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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20대도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

첫 책 '숨쉬듯 가볍게' 펴낸 <지대넓얕> 김도인 인터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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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작성일자2016.08.30. | 83,263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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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인 나를 받아들이다

-명상이 더 이상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차분함의 내공이 느껴진다.(웃음) 예전엔 안 그랬던 건가.

명상을 한다고 감정적 동요가 없어지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20대 때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감정기복이 심했다. 우울증도 자주 와서 몇 달씩 집에 처박히고. 해야 할 일도 다 미루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제는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됐다. 전혀 우울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해하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쉽게 ‘짜증나’ ‘우울해’ 말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원리는 모른다. 그냥 막연히 불쾌한 거다. 왜 이런 기분이 들고 이런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지 모른 채, 무조건 나쁜 감정을 없애거나 고치려고만 한다.

-감정을 내버려둬도 된다는 뜻인가.

일단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늘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세상이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 맞추려 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이제는 스스로 나의 마음과 몸을 알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니 불편함이 사라졌다. 명상을 했다고 갑자기 행복이 찾아오는 게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그 자체를 이해하는 거다. 사실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은 ‘내 인생에서 행복한 상태만 유지돼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알게’ 되면 ‘받아들이기’도 쉽다는 건가.

그렇다. 감정은 날씨와 같다. 신호등이 바뀌듯이 그냥 있는(존재하는) 거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감정에 압도당하기 쉽다. 슬픔이나 외로움, 상실감 같은 나쁜 감정이 찾아오면 거기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거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훈련을 통해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나도 처음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고 했었다.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고 명상을 오래 해도 감정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구나, 자책하기도 했다. 감정을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란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멘토 김도인? 작가 김도인!

-‘심리학과 동양철학의 만남’이라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철학을 이야기하는 데 심리학의 방식을 끌어왔다고 보면 된다. 많은 독자들이 심리학 이론에 상대적으로 친숙하고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철학이나 명상 관련 용어를 쓰는 대신,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밀접한 심리학 용어나 연구 사례를 찾았다. 심리학은 ‘실험 연구’가 토대가 되는 학문이다. 따라서 연구의 흐름이나 경향성이 바뀌면 그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도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철학은 보다 일관적인 방향성을 가진다.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 원리를 추구한다.

-‘시우’라는 인물이 과거의 상처로 고통을 겪다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각 장마다 소설 형식으로 삽입된다. 이런 형식을 취한 이유는 뭔가.

우선,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주제에 쉽게 접근하길 바랐다. 또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여정’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자신의 삶을 반추해본다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은 ‘간접 체험’이 되길 원했다. ‘시우’는 허구의 캐릭터지만 그가 경험하는 이별이나 상실, 부모로부터의 상처는 살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특히 신경을 썼다.

-자신의 죽음을 상상해봄으로써 ‘비우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우고 버리는 데 익숙해져 있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실제로 그렇게 한다. ‘이건 꼭 해야지’가 아니라 ‘이건 안 해도 돼’ 하는 식으로 불필요한 것부터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게 버리고 버린 후에도 김도인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최후의 것은 무얼까.

사람들. 내게 소중한 사람들.

-<지대넓얕>에서 심리적 멘토 같은 이미지가 있다. 정서적으로 위로를 주는 캐릭터랄까. 평소에도 그런가.

그렇지 않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의 학창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했을 거다.(웃음) 방송에서는 좀 ‘캐릭터화’되는 면이 있다. 그동안에는 혼자 공부하면서 깨닫는 것들이 있어도 말할 자리가 없었다. 굳이 말할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전문가나 권위자로서의 ‘자격’이 있어야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팟캐스트가 고맙다. 사람들이 내가 유명인이라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잖나. 그래서 책도 편안히 이야기하듯 쓸 수 있었다.

-방송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힘들지 않나.

혼자가 아니라 넷이기에 오래갈 수 있는 것 같다. 책임감이 생기니까. 청취자들은 넷이 엄청 친할 거라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서로 어려워한다. 사적으로는 거의 만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긴장감이 100회가 넘도록 방송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모든 감정에는 원인이 있다고 김도인은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내는 일,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이해하는 일이 다름 아닌 ‘철학’이라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동안 팟캐스트와과는 또 다른 소통의 기쁨을 느꼈다며, 미지의 독자들을 향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작가 김도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그녀에게 무궁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꾸준히 그녀를 지켜볼, 독자의 기쁨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채사장, 이덕실, 김도인, 깡선생의 <지대넓얕>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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