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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 영업사원 입사5년만에 연봉8천 팀장 비결

조회수 2020. 9. 24. 14: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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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에 말솜씨 없는 이 사람만이 가진 영업 방법은?
신입 입사 5년만에 팀장 파격 승진
'컴퓨터 특기' 이용해 의사들 컴퓨터 고쳐주며 마음 얻어

지난 7월 대웅제약 정기인사가 끝나자 직원들은 모두 이 남자 이야기를 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5년 만에 팀장급(영업소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10년 이상 일해야 팀장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신입사원이 입사 5년만에 팀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웅제약 관계자

대웅제약은 ‘우루사’ ‘베아제’ 등 국민 약품을 만든 회사. 작년 매출 8005억원을 올린 중견 제약사다.


파격 승진의 주인공은 이태훈(35) 대웅제약 남부1사무소 소장이다. 2011년 나이 서른에 대웅제약 영업직에 ‘늦깎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회사의 젊은 영업왕으로 주목을 받았다. 보통 영업사원은 말을 잘한다. 그러나 이 소장은 대인기피증이 있다. 당연히 말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이태훈 영업소장/jobsN

그런데도 그는 월 평균 8000만~9000만원 매출을 냈다. 다른 영업사원들이 통상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낸다. 남보다 2배 더 많이 물건을 판 것이다. 연봉은 8000만원+@라고 한다. 치열한 제약회사 영업환경, 그중에서도 업무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대웅제약에서 성과를 내고 남보다 빨린 승진한 비결을 물었다. 

컴퓨터 AS직원으로 변신한 사연 

이 소장이 담당하는 구역은 강남구·서초구 전역 약 1700여개 병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병원이 몰린 곳이다. 휘하 직원은 7명. 

이렇게 빨리 승진할 수 있던 배경이 뭔가요. 

우리 회사는 여느 기업처럼 사원-대리-과장-차장-임원 체계를 갖추고 있었어요. 저는 주임이었고요. 지난 12월에 인사 제도를 바뀌면서 근무연한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직무급 제도를 도입됐어요. 누구나 입사 후 만 4년이면 팀장을 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전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매우 뿌듯해하세요. 하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를 2008년에 졸업한 그는 3년간 취업 준비생으로 살았다. 광고에 관심이 있어 제일기획 인턴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중소 무역업체와 IT회사 기획실에서 짧게 일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 아는 선배로부터 제약사 영업직에 도전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회사에 다닌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신입으로 입사했다. 

jobsN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왜 영업직에 도전했습니까. 

제가 누군가와 일대일로 만나면 대화를 잘 못합니다. 그게 단점입니다. 그러나 영업에 자신이 있었어요. 왜 꼭 영업사원이 말을 잘해야 할까, 꼭 필요한 말만 하면 되지 않을까에 대해 의문이 있었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만 주면 나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확신했어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줄 가치가바로 컴퓨터였어요.

그가 시도한 방식은 컴퓨터 AS(애프터서비스)를 이용한 영업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덕후’였다고 했다. PC를 뜯어고치고 조립하는 취미를 가졌다. 웬만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어떻게 했나요. 

담당 구역인 서초구 병원 70~80곳을 돌아다니면서 진료실이나 현관문에 ‘컴퓨터를 무상으로 고쳐 드립니다’라는 메모지를 붙였놨어요. 왜냐하면 의사분들이 컴퓨터가 고장 나면 삼성이나 LG에 전화할 생각을 못하세요. 일은 바쁜데 ‘어떻게 하지’란 생각에 그냥 주변 사람에게 요청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컴퓨터 AS에서 병원 마케팅까지 컨설팅

메모지를 붙여놨더니 의사들이 진짜 연락 오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너무 전화가 많이 오는 거에요. 몸이 한개라 2~3건만 겹쳐도 갈 수 없었죠.

그는 고객들의 컴퓨터를 ‘원격제어’ 방법으로 고쳐주기 시작했다. 영업 사무실에서 의사의 컴퓨터에 원격으로 연결해 고쳐주는 방법이다. 그렇게 수십, 수백곳의 의사들의 컴퓨터 애로사항을 해결해줬다.

의사들이 보통 컴퓨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느린 인터넷’이거든요. 원격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컴퓨터 AS로 친분을 얻자 한발 더 나아갔다. 병원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시작했다. 

점점 병원 사정은 어려워지는데,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이 잘 안 되는 곳도 많아요. 포털사이트에 ‘병원명’ ‘감기’라고 치고 해당 병원이 나오면 손님을 더 유치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포털에 이름이 뜨는 병원들도 ‘진료시간’ ‘전문 분야’같은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더라고요. 포털사이트에 병원이 쉽게 홍보되고 노출되는 키워드부터 노출방법에 대해 컨설팅 해 드렸어요. 광고 효과도 분석 해 드리고요. 술접대는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새로운 영업 방식에 병원들이 서서히 지갑을 열었다. 서초구에서 목표를 154% 초과 달성하자, 성동구로 담당 구역을 옮겨 같은 영업방식을 실험했다. 여기서도 목표의 130%를 달성했다고 했다. 지난 5년간 누적 매출액은 약 40억원. 

나무위키

영업이 통하는 화법은 무엇입니까. 

서로 의도를 알지만, 내 의도를 숨기고 좋은 질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의약품이 좋다’라고 직접 말하지 않아요. 만약 당뇨 의약품을 팔고 싶으면 ‘최근 당뇨병에 대해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이런저런 문제로 환자들이 감소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식으로 신문 기사를 통해 대화를 시도해요. 그러면 의사분은 ‘우리도 환자가 감소해 어렵다’는 식으로 공감을 해주십니다. 그럴 때 ‘포털사이트에 이 병원이 소개된 방식이 이렇다. 지도 검색도 안되어 있고,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을 풀어가죠. 약품에 대한 소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요.

서른살에 신입사원으로 어떻게 합격했습니까. 

제 동기 25명 중에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사실 면접에서 떨어질 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불합격이 확실한 분위기였죠. 무턱대고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어요. 이름이 뭐고, 지원 동기가 어떻게 되는지 말했죠. 갑작스러운 영어 소개가 독특하다고 여기셨는지 붙여주시더라고요.

영업직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조언한다면. 

영업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좋은 경험 같아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이거든요. 이게 기반이 되면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가치가 되는 자신의 장점을 일에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그게 있다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어요.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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