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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GD·빅뱅..그녀 손에서 대박났다

조회수 2020. 9. 23. 11: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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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시대, 스타 앨범 만드는 디자이너 정성은씨
유명 가수 500여명 이상 앨범 디자인
성공비결은 '조합'
기존 앨범의 틀을 깨는 역발상으로 성공
싸이·지드래곤·이승환·빅뱅·이하이·박진영·비·GOD.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의 앨범 표지와 패키지, 콘셉트를 디자인한 사람이 있다. ‘연예계의 숨겨진 히트메이커’ 장성은(39) MA+CH 대표. 글로벌 대박을 친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 6집, 30만장이 팔린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Heartbreaker’가 그녀 작품이다.

장성은 대표/jobsN

2000년 디자인회사 지직(GIGIC)에 들어가 앨범 표지 작업을 시작해, 2010년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정씨를 영입하면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이 한 말. 

YG 소속 가수뿐 아니라 다른 회사 가수들의 앨범을 디자인해도 되니 꼭 와달라.

YG는 장 대표를 영입하면서 디자인실을 만들었다. 정씨는 총괄 크리에이티브 실장으로 일했다. 그렇게 500명이 넘는 가수 앨범을 디자인했다. 예술의 전당은 2012년 그를 ‘한국 디자인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줄 대표인물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2014년 홀연히 YG를 떠났다. 인천 자택을 사무실 삼아 1인 창업을 한 것. 2주에서 한 달 가량 걸리는 앨범 디자인 작업에 600만~2000만원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1년간 버는 수입은 2억원+α.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A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디자인실 고문도 겸한다. 


지금은 존박과 '자전거 탄 풍경'의 앨범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매주 2~3번씩 서울을 왔다갔다하며 A 회사의 디자인 업무도 보고 있습니다. 배우 송승헌씨 캐릭터 디자인도 하고 있고요.

장성은 대표를 만나 그의 인생 스토리,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는 비결, 창의성의 원천을 들어 봤다.

장성은 대표/jobsN

CD앨범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어떻게 디자인에 입문했나요.

한동대에 들어갔어요. 저희 학교는 자유 전공으로 들어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해요. 이런 저런 수업을 들어도 정확하게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다 우연히 산업디자인개론 수업을 들었죠. 태어나서 한 번도 제대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에 푹 빠졌죠.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자연스레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어요.

96학번인 그는 졸업 후 2000년 지직이라는 작은 디자인회사에 입사했다. 가수 이승환, 박효신, 세븐, 빅뱅 등 가수들의 앨범 디자인 작업에 투입됐다. 

MP3 시대로 넘어갈 때 CD 앨범 디자인에 뛰어들었네요?

그런 셈이죠. 계속 CD를 팔려면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당시 CD 앨범 표지는 가수 사진 위주였어요. 새 앨범이 나와도 배경이나 색깔에 다소 변형을 주는 정도였죠. 이렇게 평이하게 디자인해서는 MP3 시대에 CD가 팔리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앨범 디자인의 틀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가수 때문에 앨범을 사는 게 아니라, 참신한 디자인을 보고 가수를 사게 만들자는 거죠.
지드래곤의 앨범 디자인/장성은 대표 제공

기존의 ‘앨범=가수 사진’ 방식을 뒤집는 역발상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장 대표는 새로운 디자인을 '소장가치를 소비자에게 선물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앨범을 ‘예술작품’으로 격상 시킬 필요가 있었다. 두 가지를 했다. 

첫째는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비닐, 플라스틱, 박스, 부자재를 사들여 앨범을 책처럼, 미술품처럼 꾸미는 일이었다. “택배 속 뽁뽁이 비닐 있잖아요? 그런 것도 디자인 재료로 이용했습니다.”
둘째는 ‘프로세스 북’을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제작과정을 담은 책이다.
천, 고무 같은 재료를 스케치북에 붙이는 등 제작과정을 기록했어요. 좋은 재료를 끊임없이 모으고, 디자인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수집했습니다.

회사를 일터이자 집으로 삼았다. 간이침대를 갖다 놓고 하루에 3~4시간씩 자며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러다 YG 일을 맡게 됐다. 양현석 사장은 새벽 3~4시에도 전화해 “이것 해달라” “저런 아이디어 생각해봤느냐”고 물어댔다.  

저는 주로 밤에 작업하니새벽에 늘 깨어 있었어요. 사장님과 야식을 먹으며 상의를 많이 했어요. 일정이 끝난 가수들을 만나 음악 콘셉트를 공부해 반영하기도 하구요.

앨범이 잘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2010년 YG로 이직했다.

장 대표의 디자인/장성은 대표 제공

월급 80만원으로 시작해 억대연봉으로 

대표작을 설명해 주세요.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 6집은 동그란 아크릴 안에 물을 넣는 파격적인 이미지를 썼어요. 여름에 발매되는 앨범이라 시원한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었거든요. 태양의 솔로 앨범인 ‘SOLAR’는 태양 이미지를 형상화해 디자인했어요. 패키지 속 버튼을 누르면 내부에 있는 CD가 돌면서 빛이 나죠. 지드래곤의 hearbreaker 앨범엔 지드래곤의 얼굴 사진이 없어요. 3D모양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하얀색 플라스틱 얼굴 모형만 썼죠. 앨범 제목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걸 피눈물로 보여주는 거죠.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요?

시장에서 많이 얻어요. 앨범을 소장가치가 있는 예술품 수준으로 꾸미려면 다양한 재료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가격을 낮추는 게 쉽지 않죠. 시장에서 회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재료를 찾고, 이걸로 디자인하느라 매일 밤을 지샜어요.

회사 옮기는 동안 연봉이 많이 올랐나요?

지직에 입사할 때 첫 월급이 80만원이었요. 이후 120만원, 200만원 등으로 오르더니 YG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죠. YG를 나와서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고요.

왜 나왔나요.

제 디자인 능력을 엔터테인먼트 밖으로 확장하고 싶었어요. 음악과 문화, 소품디자인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었거든요. 저에게 지금 앨범 디자인은 취미생활과 같습니다.

YG 나갈 때 붙잡지 않았나요? 

양 사장님이 놀라셨죠. 그런데 YG는 자존심이 센 회사에요. 나가는 사람 붙잡지 않아요. 저는 YG의 디자인팀을 세팅했고, 디자이너 교육도 다 마쳐둔 상태에서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의 디자인/장성은 대표 제공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 된다

본인의 강점은요?

제 능력은 ‘조합’에 있어요. 여러 재료를 섞고, 붙이고, 합치는 일은 자신이 있어요.

성공 비결을 정의해 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꾸준히 노력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뢰가 쌓였고, 제 스스로 소명감도 갖게 됐어요. 제가 마음에 새기는 명언이 하나 있는데요. 김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에요.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는 말이에요. 꿈을 찾는 대학생이라면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스스로 질문해볼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 계획은요?

제가 디자인한 가수 중 친분이 있는 사람을 모아 콘서트를 열 계획이에요. 얼마전 일본과 태국을 방문해 콘서트 계약을 하고 왔어요. 단순히 듣는 수준이 아니라, 치유와 힐링이 가능한 콘서트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또 무인 양품처럼 다양한 생활용품을 디자인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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