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아웃'으로 하루 700만원 매출 푸드트럭

조회수 2020. 9. 23. 12: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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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테이크아웃 하다
창업 위해 임관 시험 앞두고 ROTC 포기
3시간씩 자며 학업과 창업 병행
또래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원

8월 19일 오후 5시. 찜통더위에도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린아이들은 물놀이를, 어른들은 돗자리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알록달록 색색의 푸드트럭은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6시 오픈도 전에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 선 곳. 스테이크를 파는 푸드트럭, '스테이크아웃'이다. 4명의 청년이 200도가 넘는 철판에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트럭 안은 숨 막힐 정도로 더웠는데도 즐거워 보였다.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jobsN

이들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운영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밤도깨비 야시장에 나타난다. 대학교 축제 같은 행사장에 장사 기회가 생겨도 출동한다.

월 매출은 약 3500만원. 스테이크 가격은 9900원이다. 많이 팔 때는 하루 700개 이상을 파는데, 어떤 날은 100개도 못판다. 푸드 트럭의 한계다. 매출 편차가 크다. 갑자기 비가 오거나 사람이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

올해 5월까지는 수익 대부분이 사업 유지비와 대출금을 갚는 데에 쓰였다. 사업 확장을 위해 7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았는데, 10월 말이면 모두 상환한다. 대출금을 갚고 난 나머지는 재투자하고 팀원 6명이 100만원씩 나눠 갖는다. 당장 큰 돈은 못벌지만, 눈에 띄는 성장에 의미를 두고 있다.

창업한지 1년 된 이들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스테이크를 호떡처럼 쉽게 먹을 수 없을까?'

백상훈 대표(왼쪽)·고창완 대표/jobsN

스테이크아웃을 창업한 이들은 경희대 체육학과 12학번 학생들이다. 백상훈(23), 고창완(22), 최수영(23) 대표다. 지금은 6명까지 팀원이 늘어났다. 최대표는 군복무 중이다.

‘스테이크아웃’을 소개해주세요

스테이크아웃 팀원들/스테이크아웃 제공
(고창완) ‘스테이크’와 ‘테이크아웃’을 합성해 만든 이름입니다.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팔아요. 미국산 최고 등급(1++) 냉장 소고기만 취급하며 무조건 3일 내에 판매합니다. 남아도 팔지 않습니다.

창업 계기는요?

(백상훈) ROTC 훈련 전날이었어요. '진짜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줄이 너무 길더라구요. 값도 비싸구요. 훈련 가서 ‘왜 스테이크는 호떡처럼 편하게 먹을 수 없을까?’ 계속 떠올랐습니다. 바로 창업 준비를 했어요.

다른 창업 경험도 있으시다구요

(백상훈) 스포츠 용품 제조업도 해보고, 도시락 창업도 해봤습니다. 사업 아이템에 확신이 없었어요. 돈 관리도 미숙했구요. 3번 망해 보니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스테이크아웃은 4번째 아이템인데, 성공적이에요.

팀원은 어떻게 구했나요?

(백상훈) 입학 전부터 알고 지낸 창완이에게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시원하게 승낙하더라구요. ROTC 동기 수영이에게도 제안해서 셋이 시작했어요.

지금 ROTC는 안하시나요?

(백상훈) 마지막 임관 시험을 앞두고 포기했습니다. 후회할 수도 있지만, 창업이 더 중요했습니다. 군대는 내년에 갈 계획이에요. 또한 팀원 전원이 휴학하고 창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 장사 3주 만에 갚아

스테이크아웃의 스테이크/jobsN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고창완) 3명이서 20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는데, 모아둔 돈이 없었습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았죠. 겁도 없이요. 다행히 장사한지 3주 만에 갚아서 이자는 15만원만 냈어요.

트럭은 어떻게 구매하셨나요?

(백상훈) 중고나라에서 280만원짜리 타코야끼 트럭을 샀습니다. 99년식이라 지하 주차장에서 1층을 못올라가는 겁니다. 뒤에서 밀면서 올라갔죠. 지금은 대형 트럭 2대가 더 생겼어요.

타코야끼 차량이면 재정비를 했겠어요.

(고창완) 업체를 알아봤더니 외관만 60만~120만원이 들더라구요. 돈이 없으니까 페인트를 사다가 직접 칠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고 공강시간마다 작업했어요. 디자인과 친구에게 부탁해 로고도 만들었구요. 조리 설비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스테이크아웃의 스테이크/jobsN

 요리는 원래 잘하셨나요?

(백상훈) 전혀 못했습니다. tvN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나왔던 전봉현 셰프에게 요리를 알려달라며 메일을 보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과 목표를 자세히 적었어요. 거의 글로 눈물을 흘렸죠. 전셰프는 열정에 감탄했다며, 스케줄이 끝난 밤 11시에도 요리를 알려줬어요. 무료로요. 이렇게 5번을 찾아갔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고기는 어디서 사오나요?

(백상훈) 마장동에서 가성비 높은 도매 업체를 찾았어요. 서울캠퍼스 수업이 있는 날마다 마장동에 들러서 15kg짜리 고기를 샀어요. 학교 앞 카페 사장님께 냉장 보관을 부탁하고 수업에 갔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고기를 찾아 셔틀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죠.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나요?

(고창완) 지금은 휴학해서 편해요. 트럭으로 이동하구요. 주문량도 2~4t까지 늘어나서 손질부터 패킹까지 전문 업체에 맡기고 있어요.

“어려움은 교훈으로 삼아요”

스테이크아웃을 위해 줄 선 사람들/jobsN

주문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기네요.

(고창완) 스테이크를 간편하게 먹는 게 목적이었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웨이팅이 3-4시간씩 생겼습니다.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조리 설비를 확 바꿨죠. 지금은 100명이 줄을 서도 30분 내에 받아 갑니다.

다른 어려움은 없나요?

(백상훈) 사기를 몇 번 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유명 호텔 클럽에서 콜라보 행사를 제안했어요. 200만원어치 스테이크를 제공하면, '스테이크아웃' 로고를 포스터에 넣어준다고 했죠. 하지만 저희에게 보내준 포스터에만 로고가 새겨있었고, 현장에 걸린 현수막이나 포스터에는 없었습니다.

황당하셨겠어요.

(백상훈)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에는 계약서를 쓰거나 음성 녹음을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세금은요?

성실하게 납세하고 있습니다. 75% 이상이 카드 결제를 하시기 때문에 원천 징수도 되구요.

멘토는 없나요?

(백상훈) 교수님입니다. 투자 제의가 들어오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호텔 경영학과 교수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무료로 컨설팅도 해줄 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주십니다. 대학생 창업의 장점 같아요.

또래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원

/jobsN

스테이크아웃 아르바이트생 중에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일했던 김준오(25)씨는 “호주 유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돈도 벌고 요리 경험을 쌓기 위해 스테이크아웃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1만원이라구요?

(백상훈) 청년들이 열정페이로 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또래인 저희부터 개선하고자 시급을 1만원으로 정했습니다. 사업이 커지면 더 많이 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백상훈) 1년 안에는 매장을 내고 싶습니다. 달력에도 적어놨어요. 팀원 6명이 하나씩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확대하고 싶구요.

jobsN 김가영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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