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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3년→고깃집7개월 '멋있지 않은 창업'

"신춘문예 상받았지만 창업 고통은 묘사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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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대기업 관두고 고깃집 창업
가게 구하는 것부터 난관 "1억으론 꿈도 못 꿔"
창업 초기 불안과 조급은 당연…결심 섰다면 부딪쳐라

올해 서른 살 김광희씨. 3년간 대기업에서 일했던 그가 올해 1월 고깃집을 차렸다. 프랜차이즈도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기획 같은 IT 관련 업무를 했던 김씨는 왜 경력과 무관한데다 '레드오션'이라는 고깃집을 차렸을까. 


그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2014년 신춘문예(제6회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중년 여사장 이야기다.(김광희씨 소설 '춘향이노래방'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7995.html) 

믿고 가게를 맡길 아르바이트생 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이를 속인 미성년자 때문에 하루 장사를 공치는 사연 같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담았다. 


상을 받고 9개월 만에 회사를 관뒀다. 김씨가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 

(창업) 하지 마라.

왜일까? 

소설을 쓸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창업 과정에서 느낀 괴로움은 절대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창업하지만 그 과정에 어려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김광희씨/jobsN

가게 알아보려 3개월 발품 팔아

나에게는 항공모함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본금이었지만 부동산 사장님들은 가게를 차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돈으로는 제대로 된 상가를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소감문, 이하 소감문)

창업을 준비하면서 쓴 신춘문예 대상 수상소감문은 창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담은 '창업분투기'였다. '낯선 고기'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대로에서 한참 들어와 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골목길에 있는 건물 1층이다.


가게 자리 알아보는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가 원한 가게는 1층에 66㎡(약 20평)짜리. 밑천은 회사 다니며 모은 돈에 대출을 더해 마련한 1억원. 큰 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문제는 권리금과 보증금. 

3개월을 발품 팔아 구한 김광희씨의 가게. 인테리어 콘셉트를 본인이 직접 정하고, 테이블을 직접 사서 사포질을 하는 등 돈을 아끼면서도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꾸몄다. /jobsN

제가 진짜 가게를 100군데도 넘게 봤어요.

대학 진학 후 10년 넘게 살아온 서울 마포구를 기준으로 망원동부터 이태원까지 샅샅이 훑었다. 부동산에선 그야말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조건을 말했다. 

그 돈으로는 못 구한다.

매물을 아예 안 보여줬다. 구경이라도 해본 가게는 지하에 있거나, 면적이 너무 좁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 껴 외부에선 보이지도 않았다. 중심 상업지에서 떨어져 있는 지금 가게 자리를 그렇게 구했다. 


그는 가게를 열면서 두 가지 콘셉트를 정했다. 고기를 주방에서 구워주고, 자신이 직접 고른 전 세계 맥주 10여 종을 파는 것. 고깃집 필수 아이템인 소주는 안 판다.

개업 초기 친구들 빼고 '진짜' 손님은 딱 한 테이블이었다.

하루에 버는 돈은 몇 만원 수준. 처음에는 가게 자리가 안 좋은 탓이라고 여겼다. 

근데 우리집 빼고 다 잘 돼요. 근처 치킨집, 닭한마리집 다 줄 서서 먹어요. 충격이었죠.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당장 홍보를 시작했다. 고깃집을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어 동네에 붙였다. 소셜네트워크(SNS) 계정도 만들었다.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큰 효과는 못 봤지만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의 홍보는 잘 안된다는 데이터는 쌓았죠.

대신 한 번 먹어본 손님이 친구를 데리고 오는 횟수가 늘었다. 올 2월보다 3월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2월에 장사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월에 못했고 3월에 잘한 게 아니라, 2월에 노력했던 효과가 3월에 나타난 거예요.

