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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살기 위해
‘죽음’을 토론하다

지대넓얕 2016 공식 정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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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6.12.07. | 8,213 읽음

지난 2일 지대넓얕의 세 번째 정모가 열렸다. 2014년 140명을 시작으로 2015년엔 300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무려 800여 명이 지식을 나누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 정도면 바야흐로 지성의 시대가 열린 게 아닐까. 이토록 어수선한 시국에서도.


심지어, 이번 정모의 주제는 ‘죽음’이었다. 연말연시에, 800명이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며 생각을 나누었다.

좀 그로테스크한가?

이에 대해 채사장은 말했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겪는 사건은 죽음뿐이라고. 모든 사람이 졸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사람이 출산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결국엔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왜 반드시 무겁고 어색한 일이어야만 하는가?

지대넓얕 2016 공식 정모

출처 : ⓒ웨일북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죽음이 금기의 영역에 들어선 것도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류가 전염병 등에 대항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죽음이 도처에 있었다. 병에 걸리면, 죽음이 다가왔음을 인지하고 주변을 깨끗하고 편안하게 한 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죽음의 장소는 당연히 집이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 인류가 질병에 대항할 능력을 가지면서 죽음은 ‘도처에 있는 일’이 아니게 된다. 40~50세에 불과하던 평균수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연히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상관없어야 하는)

‘멀리’ 있는 것이 되었다.

채사장, 이독실, 김도인, 깡선생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변화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오늘날 너무 자연스러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 모든 죽음이 사회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병원’이 죽음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왜 우리는 모두 똑같은 모습의 죽음을 맞이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사는 걸까?

깡선생은 가능하면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전제(?)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독실은 과거 전신마취의 경험을 언급하며, 마취 상태에 이르듯, 죽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어떤 고통이나 두려움 없이 ‘끝’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대넓얕 2016 공식 정모

출처 : ⓒ웨일북

김도인은 티벳의 풍장(風葬)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풍장이라고 하면 시신을 단순히 들판에 놓아두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례를 전문적으로 주관하는 사람이 시신을 조각조각 저며 독수리떼가 뜯어먹기 편하도록 처리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죽어서 육신을 남기지 않고 극단적으로 분해되도록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문화권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습이지만, 티벳인들은 독수리의 먹이가 됨으로써 그 영혼이 자유롭게 하늘 가까이 다가간다고 여긴다.

티벳의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

채사장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를 치르는 현대사회의 시스템이 죽음이라는 급작스러운 사건을 받아들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병원에서 혼자 쓸쓸하게 죽을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큰 교통사고를 겪은 후 죽음에 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만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매우 담담했다. 그래서 이런 슬픈 예감도 가볍게 웃으며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도 늘 궁금해한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학문이 아니라 당신이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사후세계에 대해서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가?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사회 공동체의 객관적 판단에 종속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사회가 규정한 정답과 다를까 봐 전전긍긍한다(...)내가 궁금한 것은 학문이 지금까지 밝혀낸 정답을 당신이 맞출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섬세하게 숙고함으로써 판단하게 된 스스로의 전망을 묻고 있는 것이다.

-채사장 신간 《열한 계단》 中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무조건 불길한 일일까?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장례식이 하나의 축제다. 가나에서는 시신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냉동 보관했다가 장례를 치르는데, 멀리 있는 가족이나 아픈 가족 등이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념하는 마음에서 고인의 개성에 따라 특별한 관을 제작하기도 한다.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라면 농기구 모양의 관, 평소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다면 자동차 모양의 관 등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을 메고 밴드를 불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구두 모양의 관을 들고 있는 가나인.

출처 : edition.cnn.com

닭 모양의 관

출처 : edition.cnn.com

도마뱀 모양의 관

출처 : edition.cnn.com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맞이할 죽음에 대한 생각조차 미디어 등이 주입시킨 관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나는 죽음 이후에 대한 논의가 미스터리 서가에 버려져 있는 것이 아쉽다. 이것은 우리 시대가 죽음 이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후에 대한 논의 없이 삶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죽음 이후를 배제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행위는 실제 인간의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채사장 신간 《열한 계단》 中

지대넓얕 <2016 공식정모> 특집을 들으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주체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삶을 더 유쾌하게 살아내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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