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현역 트레이너, 출산 후 25kg 빼고 찾은 직업

조회수 2020. 9. 29.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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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더 들어도 평생 트레이너로 사람들 건강하게 하고파"
75kg에서 1년 반 만에 25kg 감량
월 100만원 받는 학원강사에서 500만원 받는 트레이너로
50세 주부와 퍼스널 트레이너(PT).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조영선 트레이너에겐 자연스럽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활동한다. 서울 대치동 '코지짐'과 경기도 안산 '나이스휘트니스'의 인기 선생님이다.


트레이너를 시작한 나이는 37세. 20대 틈바구니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운동을 전공하지 않았다. 출산 후 급격히 불어난 몸을 관리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이 됐다.

삶의 의욕을 찾아 준 운동

원래 체구가 있었나요

아뇨. 보통이었어요. 출산 후 관리를 잘 못했죠. 2001년 둘째 낳고 75kg까지 쪘습니다. 몸이 무거워지니 관절에 통증이 오고, 손·발이 저리다가 허리 디스크까지 오더라고요. 통증 때문에 잠 못 잘 정도였어요.
출처: jobsN
75kg 시절

힘드셨겠어요

몸이 아픈데 우울증까지 와서 모든 일에 의욕이 없었어요. 7살 밖에 안된 큰 애한테 설거지를 시킬 정도였죠. 엄마가 종일 누워 일 시키니 애가 절 무척 싫어했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셨나요?

힘들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운동을 추천하더라구요. 일단 살을 빼야 통증이 사라지고 우울증도 나아질거라면서요. 그렇게 생전 안 해본 운동을 하게 됐죠.

조영선 트레이너의 운동 전략은 '근력운동 40분+집중 유산소운동 20분'이었다. 집중유산소운동은 '1분 걷기→1분 빠르게 걷기→1분 가볍게 뛰기→1분 빠르게 뛰기→1분 걷기 단계'로 구성됐다. 총 5분 한 세트로 4번 반복한다.

효과가 있던가요?

우선 잠이 잘 와요.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죠. 주변에서 '좋은 일 있냐'고 물을 정도로 인상도 밝아졌구요. 반응이 좋으니 재미가 붙더라구요. 전문서적까지 보면서 공부하고 운동했어요. 그렇게 1년 반 만에 25kg을 뺐어요.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출처: jobsN

어떻게 달라지던가요?

일단 옷 사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어요. 고무줄 바지만 입다가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으니 20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죠. 정신적으로도 큰 변화가 왔어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죠. 예전의 저처럼 아픈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트레이너에 도전을?

네. 원래 운동하던 사람이 아니라 초반에 힘들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고 필라테스와 요가, 스트레칭에 보디빌딩까지 할줄 알아야 하는데 버거웠죠. 젊은 사람들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인생에 다시 없을 도전이라 다짐하고, 밤새워 공부하고 훈련했어요.

공부까지 해야 하나요?

운동만 잘한다고 트레이너 되는 게 아녜요. 일단 문체부가 주는 국가자격증인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요. 필기 시험이 있어요. 근육 해부학이나 영양학 같은 의학 지식을 물어보죠. 어려워요. 3개월 독하게 공부해 힘들게 통과했어요. 실기는 웨이트, 필라테스, 요가, 스트레칭, 보디빌딩을 봐요. 1년 만에 최종 취득했습니다.

몸짱 만들기보다 건강 관리가 중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4년간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00만원 남짓한 수입이었지만 보람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애가 생기면서 그만뒀다. 이른바 '경력단절여성'.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트레이너로서 새 인생이 열렸다. 2003년 동네 문화센터 강사를 시작으로, 체육관 트레이너를 거쳐 프리랜서 트레이너가 됐다.

출처: jTBC캡쳐
3년 전 JTBC '남자의 그물건'에 출연해 동안 트레이너로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가르치세요?

절대 무리해 시키지 않아요.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는 운동은 독이 되거든요. 저 스스로 몸 아픈 걸 고치려고 운동을 시작했잖아요. 몸짱으로 만들어주기보다 건강을 지켜주는 쪽으로 가르쳐요.

트레이너로서의 삶, 어떠세요?

너무 만족해요. 한때 소원했던 큰 애가 좋아해서 보람이 더 커요. 엄마가 건강해지니까 너무 좋다며, 트레이너 일 하는 걸 반기죠. 아이가 칭찬하니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자기 전에 애들 운동시키면서 건강 챙겨줄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신체를 계속 공부해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다. 의학 관련 공부를 하루 3시간씩 꾸준히 하고 있다. 몸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로서 책임감이다.

수입도 괜찮나요?

아직 중학생인 둘째 챙기는 데 시간을 써야 해서 요즘은 일을 좀 줄였어요. 그래도 한 달 500만원 정도 벌고 있어요. 하루 2~5번 개인 수업하는 것 치고 많은 돈이죠.

기억나는 회원이 있나요?

삽질을 잘못해 골반이 비틀어진 분이 계셨어요. 17년 째 걸음이 불편하셨죠. Z운동이라고, 제가 개발한 골반 운동을 꾸준히 가르쳐 드렸어요. 이제 곧잘 걸어 다니세요. 이런 분을 보면 더욱 힘이 나죠. 중국에서 절 찾아온 분이랑 82세 할머니도 기억에 남아요.
출처: 채널A 캡쳐
채널 A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해 Z운동을 알려줬다.

양로원에 가도 트레이너 하고 싶어

꽤 유명인 반열에 올랐다. 트레이너를 시작하며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관리한 게 계기였다. 1년 만에 누적 방문자 30만명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이어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제 2의 몸짱 아줌마', '베이근녀'란 별명이 생겼다. 그 사이 나이 오십의 14년 차 트레이너가 됐다. 꾸준한 운동 덕에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

언제까지 할 생각이세요?

마이리틀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이경규 씨가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을 했잖아요. 양로원에 '누워 운동하는 방'을 만들어서라도 계속 가르치고 싶어요. 아무런 도구 없이도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함께 늙어가는 분들과 운동하는 삶도 재밌을 것 같아요.

평생 은퇴는 없다는 말씀?

그럼요. 절대 안 할 거예요.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할 수 없고요. 죽을 때까지 트레이너 할 겁니다.

글 jobsN 유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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