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문대 나온 여자'를 꺼리나?

조회수 2020. 9. 29.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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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대 여자 신입생에게만 월세 32만원 보조 정책
도쿄대 내년 신입 여학생에게 월세 지원
수십년째 여학생 비중 20% 아래
도쿄대 출신 직장·결혼생활 어렵다 편견 있어
내년 봄 학기부터 입학하는 여학생에게 월세 3만엔(약 33만원)을 지원하겠다.

최근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교대학이 내놓은 정책입니다.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근처에 소형아파트 100채를 마련해 여학생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준다고 합니다. 이 지원은 최장 2년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쿄에 살더라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지역에 살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돈은 갚지 않아도 되고, 지원 받을 때 부모의 소득도 따지지 않습니다. 


여학생 비율이 너무 낮아 내놓은 특단의 조치인데요, 왜 여학생들은 도쿄대에 지원하지 않으려고 할까요? 

출처: 도쿄대 코마다 캠퍼스 홈페이지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 있는 신입생을 위한 건물.

도쿄대는 명실상부 일본 톱 대학입니다. 미국 언론사 US뉴스 선정 아시아지역 대학 1위, 영국의 세계대학평가기관인 QS 선정 세계 34위 대학입니다. 


하지만 여학생 비율은 18~19% 수준입니다. 도쿄대 자체 조사 결과 하버드대(50%), 프린스턴대(49%), 스탠퍼드대(48%) 등에 반해 낮았습니다. 일본 국립대 평균(37%)의 절반 수준이고, 게이오대(37%)·와세다대(37%) 등 다른 일본 대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습니다. 


도쿄대학과 일본 언론이 진단한 이유는 3가지입니다. 

① 안전 문제 


도쿄대학은 이번 조치를 내놓으면서 "현재 여학생의 40%가 가정 외에서 통학을 한다"며 "거주 불안 등이 해소되면서 여학생 지원자가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도쿄대는 몇년전부터 여성 인재를 찾기 위해 지역을 돌면서 설명회를 합니다. 아사히 신문은 "도쿄대가 '안전한 거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쿄로 보내기 어렵다는 학부모가 많아 이런 정책을 내놨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도 비슷한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여학생들이 안전을 고려하면 집세가 너무 비싸진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통학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이번 정책을 이런 장시간 통학을 줄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취지인 것 같네요.

남녀 문제를 넘어 도쿄의 높은 임대료 등이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출처: 도쿄대학 홈페이지
도쿄대가 매년 실시하는 '여고생을 위한 도쿄대학 설명회'. 재학생들이 직접 여고생에게 학교 생활 등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② 도쿄대 출신에 대한 편견

지역에서는 '남자라면 무리해서라도 도쿄대에 보내지만 여자는 지방국립대만 충분하다'라는 인식이 있다. 집세 보조 같은 정책이 아니면 우수한 지역 여학생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일본 네티즌의 의견입니다. CNN머니는 “일본의 뿌리깊은 가부장문화로 수백만의 고학력 여성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지 않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싱가포르에서 일한 준코(40)씨는 "일본 부모들은 '여자는 적당한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굳이 명문대를 가기 위해 딸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거나 재수를 시키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쿄대 출신 여학생을 '동대여자(東大女子·도다이조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담겨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때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도쿄대 출신 여자는 직장에서 일 시키기가 어렵다.
국립대인 도쿄대까지 나와 주부가 된다면 세금 낭비
출처: 도쿄대학 홈페이지
도쿄대는 여학생을 모교로 파견하거나 여고생을 직접 대학으로 초대해 학교 생활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18~19% 수준인 여학생 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③ 지역 내 대학을 선호하는 분위기 


지난 5월 아시히 신문은 "도쿄의 유명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출신지가 도쿄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수도권 출신 합격자가 지난 30년간 1.5배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 변화도 있다고 합니다. 아사히 신문은 시마네(島根)현의 한 고등학교를 예로 들었습니다.


30년 전 11명이 도쿄대에 진학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1명만이 도쿄대에 갔다는 겁니다. 근처 지역국립대에 간 학생은 80명이 넘었습니다. 


일본의 진학연구소가 조사해보니 대학진학자의 약 49%가 "출신 지역에 남고 싶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도쿄보다 집 근처 대학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도쿄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할 수 있는 지역에 머무는 게 더 매력적일 겁니다. 인터넷이 보급돼 지역에서도 대도시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이유입니다. ('지방에 남는 젊은이들' 저자 아베 마사히로(阿部眞大) 교수)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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