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강성태 '한달 15만원만 벌어도 굶어죽지 않는다'

조회수 2018. 11. 6.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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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 삶에는 정답이 없다"
'공부의 신' 강성태
독설 날려 공부하게 만드는 남자
여러분이 공부 못하는 이유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공부를 안하는 데 성적이 오를 리가 있나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돌직구를 날린다. 사실(fact·팩트)만 말해 수험생이 반박할 수 없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를 ‘팩력배(팩트 폭력배)’라 부른다. ‘공부의 신’ 강성태(33) 대표다.


공부를 잘했다. 2001학년도 수능에서 400점 만점에 396점을 받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정도 공부잘한 학생 모두를 '공신'이라 부르진 않는다. 대학 입시, 각종 고시 등 어떤 시험이든 가리지 않고 빨리 합격하는 법을 알려준다. 2010년에는 수능 한달 전에 수리영역 주관식에 나올 문제를 2개나 쪽집게처럼 뽑아냈다. 그래서 공신이고, ‘입낳괴(입시가 낳은 괴물)’란 별명도 붙었다.


시험 문제 정답을 족집게처럼 맞추는 사람이지만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강성태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강성태 대표

저항 한번 못한 소심한 찌질이 

원체 소심한 성격이에요. 지금처럼 몇 천명 앞에서 강연을 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흰 피부에 껑충한 키, 약간 구부정한 어깨. ‘팩력배’·’입낳괴’라는 거친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이런 그가 학습 사이트 ‘공신닷컴’과 사회적 기업 '공부의 신'을 운영 중이다.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를 한 명씩 만들어준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온오프라인에서 20기 멘토 300여명이 활동 중이다. "공신을 운영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멘토에요. 과거 도움을 받았던 멘티가 ‘자기도 할 이야기가 많다’고 찾아와요. 그러면 멘토가 되는거죠."


배우겠다고 공신닷컴에 가입한 사람은 50만명.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도 많이 찾는다. 2014년부터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구독자수 20만명, 조회수 2400만건을 기록했다. 인도네이시아까지 진출해 교육 봉사를 한다.

출처: MBC '공부의 제왕' 캡처
강 대표는 2007년에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의 제왕'에 출연했다. 제대로 된 공부법을 모르는 학생에게 공부법을 알려주는 멘토였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괴로워서였다. “가난한 경북 문경 ‘시골 촌놈’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습니다.”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 중2때 눈 마주쳤다는 이유로 '일진'이 그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았다. 

하지말라는 말도 못하는 찌질이였어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아이였습니다

일진들은 공부 잘하는 친구는 괴롭히지 않았다. 공부만이 탈출구라 생각했다. 하루 18시간씩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나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고2 마지막 시험에서 380명 중 307등을 했다.


그래도 공부했다.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였다. “고3때는 공부 말고 다른 기억 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수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공부하는 법이 보였고, 서울대 입학에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최고 명문대, 그것도 취업 잘되는 공대에 갔지만 재미가 없었다.

선생님이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잖아요. 장밋빛 인생이 펼쳐진다고.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별거 없더라구요. 학사경고도 두번이나 받았어요. 고교때 죽어라 공부만 했지 꿈 없이 살아온 탓인가 봐요

군대 다녀 후 취업도, 고시도 아닌 ‘교육봉사’에 몸담기로 했다. 저소득층·학교 밖 아이들·미혼모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어렸을 때 공부든, 인생이든 조언 해줄 형이 없었어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요. 인간관계가 썩 좋았던 것도 아니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죠. 저 같은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기로 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부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2007년 

강 대표 외에 동생 성영씨(서울대 교육학·심리학 전공), 

서울대·연대·MIT 등에 다니는 대학생 7명을 모아 ‘공신닷컴’을 열었다. 지금은 ‘공부의 신’을 뜻하지만 당시에는 ‘공부를 신나게’를 줄인 말이었다. 동생 성영씨가 장학금으로 받은 500만원을 내놨고, 기숙사 방에서 강연 영상을 촬영했다. 편집실은 도서관이었다. 

출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캡처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강성태 대표

공신닷컴은 사회적 기업의 희망 

명문대 학생들은 공부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교육을 받았으면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꼼수’도 가르쳐줬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 달만에 회원수가 3000명까지 불었다.


