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렛츠 ALLETS

1950년대 미국 뉴욕이 배경인 영화 '캐롤'. 영화 전체에 흐르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두 여자의 개성적인 패션과 어우러져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캐롤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레트로 웨이브 헤어와 스카프, 베레모, 밍크 퍼 아이템을 활용한 우아한 복식은 50년대 상류층 여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주목할 부분은 16mm 필름 으로 촬영 후 35mm 로 블로업하여 화면의 거친 질감을 가감 없이 나타내 레트로 무드를 살려냈다는 점. 이렇듯 완벽한 비주얼로 탄생한 매력적인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 '캐롤'은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힌다.

미셀 공드리의 독특한 창의력으로 빚어진 사랑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다. 사랑했던 연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독특한 설정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눈 내린 시린 겨울 바닷가에 놓인 침대에서 깨어나는 장면 등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역)의 시시각각 변하는 헤어 컬러는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장치와 동시에 영상미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사랑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뛰어난 영상미로 풀어낸 작품으로, 독특한 로맨스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청량한 하늘, 오후의 빛나는 햇살, 초록빛 정원 그리고 싱그러운 복숭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관객을 햇살에 취하게 만들고자 했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제작 의도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탈리아의 빛나는 햇살은 두 주인공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잘 표현해 주는 도구로 작용했다. 촬영지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크레마라는 마을로, 낭만적인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일명 '콜바넴 투어'로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을 정도. 첫사랑의 설렘과 불안함, 순수함과 강렬한 감정을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와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화려한 영상미로 화제가 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의 영상미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다. 독특한 아이들의 독특한 모험을 그린 내용으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워지는 한 편의 영상 화보집 같은 영화다. 대칭을 이루는 화면 구도와 수직, 수평으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를 통해 웨스 앤더슨만의 영상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화면이 정지된 듯한 정적인 순간은 마치 사진 작품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작품을 관통하는 소외와 고독, 이해와 포용에 대한 주제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의상, 파스텔톤 색감을 덧입혀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60년대 아기자기한 빈티지 색감과 여주인공 까드린느 드뇌브의 인형 같은 리즈 시절 미모가 더해져 보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대사 없이 오로지 노래로만 연기하는 성스루(song-through) 형식을 채택해 꾀꼬리 같은 배우의 목소리와 형형색색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미가 어우러져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쉘부르의 우산'을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도 있다. 바로 영화 '라라랜드'. 이 두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신나는 노래, 남녀의 엇갈린 로맨스가 닮아 있다. 컬러풀한 세트와 배우들의 다채로운 헤어, 메이크업, 의상까지 빈티지 무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한다.

Contributing editor 박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