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윤여정에게 충격 받은 이유

조회수 2021. 3. 4.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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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정의 '말'들.

골든 글로브 찍고 아카데미, 오스카를 향해 질주하는 영화 <미나리>로 스물 여섯 번째 왕관을 쓴 윤여정이 ‘요즘’ 뿌리고 다니는 탄산수 같은 어록. 


아이작 정의 영화 <미나리>가 3월 첫 날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봉준호의 <기생충>이 올린 쾌거의 바통을 이어받아 승승장구하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영화 못지 않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 #윤하이브(윤여정+비하이브Behive,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계를 접수한 봉준호의 기세를 일컫는 #봉하이브에서 파생됐다.) 같은 조어를 양산하며 ‘신드롬’이 된, 물오른 윤여정이 요즘 뿌리고 다닌 근사한 말과 뾰족한 생각들. 

출처: 유튜브 <문명특급> 채널 캡처
“이렇게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광고주가 못 되더라구(웃음). 많이 싸워야 돼. 아니 오래 살면 돼.”

 “이렇게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광고주가 못 되더라구(웃음). 많이 싸워야 돼. 아니 오래 살면 돼.” 


➜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재재와의 인터뷰 중 나눈 대화. ‘나이 든 사람에겐 광고가 잘 안 들어온다.’고 말하는 윤여정에게 재재가 자신이 광고주라면 윤여정을 모델로 적극 기용하겠다고 말하자 던진 답변.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오래 살면(버티면)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세계를 만날 거라는 격려를 특유의 시니컬하고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건넸다. “인생은 버티는 거야. 진짜.”라는 말도 함께. 

출처: 유튜브 <Variety> 채널 캡처
“시상식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겐 새로운 일과 프로젝트가 보상이에요."

 “시상식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겐 새로운 일과 프로젝트가 보상이에요. 물론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순간엔 매우 행복하겠죠. (중략) 하지만 나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내가 새로운 일(작품)을 하게 된다면, 그게 나의 상입니다.(웃음).”


➜지난 2월 15일에 발행된 미국 주간지 <옵저버>와의 인터뷰 중 드러난 ‘저 세상 쿨’의 면모. <미나리>로 무려 26개의 트로피를 받은 그에게 ‘(당신이 수상한) 권위 있는 상들이 자기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지, 혹은 작품 자체에 더 집중하는 편인지 묻는 우문에 날린 현답. 

출처: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내가 한국에서 이 일(연기)을 아주 오래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하고 싶었어. 왜냐하면 독립영화인 걸 알았거든. 그건 내가 모든 점에서 고통을 겪을 거라는 걸 의미하니까.”

“쟤들은 너무 진지하네요. 난 그런 사람 아니에요. (웃음) 내가 한국에서 이 일(연기)을 아주 오래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하고 싶었어. 왜냐하면 독립영화인 걸 알았거든. 그건 내가 모든 점에서 고통을 겪을 거라는 걸 의미하니까. (웃음)”


➜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나리> 무대 인사 중,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의 진지한 발언에 다소 무거워진 장내 분위기를 단박에 뒤집어 놓은 센스 넘치는 소감. ‘윤여정이 윤여정 했다’ 는 관용어구 안에는 솔직함을 무기로 하는 그녀의 유머 감각과 위트가 포함돼있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이 영상 아래엔 미국인들이 남긴 “”끝내주게 멋지네!(bad-ass!)” “나 그녀의 직설적인 화법 너무 좋아!”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고. ‘할머니’의 정형을 온 몸으로 깨트리는 그녀가 우리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눈에도 ‘슈퍼 쿨’해 보인다는 증거.

출처: 영화 <하녀> 스틸
“우월감하고 열등의식이 같이 가는 거거든요. 그거 하지마.”

“우월감하고 열등의식이 같이 가는 거거든요. 그거 하지마.”


➜ 무수한 어록을 남긴 재재의 ‘문명특급’에서. 데뷔 초 그녀의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 목소리, 개성 있는 외모 등을 두고 면전에서 ‘악플’을 불사하는 사람들 얘기를 하다 나온 말이다. ‘요즘도 똑같다’는 재재에게 “그때 내 목소리를 갖다가 뭐라고 한 사람들 다 나보다 먼저 죽었어.”라는 뾰족한 농담, 그런 사람들(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일침이 재재 뿐 아니라 모두를 위로한다.


출처: 영화 <미나리> 스틸
“지금 내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어떤 감독도 나를 갖고 연출하려고 하지를 않아. (중략) 그런 환경에 있으면 나는 괴물이 될 수 있어요.”

 “내가 여기서 정착해서 (국내) TV, 영화에서 오는 역할만 하면 지금 내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어떤 감독도 나를 갖고 연출하려고 하지를 않아. (감독들은) “선생님 좋으실 대로 하시라” 그러고, 그런 환경에 있으면 나는 괴물이 될 수 있어요, 좀 있으면. 그게 매너리즘이지 뭐야.”


➜영화 <미나리> 출연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하며 덧붙인 말. 오클라호마 주의 털사라는 생경한 지역,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스태프, 등 낯선 환경에 자신을 내던진 이유를 ‘난 아무 것도(nobody) 아니구나, 연기를 잘하는 것만이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서라고. 배우 윤여정이 정형화 된 인물의 틀을 끊임없이 깨뜨리며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유는 자신이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민하게 자각하기 때문 아닐까? 


Contributing Editor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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