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행복' 위해 업무 시간 빼주는 회사

조회수 2020. 9. 29.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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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 기업 '페이스북코리아'의 복지와 연봉 수준
학력과 나이, 출신을 아무도 모르는 회사
출퇴근 시간도 없고, 재택근무 활발
1주일에 한번 저커버그와 대화
내가 다녀본 최고의 회사, 그리고 마지막 회사
이 이후의 직장을 상상할 수 없다

잡플래닛 후기에 칭찬으로 도배된 회사가 있다. 시가총액이 3342억달러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한국 지사인 페이스북코리아.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서울 강남에 있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본사를 가봤다.

첫인상은 사무실인지, ‘부티크 호텔’ 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색감 넘치는 인테리어. 이어 미니바가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와인과 맥주로 가득찬 냉장고가 있는 곳이다.  페이스북 홍보담당 박상현 부장은 “일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냉장고 옆으론 색다른(?) 물건으로 채워진 자판기가 있다. 5만3000원짜리 갤럭시 케이스, 9만원짜리 애플 아답터, 3만원짜리 이어폰, 값비싼 키보드와 메모리디스크까지. 이 모든 것을 무료로 뽑아 쓸 수 있다.  박 부장은 

“직원들이 감사하며 쓰라는 뜻에서 가격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형 TV 부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푹신한 소파까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뽑히는 이유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하드웨어가 전부가 아니다. 직장으로서 페이스북 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국내 대기업과 ‘거꾸로’가는 인사제도와 복지혜택, 강력한 인력 풀이 좋은 직장을 만드는 첫째 조건이다. 기업 문화는 '학력 대신 실력', '아부 대신 능력', '통제 대신 자율'의 3박자가 핵심이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가전 악세사리 자판기와 사무실 모습

한 명 뽑는데 3개월~1년 걸려

페이스북처럼 최고의 기업엔 최고의 '학벌'을 가진 인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페이스북 코리아 직원 50여명 가운데 이른바 ‘SKY’출신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비SKY출신이 80%에 이르는 것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정밝음씨는 한양대, 박상현 홍보부장은 한동대를 나왔다. 프로게이머, 연극배우, 축구전문기자 등 전직도 다양하다. 정밝음씨는 “학력 영어성적 등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흔한 스펙을 보지 않으니 사람 뽑는 과정이 까다롭다. 우선 후보자를 선정해 페이스북코리아 인사팀이 면접을 본다. 이어 지역 본부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지사가 영어 인터뷰를 본다. 이후 추가로 면접을 더해 후보자 별로 총 4~8번의 면접이 이뤄진다. 이렇게 사람 하나 뽑는 데 3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첫째로 꼽는 요건은 ‘오너십’이다. 평직원이라도 회사 오너처럼, 일을 A~Z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지 본다. 그래서 4년 이상 경력자를 주로  뽑는다. 박 부장은 “입사 후 한 달이 지나 상사에게 일을 물어보면 창피한 일로 간주한다”고 했다. 자기 가치를 6개월 간 증명하지 못하면 제 발로 회사를 나가야 한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늘면서 신규 채용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약 14개 정도의 채용포지션이 열려 있다.

출처: 페이스북 제공(왼쪽) jobsN(가운데), 영상 캡처(오른쪽)

성과는 동료 직원들이 평가

연봉은 직무와 경력, 성과 별로 차이가 난다. 직장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을 보면 IT인터넷 부분 대리(5752만원), 디자인 부분 대리(8000만원), 영업제휴 과장(7800만원) 등의 연봉 정보가 게재돼 있다. 대부분 경력직원이라 전 직장에서 받은 연봉을 베이스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 평가는 주도적이다. 정밝음씨는 “1년에 네 차례 내가 평가를 받고 싶은 사람 5명에게 성과 평가를 제안해  A4용지 반 장 정도 분량의 평가서를 받는다”고 했다. 


평가서엔 반드시 구체적인 사레가 들어가야 해서, 보통 같은 일을 하는 동료 직원들이 해준다. 박 부장은 “무조건 칭찬만 해선 안된다”며 “굉장히 정확하고 냉정하게 피드백을 한다”고 했다. 동료로부터 평가서를 모으는 데는 약 3주 정도 걸린다.


성과를 평가할 땐 직원의 실패를 귀하게 여긴다. 직원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주변 환경의 어려움은 있지 않았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핀다. 매출 같은 ‘숫자’로 표시되는 정량평가 비중은 미미하다. 

출처: 페이스북코리아
페이스북 사무실 모습

성과급은 연초에 목표한 금액의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연초에 1000만원을 목표로 했다면, 실적에 따라 3000만원까지 받는다. 이와 별도로 페이스북 주식을 입사 후 4년에 걸쳐 받는다.


또 연간 102만원 상당의 헬스·스포츠비, 연간 20일 휴가, 안경비용(20만원) 등의 복지혜택이 있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단위로 수시 ‘직원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회사의 조직문화나 사내시설, 처우혜택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면 언제든 회사가 기울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편을 느끼는 문제는 바로 개선한다”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에게 1주일에 한 차례 질문가능 

이렇게 좋은 사무실에 정작 직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업무 성격에 따라 대부분 외근을 하고 재택근무도 활발하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사무실 의무 근무 조항도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조용범 지사장 스스로 자녀를 학교에 등교시킨 뒤 오전 9시30분에 출근한다. '본인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매니저와 자유롭게 의논해 시간을 뺄 수 있다. 성과만 내면 된다.

출처: 페이스북 뉴스롬

서로 학력과 나이, 출신을 알 필요가 없고, 배경이 다양한 만큼 동문 모임 같은 게 들어설 자리가 없다. 사내정치를 시도했다간 ‘매장’ 당하기 십상이다. 나이 든 직원이 나이 어린 사원에게 반말을 했다가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업무량은 많은 편이다. 인적 자원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창업자처럼 ‘일당백’으로 일해야 성과를 낼 수 있고, 일이 없다면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분위기에 적응할 때까지 “왜 나한테 일을 안 시키느냐. 힘들다”고 하소연 한다.


전세계 페이스북 직원들은 1주일에 한 번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화상회의 형식으로 대화할 수 있다. 금요일마다 미국 서부 시간으로 오후 4시(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아침 8시) 열린다. 페이스북코리아 직원들은 토요일 아침 화상 컴퓨터를 켜고 본사 Q&A세션 담당 직원에게 질문을 즉흥적으로 부탁한다. 좋은 질문을 사전에 추려 던지기도 한다.  


직원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최근 대화에서 '당신이 00노래를 좋아한다는데, 직접 랩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 있었다. 인턴으로 채용된 한 직원은 "안녕 저커버그. 이번에 인턴으로 채용됐어. 반갑다"고 인사했다고 한다. 이밖에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브렉시트' 사태 등 경영과 거시경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박상현 부장은 "매우 사소하거나 과거에 이미 나왔던 질문에도 모두 답을 해준다"고 말했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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