.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송도캠퍼스에 냈던 빵집 ‘베리머치’매장을 정리했어요.
출처: 김성두씨 제공
인천제과점협동조합 김성두 이사장

김성두 이사장은 서울국제빵과자대회에서 금·은·동상을 수상하고 지금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신성대 호텔조리과와 김포대 호텔조리과에서 출강할 정도의 실력자다. 

왜 조합을 맡기로 결심했나요

당시 상황이 심각했어요. 동네 빵집들이 계속 문을 닫았죠. 가르치는 제자들 고민도 비슷했어요. 자기 이름을 내건 빵집을 차리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을 갖더라구요. 동네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인천에서 협동조합을 성공시켜보자’ 고심 끝에 2014년 11월 1일, 조합에 가입하고 처음 출근했어요.
출처: jobsN
매달 조합원들이 모여 품평회를 연다.

조합가입비 200만원, 조합원 45명 

조합원이 되려면 가입할 때 출자금을 내야한다. 최소 금액은 200만원. 내고 싶은 만큼 더 낼 수 있다. 이익이 나면 주식처럼 배당금을 나눠 갖는다. 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립 5년이 되는 해까지 배당금은 없다.

시작은 어땠나요

선임 이사장님, 제자 2명, 저까지 4명이 시작했어요. 경리도 없이 넷이서 빵 만들고 배달도 했어요. 지금은 공장에서 일하는 9명, 송도에 있는 1호 매장 직원 7명까지 총 16명으로 늘었어요.

운영이 어렵진 않나요

아무래도 자금이 문제였죠. 2014년 11월 처음 시작했을 때, 한 달 매출이 400만원 밖에 안 됐어요. 당연히 직원 월급은 꿈도 못 꿨죠. 11월엔 월 매출 1억4000만원을 찍었어요. 이제 월급도 주고 마이너스를 메꾸기 시작했어요.
출처: jobsN
인천제과점협동조합 본사 직원들

아울렛 매장 1호 오픈… '협동조합 모범사례 될래요' 

조합원 매장 외에 어디와 거래하나요?

우선 조합에 가입한 동네빵집에 빵을 납품해요. 아울렛에 1호 매장이 생기면서 거기서 얻는 수익도 많고요. 텔레마케터 2000명이 있는 회사에 간식도 납품하고, 곧 송도 LNG기지에도 간식이 들어가요. 다음달부턴 케익전문점 ‘루시카토’에도 우리 빵이 들어가요.

조합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면?

조합도 기업과 똑같아요. 맛없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안되죠. 무조건 1%라도 성장해야 합니다. 정체돼 있으면 망해요. 그런 사례를 많이 봤어요. 전국에 수많은 제과점 조합이 있지만 운영이 정말 어려워요. 끊임없이 기계, 포장 패키지, 빵 개발에 투자하고 있어요. 지금은 돈이 없어도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출처: jobsN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입점한 매장 1호 (왼쪽), 조합에서 만드는 치즈카스테라 (오른쪽)

앞으로 계획은요?

인천 동네 빵집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조합원끼리 분열되지 않고 2년 동안 잘 유지한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해요. 매달 소식지도 보내 드리고요. 어깨가 무겁지만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글 jobsN 최슬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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