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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받는 저,
열등감 때문인가요?

그날 채 묻지 못한 질문들과 김도인이 직접 전하는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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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6.10.18. | 38,769 읽음

10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숨쉬듯 가볍게> 북콘서트. 2시간의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저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공연장 한편에 놓인 질문함에 고이 접어 넣은 쪽지들 가운데 몇 개가 뽑혔지만, 질문함에는 여전히 너무 많은 물음들이 김도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타까웠던 김도인은 질문함을 집에 들고 가, 간절한 그 부름들에 응답하였다. 그날 내 질문 '씹혔다'고 의기소침했던 분들, 지금부터 김도인의 AS에 귀를 기울여보셔도 좋겠다.

Q. 관계에서 상처받는 일이 많아요. 때때로 용기 내어 제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는 무조건 “그건 너의 예민함이고 열등감”이라는 식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어찌 그리 확신할 수 있을까요?

김도인: 사람들은 같은 일을 겪더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가까운 사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의 감정에 최대한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단지 그의 열등감이나 예민함 때문이라고 무시하면 누구나 상처를 입어요. 

  

누구의 감정은 맞고 누구의 감정은 틀려서가 아니라, 공감받고 싶은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상처받아요. 이때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면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이 서운할 수는 있지만, 상처가 되지는 않거든요.


Q. 요즘 일과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일은 안 하게 되었고 인간관계도 지지부진합니다. 노력하는데도 나아지는 게 없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도인: 

제가 좋아하는 구절 중에 ‘약이 몸을 어지럽게 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藥弗瞑眩厥疾弗瘳)’는 말이 있습니다. 몸이 치유되기까지는 병을 이겨내는 시간이 필요해요. 겉으로는 증상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병이 나아가고 있는 상태를 명현증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 이렇게 노력했으니 행복한 일들만 일어날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모든 일이 곧바로 좋아지지는 않았죠. 인생은 입체적인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셨던 시간들, 감당했던 마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피어나기도 해요.


Q. 이제 곧 30대가 됩니다. 20대가 끝난다니 서글프고 두렵기도 해요. 30대를 즐겁게 맞이하고 싶은데, 30대가 되면 좋은 점을 말해주세요. 20대 때 이건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것도요.

김도인:

돌이켜보면 제 20대는 '어떻게 이렇게 엉망진창 살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런 시간 속에서도 문득문득 혼란스러웠던 경험들이 퍼즐처럼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것을 이해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20대에 되도록 많은 퍼즐 조각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당시에는 망친 그림 같던 조각도 나중에 아름다운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활동을 추천하기는 어려운데요. 그래도 꼭 추천을 받고 싶으시다면 계룡산 입산을 추천드립니다. 20대라면 계룡산 한 번 다녀와야지.


Q. <숨쉬듯 가볍게>의 주인공인 '시우'가 느끼는 감정의 연합이 보편적인 건가요?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에서는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른 결론이 나온다던데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약간 헷갈립니다.

김도인:

감각과 감정, 생각들이 자동적으로 연합되는 것은 인지과정의 보편적인 특성입니다. 하지만 연합되는 내용들은 사람마다 다르죠. 이별이 누구에게는 새로운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로 남지만, 누구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것처럼요. 트라우마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하죠. ‘어머니로부터 버려진 경험’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시우의 인생 전체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비판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시우에게 그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그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고통을 지속되게 만드는 거죠.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단순히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 찍을 위험이 있어요. 그러한 접근은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고, 내가 겪는 일들을 성찰할 수 있어야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Q.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요. 긍정적인 마음과 '열린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도인:

열린 마음은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태도예요. 반면, 긍정적인 마음은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죠. 예컨대 지금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슬픈 상태라고 가정해볼게요. 열린 마음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은 ‘지금은 슬프지만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열린 마음은 슬픔이나 상실감도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판단할 때 문제가 됩니다. 감정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즐거움, 기쁨으로도 고통의 세계가 설계될 수 있어요.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 항상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감정에 대한 동일시 사고를 일으키거든요. '감정=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슬프거나 화가 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요.  


Q. 사춘기 딸아이가 있는데 감정 기복이 심합니다. 아이에게 '깨달음 나무'를 어떻게 심는지, 그리고 어떻게 꺼내는지 알려주고 싶어요. 뭐라고 설명해주면 좋을까요?

김도인:

마음의 숲에 나무를 심는다는 건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을 채우는 것입니다. 내적 자원은 외국어 능력과 비슷해요. 외국어를 미리 배워두면 살면서 여러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 때 그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겠죠. 내적 자원은 여러 방법으로 얻을 수 있어요. 독서나 인문학 공부, 영화감상, 여행, 대화, 새로운 일, 취미 등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다 내적 자원이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주역의 대축 괘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시간이 계속될 때 인생에서 많은 것을 상실하는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을 살아갈 힘을 얻었거든요. 이렇게 내 삶을 스스로 이해하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나무가 쓰이는 때입니다. 


Q.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숨쉬듯 가볍게>를 읽으며 내가 왜 슬픈지, 화가 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감정 컨트롤이 힘들거나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도인:

저도 감정 기복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고 감정 기복을 없애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감정에 기복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는 상태가 문제예요.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이 기분이 빨리 사라지길 바라면 분노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기분들은 나타나고 싶은 만큼 있다가 사라지는 것뿐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감정을 느끼는 범위나 정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을 알아차리기 쉬워요. 이러한 민감성은 잘 배우기만 하면 강점이 될 수 있어요. 다만 감정이 너무 강렬하거나 이전보다 기복이 심해져 견디기 어려운 정도라면 운동 등을 통해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즉각적으로는 도움이 돼요.

김도인의 '깨달음으로 가는 심리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400여 명의 관객들, 팟캐스트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청취자들, 그리고 오늘 AS를 읽은 분들 모두
숨쉬듯 가볍게,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길.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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