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하고 성과급 천만원 '대박'

조회수 2020. 9. 23.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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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중 첫 주4일제 회사 성과급 1000만원
2014년 창업한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티브마스
주4일제 도입 운영해 성공
인센티브와 다양한 휴가, 자율출퇴근제

전 직원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하며 금~일요일 3일간은 출근 하지 않는 광고대행사가 있다. 광고업체 최초의 주4일제다. 2014년 12월 설립한 이 작은 회사의 초봉은 적지 않다.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3000만원이다.


직원 4명으로 지난해 매출 10억원(순이익 30%)을 올렸고, 올해 2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며 순항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마스(Creative MAS) 이야기다. 

이구익 대표/jobsN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스타트업 소호(Soho) 사무실에 입주한 이 회사를 창업한 인물은 광고업계에서 히트메이커로 주목받아온 이구익(36) 대표다. 현대카드·삼성전자·필립스·빙그레·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디지털·TV광고를 만들었다. 주부들의 주방 필수 아이템인 ‘필립스 에어프라이어’의 광고가 대표작 중 하나다. 이런 경력을 바탁으로 그의 회사는 이미 LG생활건강·스와로브스키·익스피디아·지마켓처럼 짱짱한 고객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대표는 2006년 '이노버스'로 시작해 BBDO 등 다섯개 회사를 거쳤다. 마지막 회사인 BBDO에서 굳이 창업할 정도의 적은 연봉을 받진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창업을 결심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간 근무 일수로 3000일이 조금 넘어갈 겁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자정을 넘겨 퇴근했어요. 일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없었던 겁니다. 업무가 많은 광고회사의 기업문화를 변화시켜 보자는 생각 끝에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마스 직원들/jobsN

◇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


이 대표는 구두수선 집을 하는 아버지, 건강식품 판매원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강북 삼양동 월세 방에서 살았다. 광고인의 꿈을 위해 협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모전에 출품했다.

한 분기당 15개 정도의 공모전에 출품했던 것 같습니다. 제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KT&G, 제일기획 등 7~8개 공모전에서 입상한 그는 대학 졸업 후 한 광고대행사에 취업했다.

당시 초봉은 18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은 컸어요. 처음부터 현대카드, 야쿠루트 등 대기업 프로젝트를 맡았어요. 매일 역삼동 사무실에서 새벽 2시 퇴근했죠. 그러다 보니 많은 경력이 쌓였어요.

하지만 그렇게 9년 간 일하니 편두통, 고혈압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좋은 광고를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기업문화의 뿌리부터 바꿔보자는 결심이 섰다.

고등학교 시절 먹고 살기 위해 힘들게 야근하는 부모님을 보고 제대로 성공해보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일의 노예가 돼 있는 겁니다. 광고업계를 보면 ‘답이 없는 일을 답이 있는 것처럼’ 일하면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경향이 있어요. 에너지 소모가 많죠. 차라리 그 시간에 놀고 자기계발을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업과 동시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전 직원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메신저 연락도 자제했다. 야근을 위한 야근,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를 없앴다. 대형 광고제작 대행사들은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일이 없더라도 늦게까지 남는 관행이 있는데, 그런 문화를 없앤 것이다.


실무 직원들의 의사결정 권한을 높여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스스로 빠르게 추진하도록 했다. 성과를 잘 내는 직원에게 인센티브(기본급의 200% 이내)를 수시 지급하고 있다. 회사의 젊은 대리급 직원 중 한명이 지난해 1000만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아갔다. 

우리 일은 질을 높이는 게 핵심이에요. 책임과 자율 하에 시간을 선물해주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생길 거라고 믿었어요. 또 당근책이 많을수록 업무 성과가 더 높아질 것으로 봤고요. 모범생에게 공부 잘하라고 독촉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과일을 깎아주면서 그만 자라고 독려하는 것이 효과가 크지 않습니까.
크리에이티브마스가 만든 LG유플러스 광고캡처

◇ 자율 출퇴근제에 반려견 애도휴가


이 대표는 주4일제와 인센티브 외에도 다양한 복지혜택을 직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선 휴가를 많이 가도 월급이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을 노동 자원으로 보지 않고 존재감 있는 구성원으로 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려견 사망 시 애도를 위한 반려견 애도휴가, 입양휴가처럼 신선한 휴가제도도 운용한다. 하루 8시간만 일한다면 자율적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가령 오전 7시에 나오면 오후 4시에 집에 갈 수 있다. 석사나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직원을 위한 등록금도 지원한다.
     
무늬만 해외여행인 해외 ‘워크샵’을 여는 관행도 없앴다. 워크샵은 회사에서만 한다. 대신 1년에 1~2차례 며칠간 국내외 먹방 여행을 가서 진짜로 논다. 창립기념일인 12월 24일엔 오전에 퇴근한다. 비정기적으로 영화관이나 전시회로 출근해 놀다가 점심을 먹는다.

“주4일제를 하면서 월급을 꼬박 꼬박 줄 수 있게 생산성이 유지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업무 효율성이 높으니, 주4일을 하면서도 일반 중소 광고대행사처럼 한 달에 5~6건의 광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랑스오픈 홍보 등 해외 광고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한 달 전 입사한 박병호 팀장(29)은 두곳의 광고대행사를 거쳤다. 그는 요즘 금요일이면 전시회나 외부 강연 참석, 영상 편집과 디자인 공부에 푹 빠져 산다. 
이전 회사들에선 야근에 격무에 시달렸어요. 이직 후 처음엔 주4일제가 어색했어요. '이게 가능해?'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중간중간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니 가능하더라고요. 주4일을 해도 밤 8~9시면 퇴근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3일간 쉬며 얻은 경험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죠. 궁극적으로 업무 효율성이 좋아지는 겁니다. 실제 금요일 쉬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다양한 광고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올 하반기 대졸 신입(인턴 포함) 직원 6~7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50명, 100명으로 회사가 커져도 지금처럼 주4일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가 커지면 자택근무도 도입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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