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보는데만 100만원..금융권 취준생의 하루

조회수 2020. 9. 29. 16: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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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료 100만원짜리 금융자격증 따봐야 취업 보장 안돼
채용 규모 작은 금융권 취업 준비
채용과정 투명하지 않아 답답
어렵게 딴 자격증 소용 없어

금융권 취업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금융권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약 1200명이다. 지난해 1900여명과 비교했을 때 700명 가량 줄었다. 

모집 형태도 좋지 않다. 대부분 계약직이다. 모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인턴씨(28·가명)를 만났다. 

출처: jobsN
금융권 입사 준비하는 김인턴씨

어렵게 딴 CFA 도움 안되더라

취업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나

공익 근무를 하던 2013년 초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퇴근 후 매일 인터넷강의를 들으며 CFA(공인재무분석사) 레벨1을 준비했다. CFA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험이다. 다행히 붙긴 했는데 응시료가 100만원에 달했다. 고액의 응시료를 들여가며 취업을 준비하려니 부모님께 죄송했다.

굳이 딸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스펙이 없었다. 학점이 높지 않았고, 토익 점수도 없었다. 토플을 봤는데 점수가 부족했다. 자격증이라도 따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CFA를 준비해서 함께 시작하게 됐다. 정확히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했던 것 같다.

CFA 취득이 도움이 되던가

공익 소집해제 후 복학신청을 하지 않고 인턴지원을 시작했다. 모두 떨어졌다. 서류 통과 조차 거의 못해 봤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겨우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면접을 봤는데, 어렵게 합격한 CFA에 대해 한 마디 질문이 없었다.허탈감이 들었다. 그 이후 어떤 면접에서도 CFA 자격증에 대해 물어본 회사가 없었다.

자격증 따느라 다른 전형 준비에 소홀하지 않았나

취업을 준비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올해 2월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했다. CFA를 딴 뒤 영어 스피킹 점수, 인턴 경력 까지 다른 스펙도 갖췄는데 취업이 되지 않았다. 면접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면접 때마다 나에게 배당된 시간이나 질문이 부족했다. 5대 5 면접 형태가 많은데, 지원자 개인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무슨 기준으로 뽑는지 이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시사면접에서 나름 열심히 답변했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몇 번 들었는데 결국 불합격통보를 받았다. 휴학까지 하며 준비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출처: flickr

대답 잘하니 영업부서로 가라는 기업

지원한 직무와 관계 없는 능력을 요구하거나, 선발 후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배치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지원자의 체격이나 신체조건을 지적하는 면접관도 있다.

면접 경험을 알려 달라

2014년 여름에 금융회사 인턴 면접을 3군데 봤다. 지원 업무와 관계 없는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러웠다. 못한다고 했더니 떨어졌다. 지원 분야가 아닌 다른 직군으로 뽑겠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가 있다. 크고 시원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니 영업에 맞다며 영업 부서로 가라는 것이었다. 너무 기업 중심적인 사고로 채용을 진행한다는 느낌이었다.

채용 과정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왜 불합격하는지 알 수 없다. 정확히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직원을 채용하는지 알고 싶은데 파악하기 어렵다. 채용과정이 불투명한 것 같다. 뭘 보완하고 새로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인사담당자라면 개선하고 싶은 점이 뭔가 

직무와 관련된 자격과 능력을 정확하게 물어볼 것이다.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직무임에도 영어를 요구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야근을 많이 시키면서 근무시간을 9시에서 6시라고 적어 놓는 것 등을 개선하고 싶다.

어려운 경험이 성장에 도움 줄 것

부모님은 오랜 취업 준비를 이해해 주시나

답답해 하신다. ‘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열심히 하지 않은 네 잘못 아니냐’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제일 가까운 가족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가족들의 이해와 격려가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물론 그간 지원해주신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에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면 삶이 많이 흐트러졌을 지 모른다. 거창한 꿈을 꾸기 보다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충실히 살고 싶다. 어려운 시기의 경험이 성장에 도움을 줄거라고 믿는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훗날 내 자신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글 jobsN 김윤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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