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 중독된 에디터의 '클하' 리뷰

조회수 2021. 2. 19. 19: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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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클럽하우스, 일주일 사용해본 후기


오디오 기반의 SNS ‘클럽하우스’가 화제다. 가입 후, 일주일간 거의 매일 접속해봤다. 신기함과 실망함이 동시에 밀려오고, 재미와 짜증이 동시에 솟구쳤다. 이 새로운 SNS 앞에서 매일 밤 롤러코스터를 탄 이야기를 여기 공개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입 후 거의 매일 밤 이곳에 접속했고 한번 접속할 때마다 평균 3개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날은 감기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대화를 이어갔고, 어떤 날은 10초씩 방을 바꾸다 그대로 앱을 꺼버리기도 했다. 클럽하우스 이용한 지 일주일 남짓이 지나면 프로필 사진 하단의 축하 폭죽 아이콘이 사라진다. 이제 막 이 폭죽을 뗀 사람으로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며 변덕이 죽 끓듯 한 사람으로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럽하우스의 애증을 기록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클럽하우스가 구축한 서비스의 특징은 그 자체로 최대의 찬사와 최악의 경험을 넘나 들게 하는 독특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1.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밝히는 분위기다?


장점 :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의 프로필은 인스타그램보다 장황하다. 이전 직장 경력, 현 직장 경력, 현재의 관심사 등을 소상하게 적는다.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상세하게 기록한 프로필이라는 단상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이 분야에 커리어가 있는 누군가에게 마이크를 잠시 넘긴다든지, 이 사람의 커리어를 통해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대화를 빠르게 이어갈 수 있다. 아직 커리어를 쌓지 못한 20대 초반에게는 ‘꼴값’처럼 보이겠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려면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직장인으로서는 ‘웬 횡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단점 : 소속과 커리어가 자세하게 기재된 프로필은 자유분방한 대화 시 약간의 걸림돌이 된다. 나를 내려놓고 전혀 이외의 방에 들어가 마구 떠들고 싶은데, 일로 엮인 사람이 주렁주렁 팔로워로 엮인 데다 내가 어느 방에 들어가 있는지 훤히 다 보이는 서비스 구조 때문에 쉽지 않다. 아무래도 곧 부캐 아이디를 만들게 될 것 같다.

2. 대화가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다?


장점 : 대화의 주제가 일렁일렁 흐르다가 어느 순간 색다른 소재의 등장으로 갑자기 재미있어진다 거나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가 등장해 그 대화의 뒤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준다 거나 하는 일이 잦다. 시나리오가 없어서 그 재미가 훨씬 더 짜릿한 편이다. 단, 흩어지는 대화를 시시때때로, 스마트하게, 중앙으로 끌어줄 모더레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단점 : 즉흥적인 대화이다 보니 사전의 준비 없이 이야기할 때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중요한 고유명사가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말하려던 내용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근데 질문이 뭐였죠?”라고 물어보는 민망한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 특히 ‘그거’, ‘저기’, ‘그거 뭐죠’ 하는 식의 대명사 말투가 습관인 스피커가 들어오면 방 전체가 답답함을 견뎌야 하는 고역이 시작된다.

출처: unsplash/@williamk

3. 연예인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다?


장점 : 한 기업의 총수, 연예인 등을 갑자기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최대 재미다. 서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사람과 우연한 기회를 통해 대화해볼 수도 있다. 이 사람들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어갈 때도 있고, 나랑 코드가 잘 맞아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에선 일단 가상의 멍석이 깔리고 나면 누구라도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설령 대화의 주제와 아무 상관 없는 누군가가 스피커로 올라왔다고 해도, “반갑습니다”라는 말로 인사하는 것이 아직은 유지되고 있는 클럽하우스식 예절이고, 이는 보기 드문 장점이기도 하다.'


단점 : ‘갑분싸’를 유발하는 대화에 미숙한 누군가를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다. 그리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귀를 기울일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놈의 인사이트’ 병이 걸린 ‘속 빈 강정’ 같은 사람도 많다. 대부분이 다 아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본인만의 사유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출처: unsplash/@williamk

4. 음성으로 소통해야 해서 피로하다?


장점 : 재밌고 유익했던 방의 공통점을 떠올려보면 늘 ‘적절한 모더레이터’가 존재했다. 여러 사람이 마이크를 켤 수 있지만, 결국엔 한 사람이 좌중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클럽하우스의 구조상, 그 한 사람이 뛰어나면 전체 참여자들이 모두 즐겁다. 결국 ‘강의’ 형태처럼 한 사람이 대부분의 콘텐츠를 소화하고, 다른 스피커들이 추임새를 넣거나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단점 : ‘강의’ 형태가 아닌 ‘다자간 대화’ 형태로 진행되는 방에 들어가면, 자기 소개하다가 1시간이 훌쩍 지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의 말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고 “지금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지금 자기 소개하면 되나요?”라고 되묻는 말을 십수 번씩 듣다 보면 피로가 푹푹 쌓인다.

5. 주제와 시공간의 제약이 없긴 한데….


장점 : 음성 기반이라는 특징을 살린 성대모사 방, 시각장애인들의 대화방, 사주풀이 방과 같은 기발한 주제의 방들이 많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엔터테인먼트다. 새벽 2시에 들어가도 늘 북적거린다는 점도 어쩐지 위로가 된다. 침대에 누운 채 해외방에 들어가 가장 최신의 ‘스몰톡’을 경험해보는 것도 즐겁다.


단점 : 어느 방도 재미없어 보이는 순간이 온다. 이렇게 넓디넓은 SNS 안에서 또 이렇게 이 한 몸 맘 편히 쉴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우주의 먼지가 된 것처럼 외로워진다.

출처: unsplash/@artcoastdesign

유례없이 빠르게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기세를 이어오던 클럽하우스이지만, 놀랍게도 론칭 일주일이 지나가면서 폭발적이었던 사람들의 반응도 조금은 사그라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이 서비스에 탄탄한 지지와 관심을 보이는 층이 있다. 30~40대 직장인 그리고 각지에 흩어져 있던 라떼 세대, 빅마우스, 설명충, 온라인 탑골공원러, 할매니얼 등이다. 이들은 이 새로운 서비스에 빠르게 유입해 나름의 ‘분석’을 시작했다. ‘말로 하는 오픈 카톡’이라거나 ‘PC통신 대화방의 재림’이라는 식으로 서비스를 규정짓거나, 이 플랫폼이 수익성을 내려면 별풍선 같은 것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제언하거나, 기록이 남지 않는 채팅방이라는 점에서 이른 걱정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모두 맞는 말이면서도 동시에 모두 모를 말이다. 크게 일렁이는 새로운 파도 앞에서 지금은 모두가 어떻게 이것을 즐길지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일 뿐이다.


Writer 손기은(프리랜서 에디터,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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