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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어떠하든,
여행하며 성장하기를.

삶을 항해하는 여행자들의 만남,
지대넓얕 《열한 계단》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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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7.02.16. | 15,501 읽음

2017년 2월 11일, 늘어지게 자기 좋은 토요일 낮.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읽은 이야기를 쓴 사람과 직접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한 계단》을 옆구리에 낀 채, 

지대넓얕 패널과 독자가 서초동 공연장에 모였다.

《열한 계단》을 읽고 난 뒤 생겼던 물음표들을 손글씨로 적어준 독자들을 위해, 채사장이 북콘서트에서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추렸다.

  

성실히 적은 질문이 채택받지 못해 의기소침했던 당신적어내진 않았지만 북콘서트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당신팟캐스트로 들었지만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은 당신.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려보자.

Q.

가장 큰 미스테리는 우리의 삶,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바로 내일의 삶이 아닐까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날마다 야근에 쩔어 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채‘사장’님은 답을 어떻게 찾아가고 계신가요? 

A.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나를 바꾸는 것이고, 둘째는 세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선 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가 형성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러한 방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고 싶다면, 생산수단을 소유하거나, 레버리지를 이용하거나, 금융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느끼고 있듯 개인의 노동만으로는 평균적인 삶을 향유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계를 바꾸는 두 번째 방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평균적인 삶을 향유할 수 없는 세계라면, 그러한 세계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수정해야 합니다.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은 정치적 문제 해결을 필요로 합니다.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고, 내가 속한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집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혁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시민들은 민주적 방식으로 내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집단을 선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이익을 누가 대변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Q.

삶을 성장하는 계단으로 보는 시선의 바탕은 ‘삶을 긍정’하는 자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리멸렬하고 반복되는 일생을 긍정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포기+무기력한 수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A.

지리멸렬하고 반복되는 일생을 긍정한다는 것, 다시 말해서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피안의 세계를 상정함으로써 삶의 궁핍함을 긍정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서 기대하는 것이지요. 내가 착하고 성실하게 신실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면, 내가 죽고 나서 이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말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현실의 궁핍과 비참함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삶은 잘못된 삶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진정한 의미해서 삶을 긍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질문자께서 우려하시는 ‘포기와 무기력한 수용’의 모습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피안의 세계를 상정하지 않고, 자기 삶의 고통과 궁핍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삶을 긍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상황을 핑계 삼고 어쩔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을요. 그들은 고통과 궁핍 속에서도 내면으로 성장할 것이고, 그 내면의 깊은 심연이 그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사람들 속에 감춰진 그 빛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삶을 긍정할 수 있는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저도 궁급합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천천히 그 겉모습만이라도 흉내내보고자 합니다.

Q.

《티벳 사자의 서》 오디오북 녹음 계획 없으신가요? 저의 임종 때 듣고 싶네요.

A.

오디오북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목소리보다는 후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 더 좋으실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티벳 사자의 서》를 직접 번역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오디오북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Q.

열한 번째 계단 ‘초월’ 마지막쯤, ‘우리는 나를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슬픔이 된다고 하셨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다시 태어나도 ‘나’라는 자아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기 때문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채사장님은 지금의 ‘나’에 만족하지 않으신 건지요? 채사장님의 현재 ‘죽음 이후’의 세계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A.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인생 자체는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현실에 기쁨과 행복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여도 존재 자체는 커다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괜찮은 세계관인지에 대해서는 사회 공론의 장에서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만, 어떤 세계관이 더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제로 특정 개인의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무수히 많은 삶을 거쳐 오면서 끊임없이 많은 것을 쌓아 올리고, 또 그만큼 많은 것을 무너뜨려왔던 것은 아닐까. 어떤 때는 좋았을 것이고, 어떤 때는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에 끝이 있다면 언젠가는 쉴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기운이 빠지는 일입니다. 이러한 느낌은 책에서 ‘슬픔이 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미네랄을 찾아 지도 곳곳을 헤메는 여행자,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 여행자, 험한 비탈길에도 지치지 않고 고지를 바라보는 여행자.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삶을 항해하는 여행자다.  

여행의 중간 어딘가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_채사장, 《열한 계단》

항해하는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없다. 


당신이 당신의 작은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여행하고 있기를, 운명처럼 또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까지 한 계단 더 성장해있기를 바란다.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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