입소문을 타고 MBC 방송 섭외를 받았다. 강 대표가 출연한 ‘공부의 신’ 프로그램은 주말마다 방송을 탔다. 국회의원 제의도 받았다. “공신 상표권을 10억원에 사겠다는 제안도 들어왔어요. 동아리 수준이라 매출도 없을 때였는데요.”


모두 거절했다. 대신 2008년에 공신닷컴에 뿌리를 둔 사회적 기업 ‘공부의 신’을 창업했다. “제 인생을 바꾼 경험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계속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돈벌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영상은 계속 무료 배포하고, 매출 없이 개인 강연 수익으로 버텼다. 자금난이 왔고, 모 교육업체가 ‘공신’ 이름을 허락없이 사용해 문제집을 내놨다. 자칫하면 상표권을 잃을 위기였다. 소송까지 했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됐다. 결국 2010년 8월 인터넷 강의와 공부 자료 일부를 유료화 했다. 오프라인 강연과 공부 캠프 횟수도 늘렸다. 

출처: jtbc '비정상회담' 캡처
그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강연을 할 때 군대에서 썼던 빨간 명찰을 단다. 사람들이 가수 장기하와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강생은 6개월 동안 어떤 강의를 듣던지 19만8000원을 낸다. 66일 동안 매일 듣고 공부 일기를 쓰면 수수료 없이 되돌려 준다. 100명 중 50명이 보증금을 돌려 받는다. 

다른 사이트는 돈 돌려주는 비율이 5%입니다. 저희는 3번 정도는 빼먹어도 봐줘요. 여러 이유를 대며 돌려주지 않으려는 꼼수는 쓰지 않습니다.

유튜브 광고·책·강연 수입, 스토리펀딩 등도 수입원이다. 그래도 한해 매출이 10억원에 못미친다. 사회적 기업의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유료화를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이 돼주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 수강생 중에 보증금을 돌려 받지 않는 분들이 계세요.”


올해부터 오프라인 수익 사업은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멘토링은 서울이 유리해요.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은 다들 갖고 있으니까 인터넷이나 앱에서 영상을 볼 수 있게 온라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대기업에 들어간 것도, 고시에 붙은 것도 아니다. 억대 연봉을 버는 인기 강사도 아니다. 한때 '공신'에서 월급 100만원을 받았지만 이젠 그마저 받지 않는다. 방송 출연과 개인 강연으로 생계를 꾸린다. “아직까지 이것보다 가치있는 일을 찾지 못했어요. 제가 대학 다닐 때 식당에 ‘학식B메뉴’가 있었어요. 1700원인데 먹을만 해요. 삼시세끼 한달을 계산해보니 15만원 정도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죠. ‘한달에 15만원만 벌어도 어디가서 굶어죽을 일은 없겠다’고요.”

출처: 공신닷컴 블로그
강 대표는 허리를 굽히고 카메라를 들여다 보며 말한다. 공신닷컴을 처음 시작했을 때 좁은 기숙사·자취방에서 몸을 숙이고 찍던 버릇 때문이다.

공부법-동기부여-습관 삼위일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가르친다. “학생들 앉혀놓고 공부법만 가르친 적이 있어요. 꼰대로 보였나 봐요. 말을 안들었죠. 그래서 한 번은 하루종일 실컷 놀아봤어요. 그러니 제 말을 듣더군요. 부모님도 몰랐던 과거를 털어놓고, 때론 모질게 말하며 학생들 마음을 열고 있어요.” 


동기부여는 그때 뿐일 때가 많다. 방송에서 ‘당신들은 공부를 안 한다. 동기부여 해줘도 다음 날이면 공부를 안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동기를 행동으로 만드는  ‘습관’을 강조했다. 


66일 동안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런던대학교에서 낸 연구결과가 뒷받침한다. 66일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 이후엔 큰 노력 없이 그 행동을 할 수 있다. 

달력을 보이는 곳에 두세요. 운동장 한바퀴 돌기? 5분간 집중하기? 달력에 매일 체크하며 습관 들이고 싶은 행동을 하세요.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매년 수능을 본다. 만점은 아니더라도 1등급을 자신한다. 하지만 목표는 전국 꼴찌. 다른 학생에게 피해 갈까봐 일부러 오답을 찍는다. “어떤 문제가 나왔는 지 알아보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학생들과 공감하려고 봅니다. 시험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요. 이번엔 저도 국어와 수학이 어렵더군요. 내년부터는 공무원 시험도 봐야 할 것 같아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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