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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알려주는 술자리 예절? '사양할게요'

다시 보는 JTBC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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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 : 기획재정부가 최근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 술자리 예절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어른에게 술을 받을 때나 따를 때는 두 손을 이용한다, 어른과 술을 마실 때에는 어른의 반대쪽 방향으로 고개 돌린다, 술을 못 마셔도 첫 잔은 예의상 받는다, 적당히 마시고 취기에 실수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입니다.

김필규 기자, 이 글에 대한 반응이 상당했다면서요?

김필규 기자 : 예, 지난 21일 기재부가 공식 SNS계정을 통해 이 글을 올렸는데, 순식간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김필규 기자 : '무슨 기재부가 세금 가지고 술자리 예절교육까지 나서느냐' '술 강요하는 문화를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느냐' 반응이 몹시 안 좋았습니다.

그러자 기재부에선 현재 해당 글을 내렸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 나왔던 얘기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재부가 뭘 근거로 저런 예절 기준을 내세웠느냐, 이런 얘기들도 많이 나왔죠?

김필규 기자 : 우선 이런 예법이 맞는 건지 여러 문헌 통해 확인해 봤는데, 먼저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조태경 큐레이터/한국전통주연구소 : 술 마실 때 지켜야 할 예절이거든요, 향음주례라고. 음주를 할 때 갖추어야 할 예절.

조태경 큐레이터/한국전통주연구소 : 웃어른과 술을 마실 때는 고개를 돌리고, 술잔을 돌려서 사용하기도 하잖아요. 이게 향음주례에서 왔는데.

조태경 큐레이터/한국전통주연구소 : 마신 잔을 건넬 때는 마신 잔을 깨끗이 씻어서 드리는 게 맞고, 그런 예절이 나와 있어요.

김필규 기자 : 향음주례 이야기를 했는데요. 고려시대에 정리돼 조선시대까지 보급이 됐습니다.

손석희 앵커 : 아, 이런 책이 있나요?

김필규 기자 : 예, 그렇습니다. 여기 보면 윗사람에겐 술을 두 손으로 따르고 두 손으로 받으라는 등의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김필규 기자 : 다만 잔 받고 고개를 돌리는 것 관련해선 의견이 분분해서, 기재부에선 어른 반대 방향으로 돌리라고 설명했지만, 앞서 이야기 들은 조 연구원은 "여성은 왼쪽, 남성은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일각에선 '자리로 돌아가 마시라'는 옛 문헌을 잘못 해석한 거다, 고개를 돌리고 마시라는 건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 하긴 어른하고 술을 마시면서 한손으로 따르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손으로 따르진 않습니다.

손석희 앵커 : 그런데 고개를 꼭 돌려야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보니까 문헌에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그런 것 같은데.

손석희 앵커 : 그렇다면 이중에 제일 논란이 되었던 게 '술을 못 마셔도 첫 잔은 예의상 받는다' 이 얘기 같습니다. 이것도 있습니까?

김필규 기자 : 사실 이 부분 저도 사회생활 하면서 많이 들은 이야기고, 간혹 제가 후배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손석희 앵커 : 후배한테 첫 잔은 일단 받아, 이렇게 했단 말이죠?

김필규 기자 : 네. 저도 그게 예법인 줄 알고 그렇게 한 기억이 있습니다.

김필규 기자 : 문헌적 근거는 소학 명륜편에 있었습니다.

'長者賜(장자사)면 少者賤者(소자천자)는 不敢辭(불감사)니라, 즉 어르신이 술을 내려주시면 젊은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은 감히 사양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런 것에 반론을 제기했고, 의학적으로도 이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무형 원장/다사랑 종합병원 : 일단은 술에 취약한 사람이 있고, 알콜 의존증이나 질병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첫 잔을 마시게 되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 그런 현상이 오거든요.

이무형 원장/다사랑 종합병원 : 그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첫 잔을 들지 말라고 합니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석 잔 이내 음주를 하시는 게 적절하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무형 원장/다사랑 종합병원 : 그러기에는, 아직 우리사회가 아직 받아들이기엔 여건이 안 되어 있어서.

손석희 앵커 : 석 잔 이내라도 사실 저희가 보도해드렸습니다마는, 술이 특별히 약한 사람은 석 잔 이내의 술도 몸에 안 좋다고 했잖아요?

김필규 기자 : 네. 체질에 따라서 한 잔만 마셔도 안 좋은 경우가 있고, 특히나 알코올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이게 과연 적절한 예법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김필규 기자 : 그래서 SNS에선 술자리에서 첫 잔을 받아두는 게 예의가 아니라 '못 마시는 사람, 안 마시는 사람에겐 굳이 권하지 않는 게 예의 아니냐'고 기재부에 되묻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필규 기자 : 그런데 우리 음주문화 중에 서로 마시던 잔을 돌리는 것 있지 않습니까?

이 역시 향음주례에 하나의 예법으로 명시가 돼 있긴 한데, 최근 들어선 위생상의 이유로 많이 없어졌습니다.

성균관 전례연구회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공자의 기본 정신은 '시중(時中)사상', 즉 시와 장소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시기와 장소가 맞지 않은 예는 아무리 좋은 것도 틀어지게 되니, 시대에 맞춰 따를 것은 따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거세게 일어난 논란 보면서 기재부가 말한 술자리 예절 중에도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할 게 있지 않나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 여기 올린 것이 기획재정부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걸 올립니까?

김필규 기자 : SNS 통해 젊은 층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이런 글을 종종 올려왔는데, 사실 문제가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필규 기자 : 지난 5월 성년의 날 맞아선 '정말 성년이라면~ 적어도 자식을 낳아야 진짜 성년이 되는 거 아니겠니'라는 내용을 올렸다가 '자식 없는 사람들은 다 미성년이라는 거냐' 비난을 받았는데요.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정부의 노력인 건 알겠지만, 쉬워보이진 않습니다.

손석희 앵커 : 알겠습니다. 술자리 예절에 대해 오늘 체크해 봤는데요.

글쎄요, 술을 못 마시는 사람한테 억지로 권하는 문화야말로 정말 권위주의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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