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여대생 지하철 신입 기관사 되다

조회수 2018. 11. 7.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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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부하던 공대생이 기관사 꿈꾼 이유
스물넷 새내기 여자 기관사
자격증이 취업의 발판
이틀 일하고 이틀 쉬어 개인시간 많아

서울 지하철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하루 700만 서울시민의 발을 대신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5959만원.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200만원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14.9년으로 지방공기업 53곳 중 7번째로 길어 취준생들이 선망하는 공기업에 꼽힌다.


장주리(24)씨는 경희대학교 전자전파공학과 4학년이던 지난해 9월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로 합격했다.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서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는 기관사 중 최연소다.

지난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된 장주리씨/jobsN

가장 힘들지만 보람된 출퇴근 시간 운행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올해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지하철 7호선을 운행하고 있어요.

가장 힘든 때는 언젠가요?

출퇴근 시간이요. 시민 안전을 생각하면서 운행 시간도 맞춰야 해요. 보통 자동운전이지만 이때는 수동으로 운행해요. 역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대에요

출퇴근 시간에 어떤 일이 펼쳐지나요?

운행이 밀리면서 앞 차가 출발하지 않았는데 제가 출발할 경우가 있어요. 이때는 경고음이 바로 울려요. 귀가 아플 만큼 커요. 또 사람들이 끼어서 다시 문을 열 때가 많은데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타요. 그렇게 한 역에서 30초 늦게 출발하면 그 다음 역에 30초만큼 사람이 더 많아지고 결국 1분이 늦어져요. 그리고 그 1분 만큼 다음 역에서 사람이 늘어나죠.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힘들지만 역시 출퇴근 시간대에요. 이때 한 열차에 많게는 2000명 시민이 타요. ‘대한민국 출근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구나. 오늘도 가보자’고 스스로 다짐을 하죠.

지하철이 답답하진 않나요? 

제가 운행하는 7호선이 청담대교를 지나는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하고 이때를 기다려요. 문을 활짝 열고 커피를 마시면 마음이 탁 트여요. 노래를 부르며 답답함을 해소하는 선배님도 계세요.
열차 운행 일정을 확인하는 장주리씨/jobsN

선배 불평 자극받아 진로 바꿔

언제부터 기관사를 꿈꿨나요?

아버지가 메트로에서 26년 째 열차 정비사로 일하세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안정적인 직장이고 여자가 일하기 좋다’며 기관사를 권하셨죠. 당시엔 ‘반도체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취업을 앞둔 3학년 2학기가 돼 생각이 달라졌어요. 대기업 다니는 선배들이 ‘일이 힘들어서 미쳐 버리겠다’ ‘돈 쓸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는 걸 여러 번 들었거든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기관사 꿈을 꾸게 됐어요. 1년 휴학을 하고 제 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를 땄어요. 서울도시철도공사 승무직은 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거든요.

그럼 아버지 뜻대로 한 셈인데요.

맞아요. 소위 기차 덕후는 아녜요. 현실적인 이유에서 공기업을 선택한 거에요.

제 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는 어떻게 땄나요? 

경기도 의왕에 있는 한국철도공사인재개발원에서 5개월 동안 이론과 실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국가가 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볼 수 있거든요. 교육비는 500만원 정도 듭니다. 주 5일 아침9시부터 저녁5시까지 생소한 열차공부를 하려니 답답했지만 끝까지 수료했어요. 저를 포함해 교육생 40명 중 39명이 면허증을 땄습니다.”
오후 8시 40분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출근하는 장주리씨/jobsN

평범했던 취업준비생에서 기관사가 되다

취업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4학년 1학기 때 몰아서 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하는 ICT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한이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토익스피킹, 토익도 공부했어요. 동기들과 자기소개서 첨삭 스터디도 했구요.

서울도시철도공사 신입사원 선발과정은 서류접수, 필기시험, 인성검사 및 면접시험, 건강검진 순으로 진행된다.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내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다.


