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가즘? 피지 쏙 뽑는 동영상 속 코팩 만드는 회사

조회수 2020. 9. 29.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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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된 지 2년..13명 채용에 1500명 몰려
SNS 하나로 매출 120억
1000만장 팔린 돼지코팩의 주인공

‘열고→뽑고→닫자’ 


‘3단 돼지코팩’. 지난해 화장품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매출 80억원을 올렸다. 피지를 부드럽게 녹이는 1단계 코팩을 15~20분간 붙였다 떼고, 피지를 뽑아내는 용도인 2단계 코팩을 붙인다. 마지막으로 모공 축소용 코팩을 붙여 마무리한다. 포털 사이트에 ‘돼지 코팩’이라고 치면 관련 제품 사용 후기를 무수히 볼 수 있다.  


2015년 출시 후 '올리브영'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며 지금까지 1000만장이 팔려나간 이 제품은 창업 1년 반 된 '미팩토리'가 내놨다. 5장에 1만2000원. 마스크팩 한 장 가격이 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꽤 고가다. 그럼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매출은 120억원이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20% 내외.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전문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한다. 매출의 25~40%를 제조업체에 준다. 

CJ에서 최근 투자를 받아 내년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 이창혁(31)씨를 만났다.

출처: jobsN
이창혁 미팩토리 창업자

사옥은 서울 성수동에 있다. 드넓은 2층 짜리 빨간 벽돌 건물에서 34명이 일한다. “예전에 공장으로 쓰던 곳이에요. 4년간 텅 비어 있었는데 최근 저희가 입주했죠.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공간도 만들 계획입니다.”


창업 1년 반도 안된 회사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13명을 뽑는 공채에 1500여명이 몰렸다. 127대1의 경쟁률. 웬만한 대기업, 중견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핫한’ 인기다. 이창혁 씨는 대표 자리를 다른 공동 창업자에 내어 주고, 경영기획 분야 이사로 보직을 바꿨다.

SNS가 급성장의 신의 한수 

미팩토리는 어떤 회사입니까. 

화장품을 연구개발해 만들지는 않아요. 핵심 역량은 마케팅입니다. 직원 34명 중 20명이 마케팅 직원이에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동 기획도 합니다. 저희 홈페이지, 소셜커머스, 오프라인 매장 등을 통해 판매합니다.

돼지코팩의 성공포인트는 뭡니까. 

사실 새로운 제품이 아닙니다.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죠. 문제는 소비자가 몰랐다는 데 있어요. 우연히 아이템을 발견하고 한 제조업체를 찾아가 공동 마케팅을 제안했어요. 이름을 ‘돼지코팩’이라 짓고, 제품 캐릭터와 디자인을 만들어 특허까지 냈죠. 그리고 SNS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TV 대신 페이스북에 광고를 한거죠. SNS 이용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반영했습니다.
출처: jobsN
돼지코팩 제품

SNS는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다. "서울 출신인지, 부산 출신인지. 19살인지, 29살인지. 지역, 연령대별로 선별적인 광고를 보낼 수 있어요. 사용자가 올린 글을 보고 관심사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도 있죠."


이 대표의 광고는 ‘직관적인 욕망’을 건드리는 동영상 방식이다. 사용 전과 후 모습(before and after)을 보여주는 게 대표적이다.



출처: jobsN
돼지코팩 모델 활동을 한 개그우먼 박나래씨
요즘 긴 영상은 안봅니다. 대신 자극적이어야 하죠. 코팩 영상이 딱 맞습니다. 코팩을 붙였다가 떼면 피지가 우수수 빠져나옵니다. 누구나 호기심을 갖죠.

광고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포털 사이트 '

‘코팩’ 키워드 검색량이 한달 5만 건에서 광고 후 1만건으로 늘었다. ‘돼지코팩’은 키워드 검색량은 3000~4000건에서 13만건으로 급증했다.


