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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부터 추자도까지…섬마을 편의점 50억 매출

맨주먹으로 시작해 한때 섬지역 9곳 편의점 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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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1대와 50만원 밖에 없던 손도신씨
이젠 '편의점 업계 장보고'라 불려
전국 곳곳 섬에 '편의점 문화' 전파 뿌듯

2004년 7월, 31살 새신랑 손도신씨는 백령도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그래 백령도에서 군대 때처럼 해보자. 뭐든 할 일이 있겠지.’ 그리고 12년 뒤, 그는 백령도부터 욕지도까지 자기 가게를 가진 ‘편의점 갑부’가 됐다.


손씨 손으로 편의점이 문을 연 섬만 백령도와 욕지도를 포함해 대청도·덕적도·신도·노화도·보길도·추자도·교동도 등 모두 9곳. 가진 것이라곤 자가용 한 대와 50만원뿐이었던 30대 청년은 이제 ‘편의점 업계의 장보고’라 불리는 40대 가장이 됐다.

자동차 한대와 50만원으로 편의점 운영을 시작한 손도신씨.

출처CU

섬에 편의점을 연다고?

우선 백령도에 편의점을 열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2009년 울릉도에 BBQ를 열었어요. 1년 전 백령도에서 BBQ를 시작했는데, 자신이 붙어서 울릉도에 넘어간 거죠, 그런데 울릉도가 백령도보다 인구는 많지만 섬 반대편으로 배달하려면 산을 넘어야 하고,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훼미리마트(현 CU)가 도동항에 1호점이 생기더니 두세달 만에 저동항에 2호점까지 열었어요. ‘육지에서 훨씬 먼 울릉도도 편의점이 되는데 백령도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의점이 생기니까 어떤 점이 좋던가요?

가족들은 모두 백령도에 두고, 울릉도에 혼자 들어가서 가게를 했어요. 외롭기도 했지만, 먹는 게 제일 힘들었죠. 웬만한 식당은 1인분은 팔지도 않고, 고기는 3인분이 돼야 팔다 보니 꿈도 못 꿨죠. 편의점이 들어온 덕에 삼각김밥도 먹고, 샌드위치, 핫바도 먹고 좀 살겠더라고요.

바나나맛우유만 일주일에 700개 넘게 팔렸다고 하던데요. 회사에서 ‘주문 잘못 넣은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고요.

백령도에는 이전까지 군납이 되는 서울우유만 대리점이 있었어요. 서울우유 흰우유, 딸기우유, 초코우유 3종류가 다였죠. 지금은 백령도 주민도 익숙해졌지만, 처음 편의점 문을 열었을 땐 접하지 못하던 바나나맛우유부터 해서 유제품, 핫바, 우동 이런 것을 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2.5t 트럭이 들어왔는데 텅 빈 채 며칠을 기다려야 했어요.

손도신씨가 운영하는 편의점

출처본인제공

백령도에서 보낸 해병대 생활

그런데 어쩌다가 백령도로 가게 된 건가요?

원래는 청주에서 다른 회사 편의점을 위탁 운영하다가 접었는데, 빚내서 하다가 정리한 뒤다 보니 돈은 없고 먹고 살 일이 막막했어요. 백령도를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백령도에서 군 생활을 했거든요. 제대하고 나서도 군대에 다시 가고 싶어서 병무청에 알아볼 만큼 백령도 생활이 좋았어요. 100일 갓 지난 아기랑 아내 두고서 무작정 백령도로 떠났어요.

백령도에서 군생활을 한 손도신씨. 해병대에서 근무했다.

출처본인제공

백령도 들어갔을 때부터 편의점 열 때까지 6년 정도 걸렸네요.

처음엔 화물선에 싣고 간 은색 싼타페로 렌터카를 했어요. 섬 주민들 친지나 손님이 오면 제 차를 빌려주고, 저는 그날은 뚜벅이를 하는 식이었죠. 가이드도 하고, 저녁에는 치킨 배달도 했어요. 아내도 4달쯤 뒤에 들어왔는데, 아기 데리고 매표소에서 일했죠. 과일가게도 열고, 족발집도 했어요. 2009년쯤 BBQ를 내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손도신씨가 2005년 개업한 싱싱청과

출처본인제공

BBQ도 백령도 첫 매장이었다고요.

네, 지금은 커피전문점도 들어왔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알만한 프랜차이즈 중에선 백령도에 처음 들어온 거였어요. 본사에서 안 된다는 걸 자신 있다고 설득했죠. 여객선에 간판을 싣고 들어오는데 주민들이 ‘설마 진짜BBQ겠어?’ 그러더라고요. 평일엔 하루 70마리, 주말엔 하루 100마리 넘게 팔았어요. 아무래도 부대 앞이다 보니 면회객이 많아서 단체 주문이 많았거든요. 몇 십마리씩 부대로 배달도 했고요. 인천에 BBQ 매장이 70~80개였는데, 언제나 매출 3위 안에 들었어요.

백령도에 편의점 1호점을 연 다음은 어땠나요?