2013년부터 블라인드테스트를 실시해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나 어학성적을 적지 않고 있다. 필기시험은 영어(25문항), 한국사(25문항), 선택 과목(50문항)으로 구성됐다. 선택 과목은 기계일반, 전기이론, 전자공학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모두 사지선다형 문제다.


210문항을 30분 안에 푸는 인성검사 후 면접이 진행된다. 성적순으로 기회가 주어진다. 약 15분 동안 실무진과 임원진 5명이 3~4명의 지원자에게 질문을 한다.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썼나요?

서울도시철도공사 서류 전형은 지원자 전원 통과예요. 부담은 없었지만 5항목에 6000자로 무척 길었어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 때 물어보기 때문에 솔직하게 써야 해요. 전자정보대학 부학생회장 경험을 살려 시민들과의 ‘소통’을 키워드로 썼어요.

필수과목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제 스펙이 토익 700점 후반에 한국사 1급이에요. 이 정도면 수월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와요. 대신 한 두 개 빼고 전부 맞아야 해요. ‘as long as’와 같은 표현을 찾으라는 객관식 문제가 기억나요.

선택과목은요?

전공인 전자공학을 택했어요. 사실 전공이니까 대충 공부하면 되겠지 방심했어요. 그러다 필기시험 3주를 앞두고 ‘큰일 났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자기사 자격증 책을 사서 몰아서 공부했어요. 개념 설명에 딸린 예제를 중심으로 해설을 외웠어요. 실제 시험에서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가 많이 나왔어요. 깊게 파고들지 않되 전체를 훑은 전략이 적중했어요.

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기출 질문을 모았어요. 자기소개서를 숙지하고요. 전체 면접자 40명 중 혼자 여자였어요. ‘여자인데 교대근무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밤12시부터 아침8시까지 했던 야간 아르바이트를 거뜬히 견뎠다’며 체력이 좋다고 말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세 번, 2시간씩 운동해서 30kg 데드리프트를 들 수 있다고도 강조했죠.
장주리씨/jobsN

이틀 일하고 이틀 쉬어, 공무원 수준의 복지

기관사의 근무 형태가 궁금해요.

주간·야간·비번·휴무 4일 단위로 일하고 있어요. 일일 열차운행시간은 4시간 40분 이내인데요. 주간엔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요. 오전7시부터 오전9시 30분까지 차를 몰고 2시간 30분 쉬어요. 이후 오후12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다시 열차를 몰고 퇴근해요. 야근은 저녁에 출근해 열차를 기지에 입고할 때까지 일하는 걸 말해요. 본부에 차량상태를 보고하고 열차를 입고한 역에서 새벽 1시 30분 잠에 들고,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전 날 입고했던 열차를 출고해요. 이후 주간근무자에게 열차를 넘기고 아침에 퇴근해요. 이날 비번이 됩니다. 다음날 휴무는 말 그대로 쉬는 날이고요. 이렇게 하면 요일개념이 사라지지만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이 많아, 개인 시간을 여유있게 누릴 수 있습니다.

일에 만족하나요? 

네. 과한 업무 스트레스가 없고 복지도 좋아요. 1호선과 9호선을 제외하고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구요. 출산전후휴가, 장기재직휴가 등 복지가 공무원에 준해요. 직원 행복사업 일환으로 매달 ‘뮤지컬 관람권’ ‘호텔 숙박권’등을 주는 이벤트도 있어요.

앞으로 목표는요?

솔직히 어린나이에 편한 직장을 쉽게 가졌다고 생각해요. ‘이대로 안주해버리면 어쩌지’란 걱정이 들곤 해요. 그래서 취업한 뒤 오히려 자격증을 더 많이 땄어요. 워드프로세스 자격증을 땄구요. 10월에는 전자기사 자격증 시험을 봐요. 기관사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꾸준히 자기개발해서 성장하고 싶어요.

jobsN 김란영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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