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자퇴 → 연봉 1억2천 32살 목수 '대기업 임원 안 부럽다'

조회수 2020. 9. 24. 14:1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가난한 목수 아들에서 잘나가는 베테랑 청년 목수로
3대째 목수 집안
고1 때 자퇴하고 일 배워
일당 4만원에서 시작해 이제 30만원

해외에서 목수는 선호 직업 중 하나다. 로봇이 따라할 수 없는 유망직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달에 1000만원을 버는 청년 목수가 있다. 연봉 1억2000만원. 대기업 임원과 맞먹는다.


16년차 베테랑 목수 김동혁(32)씨는 처음엔 일당 4만원짜리 목수였다. 매년 1~2만원씩 오르더니 지금은 30만원이 됐다. 하루에 현장 2~3곳을 다니기도 한다. 해가 지면 칼퇴. 이 정도면 ‘신의 직업’이다.


“너저분한 공사판을 말끔한 건물로 완성할 때 느끼는 희열. 저만 아는 감정이죠.” 그는 누구보다 이 일을 귀하게 여긴다. 청년 목수 김씨를 만났다.

9월 23일 서울 사당동 인근 공사장에서 만난 김동혁씨 /잡아라잡

3대 째 목수일, 친숙한 공사현장

목수라고 다 같지 않다. 가구를 만드는 소목수, 목조 주택을 세우는 한옥 목수,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 목수 등 10여 종류가 있다. 김씨는 내장 목수다. 상가 내부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맡는다.


“20평짜리 작은 상가는 3~4일 정도 걸리고, 대형 매장은 4~6주 정도 걸려요. 일거리가 있으면 목수끼리 연락해 모여 일하죠.”


김씨 집안은 대대로 목수일을 했다. 목수였던 할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김성기(61)씨는 40년 넘게 일하는 현역이다. 김씨는 어릴 적 공사현장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돈을 벌어야 겠다” 고1때 목수일 시작

김씨 아버지는 자주 사업을 벌였다. 잘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고깃집∙백화점 푸드코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가정은 더 기울었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기로 했다. “한 학기 학비가 50만~60만원이었어요. 돈이 없어서 못 냈는데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 앞에서 면박을 줬어요. 너무 서러워서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했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현장에 나가 목재를 나르고 허드렛일을 했다. 몸에 붙이는 파스가 한 장, 두 장 늘었다. “목수가 그래요. 부자 간에도 일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아요. 6개월 동안 청소만 했어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울 수 밖에 없었죠.”


현장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다. 수많은 전문 용어와 수학적인 계산이 난관이었다.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면 측량법∙타공법 등에 능숙해야 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었어요. 너무 힘들어 말없이 짐 싸서 새벽에 도망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며칠 만에 제 발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별 말없이 다시 일을 가르쳐주었다. 

군대에서 김씨가 직접 만든 분리수거장/김동혁씨 제공

디자인∙경영 공부하며 잠시 외도

몇 년을 일하고 군대를 다녀 오니 자신감이 붙었다. 2008년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시도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사장을 만난 게 계기였다.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 인테리어 등을 돕기로 했다. 밤에는 디자인∙경영공부를 같이 했다.


“아버지와 일하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아버지가 맡는 건물은 예쁘지 않았어요. 다양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1년 만에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 미래가 불안해졌다. 그 무렵 방송에 출연했다.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까워 사무실 안에 만든 0.5평짜리 집 때문이었다. “원래 사무실 한쪽에 칸막이로 조그만 방을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지붕도 얹고 창문을 내고 있더라구요. 집이 됐죠.”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별난 사람’으로 제보했다.


방송을 본 다른 목수가 김씨에게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했다. 1년 만에 목수로 돌아왔다.

S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동혁씨/김동혁씨 제공

목수의 3조건: 깐깐함∙의사소통 능력∙인내심

이제 김씨는 '좋은' 목수다. 해외에서도 부를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검정고시’를 보라며 아우성이었던 친구들은 어느덧 ㄱ자도 꺼내지 않는다.


흔한 자격증 하나 없이 오로지 현장에서 승부한 게 비결이다. "책으로 배운 것은 필요없어요. 현장에서 5년은 일해야 직업이 목수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김씨가 말하는 좋은 목수의 조건은 3가지다. 첫째가 작은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함이다. 김씨는 현장에서 감리 역할까지 한다. 철거부터 목재∙천장, 바닥∙전기, 배관∙가구∙외부 디자인 등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인 인테리어를 한다.


둘째가 의사소통 능력이다. 동료·클라이언트와 소통을 잘해야 좋은 인테리어를 할수 있다. 미팅 때마다 마시다보니 하루에 음료수를 5~6잔 마신다.


셋째가 ‘끈기와 의지’다. “힘들고 어렵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직업입니다. 관심 있다면 저를 보고 도전하세요.” 

목수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화보 촬영에 참여한 모습 /김동혁씨 제공

이제 김씨는 목수를 향한 세상의 편견과 싸운다. “해양 연구원으로 일하던 친구가 이 일을 하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가족들이 뜯어말리는 바람에 포기했죠. 제자를 몇 번 받은 적이 있는데 못하겠다고 나가더라고요. 가구 쪽은 그나마 인식이 괜찮은데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목수는 아직 인식이 안 좋아요.”


목수 일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50평짜리 카페 한 가운데 커다란 유리 상자가 있어요. 그 속에서 목수일을 하는 제 모습이 보여요. 그 주위를 둘러싼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있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고, 사람들은 그런 제 모습을 퍼포먼스로 여겨요. 60대 정도 되면 가능할까요?”

jobsN 이연주 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