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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과 동창, 10년 꿈접고 대기업 입사해보니

예능PD꿈꿨지만 2년간 불합격 "꿈에 행복을 저당잡히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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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에서 순수 연극 전공
고2때부터 예능PD 꿈꿨으나 매번 낙방
일반기업으로 방향 전환 6개월만에 취업 성공

문화예술 전공자는 대개 배우나 연출가를 꿈꾼다. 하지만 쉽지 않다. 데뷔하더라도 이름 알리는 사람은 극소수. 임시·일용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기준 예술인의 연 평균 수입이 1255만원이라 밝혔다.


BGF 리테일(CU편의점) 김준호(29) 주임은 동국대 연극영상학과 06학번이다. 박하선·오연서·윤소이 등 내로라하는 동기와 대학생활을 함께 했다. 졸업 후 2년간 PD시험을 준비했다. 줄곧 낙방하다 방향을 틀어 2014년 BGF리테일에 입사했다. 평균연봉 4900만원,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김씨는 동기 95명중 유일한 예체능 출신이다. 순수 연극을 전공했고 PD 준비하느라 2년간 공백기가 있었지만 취업에 성공했다. 

출처김준호씨 제공

10년 동안 간직한 꿈

충북 제천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PD를 꿈꿨다. “MBC 느낌표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고2때 제가 사는 동네로 촬영을 왔어요. 현장을 지휘하는 PD에 반했죠.”


꿈을 이루기 위해 동국대 연극영상학과에 들어갔다. 수업 내용은 생각과 달랐다. 영상이 아닌 순수 연극을 배웠다. “어쨌건 PD준비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열심히 했습니다. 학교 다니며 연극을 총 8번 했는데, 무대에 오를 때마다 창피해서 배우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학교 선배인 개그맨 이경규씨가 장학금(각 250만원)을 지원하고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준호 씨를 좋게 본 이경규 씨가 외주 제작사를 하던 이훈희 PD에게 소개했다. 이 PD는 KBS 뮤직뱅크·해피투게더·여걸식스 등 연출 경력이 있다. “이훈희 PD가 일단 공중파, 종편, CJ E&M에 지원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2년 간 노력하다 안되면 그때 밑으로 들어오라면서요.”

연극이 끝난 후 김준호씨(파란색 재킷에 모자)와 동기, 선후배들

출처김준호씨 제공

탐탁치 않아하는 부모에게 “2년 동안만 지원해달라”고 선전포고했다. 동기였던 배우 오연서씨가 2012년 ‘오자룡이 간다’로 뒤늦게 스타덤에 오를 때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지라 믿었어요. ”


방송사 PD 입사시험은 ‘언론고시’라 부를 정도로 문턱이 높다. 방송사 별로 1~2년에 1~2명 모집하는 데 그친다. “아침에 일어나 예능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하고 기획서 쓰기를 연습했습니다. PD는 특정 주제를 주고 자유롭게 글 짓는 작문시험을 봐요. 스터디에 참여해 1시간 동안 글 쓰고 서로 첨삭하고 토론 했습니다. 글감을 모으기 위해 독서 스터디도 했고요.”


2년 간 지원한 방송사가 20개 남짓. 많지 않아 간절했다. 2013년 CJ E&M 입사 문턱까지 갔지만, 6주 인턴 과정 후 최종 입사 면접에서 탈락했다. SBS도 면접에서 탈락했다.

배우 박하선씨와 김준호씨

출처김준호씨 제공

순수 연극 전공자의 일반 기업 도전 

마지노선으로 삼은 2년이 지나고 이훈희 PD를 찾아갔다. 이 PD는 자신 밑으로 들어오려는 김씨를 말렸다. “PD도 회사원이나 마찬가지다. 네가 꿈꾸던 바와 많이 다르다. 20대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꿈에 저당잡히지 마라. 일반 기업에서 네가 재밌어 할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거다.”


멘토의 조언을 들은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했다. 방송국 PD시험만 준비했던 터라 모든걸 첨부터 해야 했다.


