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퇴사 3인방 "꽉 막힌 조직문화 싫었다"
입사하자마자 퇴사하는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
그들은 왜 떠나야만 했을까?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4년(25.2%)보다 2.5% 포인트나 올랐다.
이른바 ‘청년백수 100만 시대’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때,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나온 ‘신입사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뭘까? 취준생들이 꿈꾸는 좋은 직장을 때려치운 3명의 ‘전직’ 신입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상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기업·조직 문화
첫 직장은 어떤 곳?
대기업 경영관리본부 재무팀에서 일했다. 본래 꿈은 교직원이었다. 처음부터 이직을 생각하고 입사했다. 부서는 이직을 위해 경력을 쌓으려면 재무팀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왜 퇴사를 결심했나?
돈은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처음 있던 곳은 심지어 화장실이 급해도 다들 눈치 보느라 못 가는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이직하면서 생각한 기준은?
기업문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공기관도 경직된 편이라고 들었지만, 대기업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한 다음 가정생활도 생각했다. 출·퇴근시간 여유도 중요했고, 야근이 별로 없었으면 했다.
공공기관으로 온 지금은 만족하나?
충분히 만족한다. 이곳엔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업무에서도 담당자를 무시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만큼 책임도 크다. 이직을 생각하고 첫 회사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좋았으면 계속 다녔을지 모른다.
돈·사람·일 모두 충족 안됐다
첫 직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IT 회사 몇 곳에 지원했고, 처음 지원한 회사에 덜컥 합격했다.
IT가 ‘핫’하다고 하니, 문과생도 IT를 배우면 경쟁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IT 회사는 IT를 배우는 곳이 아니었다. 회의에 들어가면 모르는 용어들 투성이였다. 어떤 회사인지도 잘 모르고 들어갔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돈’ ‘사람’ ‘일’ 중에서 한 가지만 맞아도 회사에 남았을 텐데,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 했다.
돈은 적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힘들었다. 입사 전에 기대했던 대로 IT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선배들은 군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일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두 번째 회사는 어떻게 선택했나?
근무환경과 적성을 생각했다. 첫 회사에서 나온 후에 홈쇼핑 MD 인턴을 했는데, 일이 재미있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아쉽게도 정규직 전환 경쟁에서 떨어졌다.
정규직이 안됐을 땐 첫 회사 사표를 쓸 때보다 더 앞이 깜깜했다. 그리고 홈쇼핑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간절함은 더 커졌다. 6개월 뒤 공채시즌에 다시 도전했고, 결국 지금은 홈쇼핑 MD로 일하고 있다. 한번 퇴사했기 때문에 다시 나올 것 같은 회사는 지원하지 않았다.
새 회사는 만족스럽나?
지금 하는 일이 좋다. 사람들도 좋고 연봉도 높다.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회사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해졌다.
IT 회사는 휴가도, 출퇴근도 자유로웠다.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일주일 동안 야근하고도 주말에 방송이 있으면 또 출근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이 좋다.
회사와 고용의 안정성
첫 직장을 선택한 이유는?
졸업 전에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가수나 탤런트같이 연예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엔 신나게 일을 시작했다.
왜 회사를 떠났나?
어느 순간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마침 학생 신분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졸업 후에 회사와 고용형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미련 없이 그만뒀다.
두 번째 직장은 어떻게 선택했나?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었고, 전공과 얼마나 맞는지도 고려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어야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공이 직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또 이직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뭔가?
이제 막 성장하는 회사이다 보니 시스템부터 갖춰 나가는 데서 마찰이 많았다. ‘맨 땅에 헤딩’은 생각보다 힘들더라. 또, 다른 직군의 회사 동료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직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종의 계급이 있더라.
어떤 회사로 가려고 하나?
첫 이직 때와 고려할 요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회사의 안정성을 보게 된다. 특정 산업군에만 있는 직무보다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직무였으면 좋을 것 같다.
평생직장은 없다
경총 조사에서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건 ‘조직·직무적응 실패’(49.1%)였다. ‘급여·복리후생 불만’(20.0%), ‘근무지역·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5.9%)도 많았다.
다들 “평생 직장은 없다. 회사에 내 인생을 모두 맡길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회사를 떠나는 건 당사자나 회사 입장에서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년 근무해서는 전문성도 쌓기 어렵고, 이직 때 경력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회사도 교육이 막 끝난 인력이 떠나는 건 손실이 크다. (한 기업 관계자)
인터뷰에 응한 ‘전직’ 신입사원의 마지막 말.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나에게 맞는 회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지난 시간을 헛되게 보낸 것 같아 아쉽다.
글 jobsN 이건·금상준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