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2달만에 배송 '불편한' 쇼핑몰 '매출 52억' 왜?

조회수 2018. 11. 6.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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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만에 라상무님 망토 5천개 완판시킨 쇼핑몰
선주문 후생산 플랫폼
재고비용 없어 소비자·생산자 친화적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라이언 망토' 대란. 지난 10월 쇼핑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Makers with Kakao)'에서만 독점 판매한 '라이언 망토'. 주문하고 한달을 기다려야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한정 수량 2000개가 7시간만에 동이 났다. 1개월 후 다시 한정 수량 5000개가 올라왔다. 이번엔 3시간 후 다 팔렸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이하 메이커스)는 메신저앱 카카오톡 안에 있는 쇼핑플랫폼이다. 아트토이, 수제 비누, 뮤지컬 티켓 등 다양한 물건을 판다. 메이커스는 플랫폼에 올라가는 콘텐츠 등을 만들어주고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판매자와 메이커스가 판매금액을 7:3으로 나눈다. 


대신 일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최소~최대 생산수량을 정해놓고 일정 기간 동안 주문을 받는다. 최소 수량을 넘기면 생산에 들어간다. 이보다 주문이 적으면 자동 취소다. 물건을 받기까지 길게는 두 달이 걸리기도 한다. 


올 2월 문을 연 이 '불편한' 쇼핑몰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10개월만에 누적 매출 52억원을 달성했다. 그동안 메이커스에서 물건을 판 업체는 302곳. 판매 제품 90% 이상이 최소수량보다 많았다. 라이언망토처럼 잘 알려진 캐릭터 상품보다 대부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것)' 제품이었다. 비결이 무엇일까? 

출처: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페이스북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만듭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쇼핑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Makers with Kakao). 오른쪽 사진은 지난 10월 2차 판매까지 매진된 '라이언 망토'.

생산자금 부족한 초창기 사업자에 유리

멀티탭을 4주나 기다려서 사는 사람이 있겠어?

지난 9월 메이커스에 올라온 '브런트 코드'를 만든 남찬우(41) 브런트 대표의 생각이었다. 220v짜리 콘센트만 있는 다른 멀티탭과 달리 USB 포트를 2개 넣었다. 가격은 2만5000원. 다른 쇼핑 플랫폼 대신 메이커스에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메이커스에 가장 먼저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있었지만 어떤 색상이 얼마만큼 팔릴 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오픈마켓같은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보통 3일 정도 안에 출고가 안되면 취소율이 높다고 하더군요. 저희 제품을 미리 팔면서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보니 메이커스가 한국에서는 유일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남찬우 브런트 대표. 오른쪽은 메이커스에 올린 멀티탭 '브런트코드'. 220v콘센트를 여러개 배치한 기존 멀티탭과 달리 220v콘센트 1개에 USB포트를 2개 넣었다. 최근 전자기기 충전이 USB케이블로 이뤄진다는데 착안했다. '가지고 다니는 전기'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

먼저 4주간 주문받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배송해주는 조건이었다.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최소 수량은 1개, 최대 수량은 1000개로 정했다. 3일 만에 매진됐다. 


이후 색깔을 3개로 늘려 2차 판매에 들어갔다. 메이커스에서는 재주문을 '앵콜'이라고 부른다. 전체적인 반응은 1차 때와 비슷했지만 색깔별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반응에 따라 색깔별 주문수량을 조절했다.  

메이커스가 일종의 시장조사 역할을 했네요. 

그런 셈이죠. 저희 제품이 기존 멀티탭보다 진화한 형태지만 '멀티탭은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건데 새로울 게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수요를 모른 채 초창기에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기엔 위험도 컸고요.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이 늘어나니까요.

메이커스에는 원칙이 있다. 취소는 주문 24시간 내에만 할 수 있다. 이후에는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 

주문하고 안사겠다는 분은 어느 정도나 됐나요? 

1~2%입니다.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한 경우 배송받기까지 2개월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취소율이 굉장히 낮죠. 메이커스 이용자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무조건 하루만에 와야지'라는 생각 대신 '희귀한 걸 산다' '일반 쇼핑몰에서 안 파는 걸 산다'라는 생각이 우선인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메이커스는 주문이 마감되면 판매자에게 결제금액 일부를 우선 지급한다. 당장 생산 금액이 부족하더라도 이 돈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다. 소규모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이다. 

