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못하게 하는데도 아시아 1위 차지한 회사 왜?

조회수 2020. 9. 29.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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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텐센트 디렉터 "이래도 되나 싶은 문화가 있더라"
중국 최대 모바일 IT회사 텐센트 디렉터
언어보다 중요한 건 자신만이 기술
직원 가족 1순위, 실패 용납하는 분위기 강점
텐센트에서는 '가족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가족이 먼저입니다. '애들 선생님 만나러 학교에 가야 해서 11시에 출근하겠다'라고 하면 당연히 그러라고 합니다. 이래도 되나 싶죠? 그래도 되더군요. 가정이 안정돼야 업무 생산성도 늘어납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선 양진호(40) 텐센트 디렉터의 말이다. 그는 "텐센트의 게임 이야기 대신 '이래도 되나' 싶었던 텐센트의 기업 문화에 대해 소개하겠다"고 했다.

양진호 텐센트 디렉터

짧은 시간에 세계적 기업된 텐센트 문화

양진호 디렉터는 텐센트 글로벌운영센터에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운영을 맡고 있다. 12년 전 중국어는 물론 영어도 잘 못하는 상태에서 중국에 갔다. 4개 기업을 거쳐 텐센트에 입사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모바일 IT업체다. 전 세계 약 9억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위챗과 QQ를 개발했다. 최근 세계 1위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CoC) 업체 수퍼셀을 인수했다. 양 디렉터는 "텐센트는 '인터넷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리라'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① 종잇장처럼 얇은 수평 문화

텐센트 창업자이자 CEO인 마화텅(영어명 포니마)은 연말 파티에서 춤을 춘다. 마화텅 뿐 아니라 다른 임원도 함께 참여한다. 직원들도 거리낌 없다. 2시간 뒤 회의가 있어도 '나 춤연습 하고 올게'라고 말하며 자리를 비운다. 워낙 수평적이다보니 인턴과 디렉터(임원)가 크게 싸우기도 한다. 그래도 뒤끝은 없다. 회식이 없고 야근을 하더라도 '내 일을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최근 한 개발자가 과로로 숨지면서 수요일에는 개발팀 누구도 야근을 할 수 없게 했다. 이를 어기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해 감찰반이 돌아다닌다.
개발자들의 야근을 금지한 수요일, 빨간색 완장을 두른 감찰반이 야근하는 사람이 없는지 찾아다니고 있다 /chanye.07073.com

② 잘 알게 될 때까지 배운다 

전 세계에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이 꽤 많다. 한국 CJ E&M, 카카오 등에도 투자했다. 거의 간섭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한다. 대륙의 기질 덕분이냐고? 내가 보기에는 '그 분야를 잘 모르니 배우겠다'는 문화 때문이다. 위챗이 나오기까지 총 6개의 비슷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됐다. 처음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데이터가 쌓여 공정한 결과가 도출됐다. '효율을 위한 비효율'이었다. 텐센트는 아주 느려보이지만 한 번 움직이면 굉장히 큰 걸음을 내딛는다.

③ 실패해도 돌아오라  

텐센트를 다니다 나가서 창업하는 사람이 많다.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지난해 서울대 공대 교수님들이 쓴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나왔다. 실패가 쌓여 배울 점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영토가 넓은 중국은 짧은 시간 내에 시공간을 축적하고 있다. 실패를 용납하는 분위기가 큰 강점이 되고 있다.
연말 파티에서 춤을 추는 마화텅 텐센트 CEO/sonic vision

중국 시장의 현재와 미래

양진호 디렉터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왔다. 공부 잘한 모범생인가 싶다. 그런데 경로가 독특하다. 딴지일보의 초대 기자였고 라디오 프로그램 '밤의 디스크쇼' 작가였다. 유머집과 수학 참고서를 낸 적도 있다. 여러 곳에 곁눈질 하다 2004년 중국으로 갔다.

상하이 황포강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 생각을 해봤어요. '한국에선 게임을 개발해도 사용자가 많아봐야 100만명이다. 그런데 중국은 인터넷 접속 인구가 5억~6억명이다. 앞으로 중국 시장이 커지는 건 '팩트'다.' 난 여기서 해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영어도 중국어도 못했지만 중국에 있는 일본 회사에 취업했다. "내 머릿 속에 있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는 확실하다. 3개월만 주면 영어는 마스터하겠다." 잠을 줄여가며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그렇게 지금은 영어와 중국어가 수준급이 됐다. 그러나 중요한 건 본질이다. 양 디렉터는 "언어를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보다 세상 어딜 가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줄어드는 중국 인구가 장기적으로 과제가 되겠지만, 한 번 커진 시장이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했다.

18일 네이버에서 열린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 참석한 양진호 디렉터(왼쪽 세번째)/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국 시장의 생존 전략

저는 '국가나 민족 단위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생각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도 미묘한 차별점은 있고, 그걸 찾아내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 한국 사용자들은 레벨 올리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반면 중국 사용자들은 아이템이나 옷 사는데 돈을 더 씁니다.

양 디렉터는 '한국의 강점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중국은 80% 정도 단계에서 출시하고 20%를 채워나가는 반면, 한국은 완성된 단계에서 내놓는다.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제안했다. "한국 콘텐츠를 중국에 밀어넣으려고 하지 말고, 중국 콘텐츠를 가져와 글로벌화해보자." 중국에서 구글이나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의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다. 중국 정부 통제 하에 로컬 서비스가 강해 글로벌 지수가 높지 않은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중국 서비스는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갖췄고,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양 디렉터는 "한국이 중국 콘텐츠를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와 글로벌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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