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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이상 결혼한 다혼(多婚) 인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은 삼혼 이상 인구를 따로 조사하지 않지만 2013년 혼인한 남녀 32만2807명 중 남성 4만8948명(15.2%)과 여성 5만4320명(16.8%)이 삼혼·사혼을 포함한 재혼인구로 집계됐다. 조사가 처음 이뤄진 1990년 전체 혼인건수 중 재혼은 남녀 각각 8.4%와 7.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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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다혼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인터뷰에 응한 다혼자들은 한결같이 실명 노출을 꺼렸고 아예 인터뷰를 거절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알려져서 좋을 게 없고,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혼은 재혼에 비해 결혼유지율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재혼하면 행복할까> 저자인 양영제씨는 "가정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두 번째 결혼의 70%가 다시 이혼한다. (...) 양씨는 "반면 삼혼자의 경우 헤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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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혼자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도 초혼 때나 두 번째 결혼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설문조사에 응한 삼혼자·삼혼 도전자의 74%가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고 답했는데, 경제적 능력(12%)이나 외모(11%)보다 성격(64%)을 꼽은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자녀문제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부터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자녀가 많은 다혼자를 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방 자녀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이혼의 상당수는 자녀 갈등이 주원인이다. 또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배우자 자녀에 대한 상속문제도 걸린다.
다혼부부의 경제적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각자의 재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혼 때는 함께 고생한다는 생각으로 내 것, 네 것 구별이 없다. 하지만 다혼자들은 "상대방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함께 이룬 것이 아니라서 내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한다. (...) 하지만 재산을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는 '너 따로, 나 따로' 식의 재정운영은 갈등과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나 다혼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박영철씨(53·가명)는 "수학엔 정답이 있지만 삶은 정답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생의 행복에서 사랑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결혼은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인데 왜 또 결혼하느냐고 묻는 것은 왜 또 행복해지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다혼자 중에는 고통스러운 결혼생활과 이혼의 악순환으로 다혼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 장씨는 세 번 이혼한 후 "다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주 어리거나 장성해서 부모의 이혼과 결혼을 경험한 자녀들은 대체로 충격이 덜하지만 사춘기 자녀들은 상처와 혼돈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특히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 성(姓)으로 바꿨다가 이혼 후 다시 친아빠 성으로 바꿔야 할 경우 혼란이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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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임미나씨의 딸 김영경씨(28·가명)는 엄마의 다혼을 환영까진 아니어도 인정한다고 했다. "엄마가 두 번째, 세 번째 결혼할 때 난 이미 어린애가 아니었어요. 엄마도 사전에 내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고요."
어느 새 찾아오고 있는 다혼 시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