메이커스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보통 제조업은 시장조사 지표를 분석해서 생산량을 가늠합니다. 클라우드펀딩이 '내가 이런 아이디어가 있으니 투자해달라'는 의미라면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 일반 전자상거래플랫폼에서는 이미 생산한 물건을 팔 수 있죠. 메이커스는 그 중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생산능력은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얼마나 생산해야할 지 수요가 명확치 않을 때 특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본인 제공
메이커스에서 앵콜 포함 12번 물건을 판매한 전통차 업체 소산원의 주필 대표와 제품. 목련차 등은 메이커스에서만 500통 이상 판매됐다.

다양한 연령층에 알리는 효과 있어 

뭐 한 10개나 팔리겠어요?

지난 5월 전통차 브랜드 '소산원' 주필(49) 대표는 최소~최대 수량을 써내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창업 13년간 자체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광고를 해봤지만 결과가 시원찮았던 탓이다.  

소상공인들은 마케팅이 어렵습니다. 파는 사람도 많고 제품도 다양하니까 오히려 소비자들이 질 좋은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대전소상공인진흥공단 추천으로 메이커스와 만났을 때도 큰 기대는 안했다. "커피보다 차(茶)가 훨씬 시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다도나 예절이 먼저 떠올라서인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어렵거든요." 


최소 수량은 10개, 최대 수량은 200개로 했다. 원래 가격에서 10% 할인해 3만2000원에 내놨다. 10시간만에 200개가 모두 팔렸다. 

메이커스에서 얻은 매출이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까지 앵콜 포함해서 12번 정도 올렸어요. 대량생산이 안되니까 한번에 150~200개를 최대수량으로 잡았어요. 메이커스에서만 한 7000만원쯤 매출이 나왔어요. 그동안 자체 매장이나 백화점 등에 입점해서 1년에 2억원 정도 매출이 나왔는데, 3분의 1이 한번에 늘어난 거예요.

효과는 매출 증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소산원은 제품 특성상 주로 30~50대 고객이 많았다. 카카오톡 기반인 메이커스에는 20대 고객이 많은 편이다. 20대 고객이 많이 생겼다. 영업 기반을 확대한 것이다. 주 대표는 "차를 커피나 탄산음료처럼 대중적인 음료로 만들고 싶다는 꿈에 좀 더 다가섰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온 판매 방식과 다른데 어떻게 도전하게 된건가요? 

그동안 정부기관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겪었습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지원에만 의존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운영하는 사람이 노력을 안하고 지원만 바라면 결국 실패하더라구요. 계속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메이커스는 한국인 대부분이 쓰는 카카오톡 앱 안에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송까지 얼마나 걸리고, 주문취소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총 2주 정도 걸립니다. 주문을 1주일간 받고 나머지 기간에 배송해요. 그동안 취소는 딱 한 건 있었습니다. 배송 일자를 주문할 때부터 공지하니까 소비자 불만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미 만들어진 물건보다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게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해주더군요.
출처: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홈페이지
대량생산 대신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자는 의미를 담은 메이커스의 캐치프레이즈.

주문 후 생산 방식 유지할까? 

메이커스가 급성장한 이유는 3가지이다. 

① 카카오 플랫폼 효과
② 다양한 제품 선정·판매
③ 가치 소비하려는 사람 증가

메이커스는 생산·소비 패턴 변화에 착안했다. 최근 트렌드는 '세상 하나 밖에 없는 물건' '남들과 다른 제품'을 선호한다. 산업화시대 대량 생산으로 효율성을 얻던 데서, 다양한 제품을 조금씩 만드는 시대가 됐다. 필요한 수량만큼만 생산해 쓰지도 않고 버려지는 물건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주체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 (메이커스의 핵심 가치)

'윤리적 소비'나 남들과 다른 물건을 선호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진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친환경 소재 제품을 좋아할 순 없지만, '환경을 덜 해치는 소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친환경 제품 구매율이 높다.  


메이커스는 카카오톡에서 간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 별도 가입 절차도 없다. 수제 머플러나 액세사리 등 다른  쇼핑몰에 없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관련 기관에서 품질을 인정받거나 직접 입점 신청한 업체를 메이커스 담당자가 검증해 선정한다. 


지난 2월 론칭한 메이커스는 내년 2월 분사한다. 앞으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많아져도 이 모델을 유지할 수 있을까? 

메이커스는 소셜임팩트 기업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회를 변화시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입니다. 주문을 받아 수요를 파악한 후 생산에 들어간다는 기본 골격은 유지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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