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차 만드는 남자..취미를 직업으로 '인기폭발'

조회수 2018. 11. 6.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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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수제자동차기업을 만든 남자
모해닉스 게라지스의 김태성 대표
수제로 자동차를 만들어 큰 인기
"전기자동차의 꿈 펼치겠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 탄현면의 자동차 공장. ‘씨잉~’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강력한 엔진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빨간색 작업복을 입은 남성 여려 명이 자동차 배선을 이리 저리 자르고 연결한다. 한쪽에선 자동차 보닛에 얼굴을 들이밀고 도장작업이 한창이다.


수제(手製) 자동차 업체 모헤닉 게라지스(Mohenic Garages). 기존 차의 골격만 남겨 놓고 엔진, 외관, 인테리어를 재조립(리스토어·restore)해 만든다. 페라리, 롤스로이스, 파가니 등을 지향한다.

1991년 나온 현대자동차 갤로퍼 구형만 리스토어하고 있다. 원목을 이용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바늘이 돌아가는 영국제 계기판,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레트로 오디오, 고급 카펫 등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디자인과 쓰는 재료에 따라 모헤닉 1~2세대, SG, 김수로 등 6가지로 모델이 나뉜다. 구형 갤로퍼가 6개의 모델로 새로 태어나는 것. 최고 시속은 160km정도다.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혁신’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1~2대 정도만 만드는데 모델 옵션에 따라 3000만~8000만원을 받는다. 웬만한 외제차보다 비싼데도 2018년 2월까지 주문이 찼다. 이미 몇 대씩 차를 가진 고액 자산가들이 주요 고객이다.


2014년 창업해 지금까지 50여대를 팔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30% 정도.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100억원으로 전남 영암에 연간 100~200대 생산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장할 계획이다. 

회사를 창업한 김태성(44) 대표를 만났다. 선글라스에 중절모를 쓰고 나타났다. 가구 디자이너, 패션잡지 CEO로 일하다 수제자동차 기업을 만들었다.

출처: jobsN
김대성씨

 60년대 감성 건드리는 최고시속 160km 수제차

회사를 소개해 주세요.

어릴 때부터 손수 차 만드는 꿈을 꿔 온 ‘차 덕후’들이 모인 곳입니다. 기존 업체에선 꿈을 이루기 어려워요. 수많은 공정 중 일부만 담당하니까요. 여기선 재창조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직원은 연수생을 포함해 35명 정도 있습니다.

어떻게 차를 만드나요. 

“해체 작업 부터 합니다. 뼈대인 캐빈(cabin)과 프레임바만 남겨두고요. 하나 하나 새로 만들어 조립합니다. 현대 테라칸 엔진 부품으로 엔진을 만들고, 다른 부품도 모두 손으로 만들어 장착합니다. 도장, 도색, 샌딩에 인테리어 작업까지 하면 1대 완성하는 데 3개월이 걸리죠. 다만 한 번에 여러 대 작업이 가능해 한 달에 1~2대 완성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수제차의 경쟁력은 뭔가요.

성능 자체는 뛰어나지 않습니다. 편의장치가 많은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인간 본연의 감성적 가치를 건드립니다. 투박하지만 손으로 만든 것에 공감하는거죠. 저희 차 계기판은 바늘로 표시됩니다. 숫자, 디지털에 질린 사람들이 좋아해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세요. 우리가 열광한 대상은 알파고가 아니라 같은 인간인 이세돌이었습니다. 자동차가 발전하면서 인간 냄새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60~70년대는 감성적인 디자인의 차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보기 어렵죠.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게 수제차입니다.

자동차 보험은 됩니까?

부품을 쉽게 조달할 수 없어 자차보험 처리가 안 됩니다. 대신 저희가 연간 110만원에 무상수리, 소모품 교환 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출처: jobsN
모헤닉게라지스의 수제 자동차

대학교수, 대기업 출신이 직원

두산 등 대기업, 대학 교수, 연구원을 관두고 뛰어든 사람이 많다. 자동차 정비분야 외에 실내건축 디자인, 재료공학, 기계 등 대학 전공이 다양하다. 낮은 연봉을 감수한 채 열정으로 뭉쳤다.

