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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만에 생긴 서울대응원단 이야기

조회수 2020. 9. 23. 11: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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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도 스펙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

‘캠퍼스의 꽃’이라 불리는 대학 응원단. 연고전으로 유명한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 국내 대학 대부분에는 응원단이 있습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같은 세계적 명문대에도 스포츠 전통만큼이나 오래된 치어리더 선발 전통이 있고요.

그런데 국립 서울대학교에는 지금껏 응원단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런 서울대에 지난해 5월 공식 응원단이 생겼습니다. 고대 축제를 다녀온 재학생 3명이 SNS 커뮤니티 ‘대나무숲’에 글을 올려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후 4명의 학생들을 추가 선발해 7명의 초기 멤버를 꾸렸습니다. 지난 11월과 3월, 두 차례 인원을 보강해 지금은 33명으로 늘었습니다.

서울대 응원단/서울대학교 응원단 제공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에 치이고,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포기해온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에 빠져볼 기회도 없었어요. 서로가 경쟁하는 삭막한 분위기에서도 벗어나고 싶었어요.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을 맘껏 해보자, 나와 비슷한 주변 동기들과 학교 사람들에게도 뭉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죠. (심준보 경영학과 15)
대한민국 치어리딩 대회에서 공연하는 모습/서울대학교 응원단 제공

서울대 응원단은 지난해부터 1년여간 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행사에서 3차례 공연을 했습니다. 5월에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81개팀이 참가했던 치어리딩 대회에도 출전해 준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10월에 있을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행사를 맡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희진, 설선홍, 심준보, 박광훈, 최재연씨/jobsN

학교나 동문회의 지원 없이 학생들의 힘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한계도 있었습니다. 응원단복을 대여하는데 한 벌당 30만원 정도가 듭니다. 전체 예산 800만원 중 25% 정도를 의상 대여비로 쓴다고 합니다. 


학교에 응원단 밴드 보컬이나 안무 강사가 없어서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작년 겨울 대한치어리딩협회에서 강사를 초빙해서 안무를 배웠고 이후로는 선배 기수가 신입 기수를 가르치고 있어요. 연고전에 다 같이 참여해 직접 눈으로 보면서 벤치마킹하기도 하고요." (박광훈 간호학과 15)

학과,취업 공부와 어떻게 병행하나

“공연 연습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아니냐?” “응원단 활동을 하면 취업 준비는 언제 하냐?” 응원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응원단 제공

올해 5월 응원단을 졸업한 OB 중에는 로스쿨 준비생도 2명 있었습니다. 오는 8월 로스쿨 시험을 앞두고 응원단 활동을 병행한 것입니다. 박광훈씨는 "응원단원들 중 상당수가 4.3점 중 4.0점 이상의 높은 학점을 유지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걱정이 담긴 주변 시선에도 응원단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보니 취업 준비와 응원단 활동을 병행할 수 밖에 없었어요. 공연 연습을 하면서 20학점 수업과 스타트업 운영, 취업 공부를 하려다 보니 쉴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응원단 활동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응원단 활동을 통해 얻은 활기가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 에너지가 되고 있어요. (김희진 자유전공학부 11)

"학생들에게 열정을 주고 싶어요"

응원단이 만들어졌을 당시 회의적이던 분위기도 이젠 달라졌습니다.

학교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응원단을 만들어봤자 얼마나 갈까”, “내일 당장 그만둬도 놀랍지 않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격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응원단장 박광훈씨(왼쪽)과 김희진씨(오른쪽)/jobsN

서울대 응원단원들은 앞으로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말합니다. 서울대 축구부, 야구부와 협력하여 교내 스포츠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 그리고 대학 생활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열정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각종 스펙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대학생활을 보내 버리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한 번 뿐인 대학생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얻었다는 서울대 응원단의 그들. 

물론 일각에선 여전히 "서울대니까 여유 부린다", "결국 응원단도 스펙 쌓기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펙'과는 다른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이들을 보며 반성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펙쌓기'에 쫓겨 대학생활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jobsN 오채영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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