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열 스펙보다 발명 하나, 대학생 에디슨

조회수 2020. 9. 24. 19:1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학교 공부 관심없던 꼴통을 발명왕으로 만든 두 가지
꼴통에서 특허 천재로···특허 출원만 35건
아버지 사업실패 속에서도 발명의 꿈 놓지 않아
은을 코팅해 살균효과를 낸 은술잔, 숯으로 진주를 만든 숯진주 등

이제 만 23세인데 특허(실용신안 포함)만 35개를 가진 학생이 있다. 특허받은 발명품만 10개가 넘는다. 10세 때부터 발명을 시작해 1년에 평균 2~3개의 특허를 낸 소녀. 별명은 ‘대학생 에디슨’. 손끝만 닿으면 모든 것을 뚝딱 발명품으로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목포대학교 4학년 김경희(23)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은 김씨는 나가는 발명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2014년 지역 방송국에 출연하면서 목포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방송에서 소개한 숯진주를 본 여러 기업이 사업을 같이 하겠다며 문의가 빗발쳤으나 김씨는 거절했다. 최근엔 ‘숯진주연구소’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해 사업을 준비 중이며 창엽 강연에 연사로 나서고 있다.


최근 김씨를 만나 유년시절부터 이어진 발명 스토리를 들어봤다.

발명왕 김경희씨/jobsN

초3때부터 매일 일생생활의 불편함 기록

유년시절부터 발명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는 두 가지다. ‘아버지’와 ‘발명일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발명일지를 썼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말고 메모하라’는 아버지 김성호(58)씨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여러 사업을 시도하며 깨달은 점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실천하는 게 중요해요.

아버지는 집에 들를 때마다 김씨와 두 여동생의 발명일지를 꼭 확인해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처음 노트에 그려본 것이 ‘공부하는 기계’였어요. 공부 정말 싫어했고, 못했거든요. 하하.
김경희씨가 발명으로 받은 상/jobsN

별명은 '꼴통'이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었다. 교과서에는 수업 내용보다 발명 아이디어가 적힌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귀가하면 학교에서 떠오른 생각을 그림과 설명을 덧붙여 정리했다. 매일 5가지씩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적었다.


상상만 했던 발명 아이디어를 중3때 발명경진대회에 출품했다. 이때 만든 것이 '은술잔'이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촉매제가 됐다.

술잔을 돌려먹는 문화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쉽다.

가족이 원래 은이나 숯, 약초 등 자연친화적인 건강 제품을 많이 썼다. 덕분에 어려서부터 은이나 숯이 살균소독과 정화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술잔에 은을 코팅하기로 했다. 우선 디자인부터 생각했다. 용문양부터 번개까지 다양한 문양을 생각했다. 소주잔·맥주잔·와인잔 등 크기도 여러 가지로 그려봤다. 서점에서 ‘술’과 ‘은’에 관련된 책을 찾아 독파했다. 최종적으로 디자인 8개를 완성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은가공업체를 찾았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은술잔’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을 술잔에 코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은이 녹는점과 유리가 녹는점을 생각하지 못한거예요. 전화를 끊고 검색을 해보니 은의 녹는점은 961도 정도인데, 유리는 녹는점은 재질마다 달라서 확실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김경희씨가 발명한 제품들/jobsN

결국 술잔에 씌울 ‘은술잔 틀’을 만들기로 했다. 술을 마실 때는 술잔에 은틀을 씌우고 마시지 않을 때는 벗겨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업체에서 ‘은틀’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5~6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해 특허도 내고 교내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 출전했으나 입상에 그쳤다. 

은을 체내에 축적하면 DNA를 손상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철저하게 연구하지 못했던 거죠.

어머니 몰래 깬 적금으로 발명품 제작 

이때부터 발명 아이디어를 낼 때 ‘어떻게 하면 될지’보다 ‘어떻게 하면 안될지’를 공부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횟집에 놀러간 김경희씨는 크게 놀랐다. 물 정화기능이 있는 숯을 수족관에 넣었더니 가루가 흩어져 물이 더러워져 보였다. 실상은 깨끗해진 것인데도 말이다. 이때 이런 생각을 했다.