자동차 전공이 아닌데도 차를 만들 수 있나요? 

차 만드는 기술은 6개월~1년이면 배웁니다. 자동차 정비사 같은 자격증도 2~3달 공부하면 따고요. 도제식으로 차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데, 전공이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새로운 혁신은 융합에서 나오니까요.

그래도 전문가가 낫지 않나요

정비소 출신 직원이 일 배우겠다고 와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불성실한데다 창의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자기가 배운 기술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거죠. 한 달만에 해고하고 다시는 자동차 정비소 출신은 뽑지 않고 있습니다. 자동차 덕후이면서 무경력자를 뽑는 것을 원칙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다. 최근 평가받은 회사 가치는 200억원. 액면가 500원짜리 한 주로 환산하면 12만 5000원이다. “적게는 2000만~3000만원, 많게는 1억원 어치 스톡옵션을 지급했어요. 1억원을 받은 직원의 주식가치는 3억원에 달하죠.” 


연수생 제도를 운영한다. 6개월 일을 무사히 마치면, 100% 정규직 전환을 해준다. 올해 연수생 채용 때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 졸업생, 가방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의 청년이 지원했다.


임승택(36) 씨는 10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연수생으로 들어왔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모헤닉에 왔다”고 했다. 

출처: jobsN
자동차를 새롭게 복원해 만드는 모습

15년 취미의 대발견…고객 돈으로 창업

1996년 하이텔 자동차 동호회 ‘클럽 엘란’, 아우디 TT클럽을 만들었다. 밤마다 회원끼리 만나 자동차 경주를 즐기고 술 한잔 기울이며 차 이야기를 했다.  


일은 전공을 따라갔다. 홍대 목조형학과를 졸업하고, 가구 회사 ‘더디자인’을 차려 10년 간 운영했다. 한때 40곳 매장을 내며 연 70억~80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러나 중국산 카피 제품이 생기면서 2008년 문을 닫았다. 재기하겠다며 본인 영어 이름 ‘헤니’를 본따 패션잡지 ‘헤니 하우스’를 만들었다.

잡지는 잘 되던가요. 

매달 2000권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1000권 판 게 최고 기록이에요. 잡지 사면 선물로 주는 프린팅 티셔츠를 찾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어요. 매달 수천만원씩 적자가 누적됐죠. 결국 2012년 잡지를 접고 프린틴 티셔츠 백화점 납품으로 사업을 바꿨는데 이것도 별로였어요.

2013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캠핑 취미를 갖기로 했다. 맞는 차를 알아보다, 아예 직접 만들기로 했다. 정통 사륜구동 방식에 클래식한 디자인의 갤로퍼를 사들여 자신의 디자인을 담아 개조했다. 1200만원이 들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개조 과정을 개인 블로그와 카페에 올렸다. “나도 만들어달라” “어떻게 했느냐” 선풍적인 반응이 왔다.  

반응이 좋아 사업을 시작한건가요. 

아뇨. 반대에요. 제 디자인으로 개조한 차가 인기를 얻자 저를 폄하하는 사람이 나왔어요. 자동차 실내복원 업체들이죠.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한번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존 사업을 접고 뛰어들었어요. 오기로 시작한 거죠.

'갤로퍼를 디자인 철학이 담긴 차로 개조해주겠다'고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주문 40대가 접수됐다. 대당 3000만원 정도씩, 10억원 넘는 선금이 들어왔다.

고객 돈으로 창업한 셈이네요.

맞습니다. 10억원으로 파주에 공장 짓고 차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 자동차 동호회 만든 청년이 차 회사 사장이 된거죠.

앞으로 자신 있나요.

제 취미가 직업이 된 셈입니다. 전 아직도 스스로 디자이너이자 작가라고 생각해요. 가구 만들 때도, 잡지 만들 때도 ‘상상하는 걸 만든다’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자동차라고 못할 게 없어요.
출처: jobsN

수제차 외에 수제 오토바이도 만들어 팔고 있다. 이익의 대부분을 메탄올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투자한다. 메탄올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업체 '프로파워'와 최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내년에 시제품을 낼 계획이다. 메탄올을 충전하면 300~400시간 달릴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느린 상황이이에요. 새로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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