아침마다 신문 스터디를 해 시사상식에 대비했다. 기업과 직무 분석에도 많은 시간을 썼다. 남는 시간에 자기소개서를 썼다. 스터디원이 첨삭을 도왔다. “글이 추상적이고 미사여구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연극 대본 다루느라 감상적인 표현을 자주 썼던 버릇 탓이었어요. 글쓰는 습관을 뜯어 고쳐야 했습니다.” 

한화그룹 '기업가치 프로그램 홍보영상' 기획 및 출연한 김준호씨

출처김준호씨 제공

하루 2~3군데씩 지원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묻지마 지원’은 하지 않았다.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직무를 철저히 분석해 당장 도전할 수 있는 곳만 골랐습니다. 편의점 등 유통·서비스 쪽은 제 역량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초봉 3000만원이 넘는 곳만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 50여 곳에 지원해,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했다. “연극을 전공한데다, PD 준비하느라 보낸 2년의 공백기간이 문제였어요. 기업들이 좋게 볼리 없죠.”

출처김준호씨 제공

연극 전공, 영업과 잘 맞아  

딱 한 군데. BGF 리테일만 서류 합격에 성공했다. “SC(영업관리직군) 직무에 자신있었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1차 면접을 앞두고 5~6군데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5일 간 매 끼니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웠다. 귀찮아하는 편의점주에게 달라붙어 일을 물었다. “점주분들의 고충을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물건이 팔리지 않을 때 고민이 크다며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분이 계셨어요. 직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1차 면접 당일 10분 발표 주제는 '대형마트 옆 편의점이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였다. 30분 동안 A4용지에 기획서를 작성한 뒤 실무진 앞에서 발표했다. 연극 무대 경험이 많아 떨지 않았다. “PB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대형마트보다 접근성이 좋아 유리한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높다는 신뢰만 생긴다면, 소량 구매 고객은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을 찾을 거라 생각합니다.”  

출처김준호씨 제공

임원 면접을 앞두고 한달 40만원 짜리 면접 과외를 받았다. PD 최종면접 때 압박질문에 제대로 답변 못한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SBS 최종면접에서 ‘회사 그만 두고 연극하는 것 아니냐’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횡설수설해서 제대로 답을 못했어요. 과외를 받으며 압박질문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연극톤으로 부자연스럽게 말하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도 발견했어요.”


BGF리테일에서도 “회사 그만두고 연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솔직히 답했다. “연극계는 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BGF리테일은 상장을 앞두고 있어 비전이 밝습니다. 연극 등 단체생활을 오래해 소통능력이 뛰어납니다. 편의점 유통업에서 성과를 낼 자신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안된다면 면담을 요청하겠습니다.” 한달 인턴을 거쳐 2014년 7월 최종합격 결실을 맺었다.

출처김준호씨 제공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멘토되고파

입사 후 SC매니저로 일했다. 맡은 권역의 지점을 관리하는 일이다. 점주들에게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고, 직접 판촉도 해준다. 연극을 전공하고 PD를 준비한 경험이 직무에 도움이 될까.


“잠깐 들르는 편의점이지만 고객이 행복하길 바래요. 제가 예능PD를 꿈꾼 것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였어요. 매니저로 일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봤습니다. 매장에 유머게시판을 설치했더니 끼니를 떼우는 고객이 작게나마 웃더라고요. 방명록을 갖다놔 본 적이 있고, 빼빼로데이 때 몸에 빼빼로를 붙이고는 ‘나를 사가라’는 이벤트도 했어요. 식당가에선 고객들이 편의점을 나설 때 섬유탈취제를 뿌려주었죠. 연극 경험 덕에 여러 시도를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상권 개발로 업무가 바뀌었다. 편의점에 적합한 위치를 발굴해 회사가 임차하거나 점주를 연결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몸 던져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배우나 연출가 외에 다른 길을 생각하는 동국대 연극학부 후배들을 위해 올초부터 특강을 열고 있다. “비록 PD는 되지 못했지만 이경규 선배와 이훈희 PD 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후배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저처럼 일반기업에 입사하려는 후배를 계속 도울 예정입니다.”


10년 넘게 간직했던 꿈이 아쉽지 않을까. “온 힘을 다해 노력했어요. 그래도 안됐으니 미련 없어요. 일단 최선을 다해 보고, 안되면 다른 길을 가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꿈 때문에 지금 행복을 희생하지 마세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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