회사 다니던 시절. 매일 아침 지하철 5호선을 타고 다녔다. 지금과 달리 짧은 머리를 하고 양복을 입었다./jobsN

다음 달 월급이 없다는 불안함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서울 을지로에 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단단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공정이 너무 많았다. 다들 그 돈으로는 제대로 된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소감문)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 틈틈이 잡지를 사 인테리어를 '독학'했다. '일반 고깃집과 다르게 어두운 조명에 세련된 분위기'로 콘셉트를 정했다.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기려니 견적이 수천만원이었다. 스스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정해 견적을 뽑아보고 그보다 몇 백만원을 더 주고 공사를 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을지로를 돌아다니며 금액에 맞춰 공사해줄 업자를 구했다.  

개업준비를 하던 시절. 전문시공업자에게 맡기면서 돈을 아끼기 위해 셀프인테리어도 함께 했다./jobsN

집기류는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이케아에서 직접 사 사포질을 했다. 창업 준비를 하는 동안 수입은 없고 지출만 발생했다. 

초반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불안했어요.

그는 창업 준비에 들어간 돈을 꼼꼼히 기록해뒀다. 자신의 실수로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냉장고 치수를 잘못 재 반품하고 새로 주문하는 과정에서 반송료 등 수십만원이 더 깨졌다. 

회사 다닐 때야 '다음 달 월급 들어오면 메워야지'하는데 그럴 수가 없잖아요. 창업 초기에는 작은 일에도 조급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창업의 가장 큰 괴로움이 "사람 도리를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지인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돈을 못 벌었다. 가게를 얻느라 여윳돈도 없었다.


겨우 적자를 면하고 나니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아르바이트를 1명을 고용했지만 음식 조리는 김씨가 직접 한다. 가게 문을 여는 시간, 장사 준비 시간을 합치면 하루 12시간 이상 가게에 매달린다. 

경조사도 못 챙기지만 제가 아파도 결근할 수 없어요.

김광희씨는 창업의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머리를 기르고 스쿠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게 제일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jobsN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했다면 창업하라

눈을 감고 가게에 들른 손님들이 흥겹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료를 찾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다행히도 머지않아 가게를 열게 된다. (소감문)

김광희씨가 창업하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 때부터였다. 이유는 두 가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서로 위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월급쟁이가 아닌 '사장'으로 살고 싶었다. 


회사 일은 재밌었고 제법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더 나이가 들면 시도도 못해보고 주저앉을 것 같았다고 한다. 

왜 하필 고깃집일까. "맥주를 좋아해요. '우리나라는 왜 맥주 하면 카스랑 하이트 밖에 없을까' '고기는 왜 꼭 소주 아니면 폭탄주와 마실까' 이런 반감이 들어서 맛있는 맥주와 고기를 먹는 가게를 열었어요."  

김광희씨는 미리 구워내는 고기를 고급 맥주와 함께 판다/jobsN

그는 하루에 7시간 잔다. 회사 다닐 때보다 오히려 한두 시간 더 잔다. 장사가 끝난 새벽에 소설을 쓰고 아침에는 운동도 한다. 하루 두어시간만 자고 가게일에 매달려 부자 됐다는 여느 자영업자의 성공담과 달랐다. 

가게를 해보니까 순간순간 결정할 일이 많아요. 판단력과 체력을 키우려면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해요.

"하지 말라"고 해도 창업하겠다는 이들에게 다시 조언을 부탁했다. 

처음부터 완성형은 없다. 깊게 고민해보고 결심이 섰다면 일단 가게를 얻어서 시작해보라.

대신 빚을 많이 얻지 말라고 했다. 창업을 하면 불안함과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빚이 너무 많으면 자리도 잡기 전에 우왕좌왕하다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메뉴나 음악 등을 조금씩 바꾼다. 처음에는 밥을 안 팔았지만 손님들이 원해 팔기 시작했다. 맥주도 여러 종류를 마셔보고 메뉴에서 넣거나 뺀다. 대신 가게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소주는 손님이 원해도 팔지 않을 계획이다. 

사업가로서 제 장점은 '시도해보고 안되는 건 고집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한 5개월 전을 지금 돌이켜보면 바보 같을 때가 많았거든요. 아마 5개월 뒤에 지금을 생각해도 그런 부분이 있을 거예요. 계속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법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jobsN 감혜림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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