물에 넣어도 숯가루가 나오거나 부서지지 않는 숯은 없을까. 손에 까맣게 묻거나 쉽게 깨지잖아. 숯을 깔끔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바로 ‘숯진주’의 시작이었다. 고1 때 연구를 시작했다. 숯을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과 혼합하면 숯가루가 흩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플라스틱업체에서는 "숯과 혼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환경 플라스틱 구슬에 숯을 씌우기로 했다. 이번에는 숯과 플라스틱의 비율이 문제였다. 5번의 시행착오 끝에 숯 30, 플라스틱 70의 비율을 찾았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100% 숯으로 된 구슬을 만들어 부서지지 않게 코팅을 했으나 이때 쓰는 화학제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코팅도 하지 않고 1300도 온도로 30일동안 가마에서 구워낸 뒤 연마를 한 ‘숯진주’를 개발했다. 가마에서 열을 가해 통숯으로 만들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모양을 만들고 겉을 진주처럼 빛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김씨는 숯진주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들어놓은 적금 1000만원을 아버지와 몰래 깼다. 


어머니 적금을 깨고나니 ‘여기서 그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과학시험연구원과 원적외선협회에 연락을 해 성분분석도 의뢰하며 더 철저하게 연구했어요.

전문가들이 검토해보니 김씨가 만든 숯진주의 원래 숯처럼 향균과 해독작용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숯진주를 수돗물에 담갔더니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함유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유해성분은 빨아들이면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김경희씨가 자신이 발명한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jobsN

'정말 네가 만든 게 맞냐며' 의심 사

고등학교 3학년 때 나간 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에게 ‘이게 정말 네가 만든 게 맞냐’는 평을 들었다. 당시 김씨의 평균 내신 성적은 6.3등급. 공부도 못하는 학생이 발명을 한다는 사실을 심사위원들이 믿지 못한 것이다. 

아마 공부를 잘해야 발명을 잘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자, 한동안 발명을 멈추고 방황했다.

주위에서 '아버지가 발명한 거지, 네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손가락질 하는 분들이 많았죠.

 2014년. 김씨는 지인의 제보로 지역 방송국의 ‘도전 발명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이 끝나자 숯진주를 공급해달라는 곳이 많았어요. 한 신발제조업체에서는 다짜고짜 특허출원자료를 보내달라고 했어요.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쉽게 보신거죠.

목포대학교에서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돼, 470만원을 지원받아 창업을 준비했다. 숯진주를 활용해 술잔·슬리퍼·텀블러와 당뇨환자용 신발, 입덧방지 팔찌까지 개발했다. 


몸에 부착하면 혈액순환을 돕는 ‘숯진주 경혈패치’를 만들어 2015년 특허청이 주최한 생활발명코리아에서 한국여성발명협회장상을 받았다. 요새는 숯진주를 상용화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다.

김경희씨의 특허 목록

발명은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 일 

그의 가방 안에는 항상 메모장과 포스트잇이 있다. 문득 떠오른 발명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에는 '김이 빠지지 않는 병마개'를 그렸다. 아는 언니의 집에 콜라병을 들고 갔더니 언니가 "김이 빠져서 큰 건 안산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냥 넘기지 않아요. 사소해도 다 메모하면 나중에 또 활용할 수 있거든요.

여대생 에디슨’을 기른 김씨의 아버지에게 ‘교육 비법’을 묻자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너의 생각은 어떠니’라고 물으며 대화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 생각을 정리하고 발명으로 연결한 건 김씨 본인이라 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발명품이 TV에 나오면 사람들이 ‘어, 저거 나도 생각했던건데’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경희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만드는 추진력이 대단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제조업체나 연구소에 찾아가 의뢰를 하지요.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해도 경희는 될 때까지 합니다. 저보다 훨씬 낫지요.

jobsN 이연주 기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