이 대표는 “SNS 한달 광고비로 1억원을 써서 10억~15억원의 매출을 낸다. 매출의 10% 정도면 광고 비중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두번째 신의 한수는 ‘신조어’다. 미팩토리는 ‘오르가즘’ 단어에 착안해 ‘피르가즘’을 SNS에 히트시켰다. 코에서 피지가 떨어져나갈 때 느끼는 쾌감을 피르가즘이라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은 소비자와 유명 크리에이터의 사용 리뷰를 이용한 ‘광고 같지 않은 광고' 전략이다. 평범한 직장인 등 일반인의 사용 후기를 받아 올렸고, 페이스북에 친구를 많이 거느린 크리에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우리 회사 마케팅 담당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입니다. 매일 소비자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 콘텐츠에는 왜 반응하지 않았는가’ 등의 과제를 해결하죠.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이 '광고 느낌이 들지 않게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회계사 안하고 창업한 이유

한국외대를 다니다 미국 미시건주립대에 편입해 회계학을 공부했다. 회계사나 취업 대신 일찍 창업을 꿈꿨다. 친구들의 만류는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옆에서 봤어요. 두렵지 않은거죠. 아직 젊으니 망해도 잃을 게 없었구요.” 


2011년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돼 지인으로부터 아이템을 소개받았다. 운동 전후 몸에 바르면 근육이 이완되는 스포츠크림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미국 회사를 찾아갔다. 한국에 판매 법인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월급으로 20~30만원만 달라고 했다. 대신 회사 성장에 따라 지분율을 계단식으로 높여 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플레스파워 코리아'다. 

아무것도 없는 대학생에게 사업을 맡겼네요. 

본사가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사무실만 마련해주는 정도였어요.

잘 되던가요.

아뇨. 10달러 짜리 제품을 3만원에 팔아도 통관비용, 세금 등을 고려하면 손해였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1년 쯤 수입해 팔다 OEM 생산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전국을 누볐습니다. 차에 스포츠크림을 싣고 미용박람회, 스포츠박람회 등을 찾아다녔죠. 부스에 찾아오는 아저씨들 어깨에 크림 발라주며 홍보했습니다. 그래도 잘 안됐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일일이 편의점 택배로 보내주며 장사했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늘지 않았어요.

그렇게3년 했는데도 연 매출은 겨우 5억원. 순이익은 미미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 아들을 보내고 싶은 부모는 “사업을 접으라”고 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 결국 회사는 조금씩 커졌고, 지분율을 30%까지로 높였다. 2014년 말 한 업체에 회사를 넘겼다. “지금 그 회사는 매출 5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출처: jobsN
성수동 본사

어떤 교훈을 얻었습니까.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마케팅이 부실하면 소비자는 알지 못한다는 진리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깨달았죠. 지금 일을 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2015년 초 지인 소개로 한 카페에서 공동창업자들을 만났다. 모두 스타트업 경험이 있었다. 시험삼아 SNS로 제품을 팔아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코팩, 로션, 선크림 등 10가지 샘플을 팔아보니 돼지코팩의 수익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때 돼지코팩을 아이템으로 정하고, 대표들끼리 ‘나는 웹사이트’ ‘나는 마케팅’ 등 역할을 정하고 1주일에 한 번 미팅했죠.” 

대표들끼리 분업화를 한거군요. 

돼지코팩에 이어 다른 화장품도 작지만 성공을 거뒀어요. 이후 작년 정식으로 '미팩토리'를 창업했습니다. 시작부터 제품이 잘 팔려 큰 위기 없이 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핵심 기술이 없고 마케팅만 있으면 ‘껍데기만 있는 회사’란 비판을 들을 수 있는데요. 

마케팅의 데이터화, 그리고 정교화도 기술입니다.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제품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모바일, SNS를 통한 마케팅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SNS로 마케팅비용을 낮추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요.

앞으로 계획은요.

최근 CJ투자를 받았습니다. 한층 더 성장할 거에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코팩 규모가 연간 800억~900억원 정도입니다. 한국과 중국을 합쳐 연간 1200억원, 동남아를 합쳐 2000억원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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