한 달쯤 뒤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어요. 속으로 ‘아이고, 망했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기자들이 엄청나게 온 거예요. 다들 급하게 오다 보니 육지 편의점에선 잘 팔리지 않는 칫솔, 수건이 다 동날 정도였죠. 3개월쯤 해서 모은 돈으로 6월에 백령면 소재지에 2호점을 냈고, 다시 3개월 뒤 대청도에도 열었어요. 대청도에서도 첫 편의점이었죠.

새 점포를 내는 속도가 무척 빨랐네요.

첫 매장 열고 얼마 안 됐을 때에요. 한 여고생이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와 인천에 온 것 같다’ 그러더라고요. 저희 가게 와서는 ‘음악도 나오고 좋다’며‘섬 병’을 달래는 군인 부인들도 많았고요. 저부터가 다른 섬에 갔을 때, 라면 하나 끓여 먹을 때가 없어서 고생한 기억도 있었죠. ‘다른 섬 주민들도 삼각김밥 먹을 수 있게 하자’ 그런 생각에 섬마다 내게 된 거죠.

2010년에만 3개를 열었고, 2011년 3월 덕적도부턴 2012년 3월 추자도까지 1년 사이에 7개를 여셨는데요. 덕적도까지는 백령도와 가까운 편이지만, 완도나 제주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변 섬에 가게를 내고 나서부터 뉴스도 보고,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면서 새 입지를 찾았어요. 장사가 되겠다 싶으면 직접 섬에 있는 면사무소 가서 연령분포도 확인하고요. 전복 양식하는 노화도처럼 소득 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이 많은 곳 위주로 가게를 냈죠. 섬마다 특색이 비슷하니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릴지 이런 건 대강 예상이 됐죠. 참! 소주는 지역 소주를 생각 못해서 처음에 참이슬만 많이 시켰다가 바꾼 적은 있어요.

섬에서 편의점을 내는 게 장점이 있나요?

편의점은 오히려 섬에서 경쟁력이 있어요. 섬 동네 슈퍼들은 배삯까지 더해서 가격을 정하는데, 저희는 육지 편의점과 가격이 같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거죠. 편의점은 물류비까지 합쳐서 계약하거든요. 물론 초반엔 회사도 손해를 감수했고요. 3번째 대청도점이 생기고 나서야 본사 입장에선 ‘본전’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섬에서는 편의점이 백화점이자 마트

섬 편의점은 흔히 육지에서 보는 편의점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일단 크기가 커요. 백령도만 보면 1호점이 40평, 2호점이 30평, 3호점이 50평이에요. 육지는 평균 20평 정도거든요. 장을 보러오는 고객들도 많아서 채소, 과일도 많이 갖다 놔요. 편의점이라기보다는 마트 느낌도 나죠. 사실 월세가 육지보다 훨씬 싸다 보니 가능한 것이기도 하고요.

햄버거도 잘 팔린다고요. 

요즘은 백령도에 2.5t 트럭이 일주일에 3번 들어오는데, 햄버거가 백령도 3곳 해서 이틀에 80~90개가 팔려요. 피자도 잘 나가고요. 처음부터 빵도 구워 파는데 크루아상은 아마 저희가 백령도에서 처음이었을 거예요. 종합감기약, 소화제, 두통약 등 상비약도 육지보다 잘 나가요.

요즘 화제인 도시락이 없는 건 아쉽네요.

백주부 도시락을 넣으려고 시도는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냉장차로 들어와야 하는데 화물선이 오는 데 1박2일 걸리다 보니 도착하면 유통기한이 끝나거든요. 포장해서 여객선으로 들여오기엔 위생 때문에 쉽지 않고요.

섬지역은 교통편이 불편해 편의점이 사실상 큰 마트나 시장 역할을 겸한다. 도시에 비해 매장 규모가 크고 물품도 다양하다.

출처본인제공

수입도 상당하실 것 같습니다.

저희가 계속 재투자하다 보니 생각하는 만큼 벌지는 못했어요. 물론 처음 들어가서 고생했을 때를 생각하면 감사하죠. 한참 가게 많이 할 땐 모두 합쳐서 매출이 50억원 정도 나왔어요. 점주 중에 전국 1등이었죠. 소득세만 700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돈이 모일 때마다 새 가게를 열다 보니 정작 세금 낼 돈이 없어서 고생하기도 했죠.

구조조정을 하신 거네요. 

점장들이 잘하지만, 아무래도 10개 넘게 운영하려니까 힘들었죠. 2014년까지 대부분 정리하고, 지금은 백령도 3곳과 강화 교동도, 통영 욕지도까지 5개만 해요. 영종도 앞에 신도점은 같이 일하던 아기 엄마에게 넘겼어요. 육지에서 부부가 같이 들어왔는데 꼭 저희 부부 처음 백령도 들어왔을 때 갔더라고요. 다른 곳도 주민 중에 하시겠다는 분들에게 많이 넘기고 나왔어요.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름처럼 도신(島神)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손해를 보는 곳도 있었지만 ‘편의점 문화’를 섬마다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왔어요. 제가 한 일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고, 영감을 줄 수 있었다면 만족합니다.

글 jobsN 조재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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