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그만두고 아이 밥 챙기는 남자

조회수 2020. 9. 29.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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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안하니까 기회라고 판단"
아빠의 마음을 담아 제작
재미와 교육 효과 모두 노려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주고 싶어
아이가 이 시계를 차고 있으니까, 스스로 밥을 정말 잘 먹어요.

올 6월, 임상시험 결과를 확인하러 어린이집을 찾은 박정록 대표에게 다섯살 아이의 어머니가 웃으며 한 말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증언'에도 반신반의했던 그녀였지만, 주말 동안 집에서 이치워치를 찬 아이가 밥을 뚝딱 해치우는 걸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이치워치(ItsyWatch)는 박정록 키즈소프트 대표(46)가 삼성전자 C랩에서 개발한 시계 모양의 스마트 기기다.


이치워치는 ‘아이들이 쓰는 작고 귀여운’이라는 뜻의 이치(itsy)와 워치(watch·시계)를 합한 말이다. 실제로 제품 화면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탈을 쓴 어린이 캐릭터 '용용이'와 '용순이'가 나온다. 5~7세의 아이들이 식사나 양치 같은 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기르도록 돕는다.

(왼)이치워치. 화면 속 캐릭터는 '용용이'다, (우)이치워치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키즈소프트

아빠의 마음을 담아 제작

C랩은 삼성전자가 2012년에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임직원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지원한다. 지원 당시, 박정록 대표의 직책은 책임. DMC연구소에서 통신 및 뉴 디바이스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연구소장님의 제안이었습니다. 원래는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부 심사 때, 연구소장님이 ‘이런 제품은 시중에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죠. 마침 팀원 네 명 모두가 아버지였어요.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90년대에 열풍을 일으켰던 다마고치처럼, 화면 속 캐릭터를 아이들이 돌보는 시스템이다. 


부모가 모바일 단말기용 앱으로 생활 습관과 관련한 미션을 설정할 수 있다. 아이가 제대로 미션을 수행하면, 캐릭터는 조금씩 성장한다. 부모는 앱으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목걸이나 팔찌가 아닌 시계로 제품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서 시계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기여도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오래 사용할 수 없어요. 캐릭터나 소리 등을 담으려다 보니까 시계 형태가 적합했죠.
출처: jobsN
박정록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올바른 습관 형성에서부터 ADHD 진단까지

이치워치는 모션 센싱, 모션 디텍션 기술을 이용해 아이의 행동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식사시간에 아이가 숟가락질을 잘하고 있는지, 밥을 먹다 말고 돌아다니는지를 확인한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기술을 사용해 아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얻는다. 

어떤 효과가 있나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아이들이 올바른 습관을 기를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발달상태를 확인할 수 있죠. 행동 데이터와 어린이집 시간표를 대조해서 아이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초기에 진단하고 재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유아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힘든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EBS 같은 교육 영상을 많이 봤어요. 팀원마다 적게는 10편에서 많게는 수십편을 봤죠. 나중에는 유아교육학 교수나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보육 관련 공무원들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공동으로 개발한 부분도 많고요. 큰 도움을 주셨어요.
출처: jobsN
박정록 대표

부모와 아이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 제공이 목표 

지난 10월 31일, 박정록 대표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김혜수씨, 최연호씨와 함께 새로운 스타트업 ‘키즈소프트’를 차렸다. 내년 8월 제품 출시가 목표다. 가격도 1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창업은 꿈만 있었어요. 스핀오프(spin-off·회사 분할)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 내에서 유아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거 기회다' 싶었죠. 두 번째로는 SDC(삼성 개발자 컨퍼런스)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어요. 제품 니즈(needs)가 많았습니다.

직책의 변화에서 오는 부담감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을 시작해보니 많이 느낍니다. 회사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결국엔 비용문제라는 게 실감나요. 인터넷, 전화, 팩스비처럼 삼성에선 생각도 안 했던 비용들이 특히요. 가장 큰 걱정은 오랫동안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마련하는 겁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걱정하지 않던 부분들이죠.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사업 성공도 중요하지만, 유아교육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IT 서비스를 이용한 보육 서비스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처음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수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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