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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버블' 하고 있나요?

조회수 2021. 2. 1. 17: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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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과 구독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의 직접적인 소통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버블’이 대세다. 지난해 5월, SM엔터테인먼트가 런칭한 팬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리슨’의 ‘디어 유 버블’ 서비스의 약칭이다. 버블은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를 캐치 프레이즈로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의 직접적인 소통을 목표로 한다. 아티스트는 월 4500원에 자신을 구독한 팬에게 실시간 메시지를 보내고, 팬과 1대 다수로 소통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M은 해당 서비스로 2020년 2분기에만 42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2021년 1월 현재 SM 소속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JYP, FNC, 젤리피쉬 등 다양한 케이팝 아티스트를 라인업으로 불러들였다.


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코로나다. 2020년,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 놓인 대중음악계는 곳곳에서 신음했다. 힘 있는 IP를 가지고 있는 케이팝이 앓는 건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티스트 생명력이 짧고, 쏠림 현상이 심하며, 한 아티스트에 수십 또는 수백의 인력이 고용되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생각할 때 그렇게 쉽게 매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콘서트와 팬미팅, 팬사인회 등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확장해 나가고 있던 업계로서는 사람 간의 접촉이 금지된 상황에 더욱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구독과 소통이 시대정신이 되어 가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좋아하는 것을 구독하고, 구독하는 대상과 소통으로 유대감을 쌓는 것이 당연한 세대가 찾아왔다. 기존의 스타 마케팅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멀고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로서의 스타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지금의 대중은 내가 직접 만나고 만질 수 있는,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공감할 수 있는 우상에 대한 애착 관계 형성에 매력을 느낀다. 이들은 레거시 미디어가 주입식으로 선보이는 카탈로그가 아닌, 스스로 발품을 팔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우상을 찾아 사랑하는 것을 라이프스타일로 선택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얻는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늘어나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 같은 벽을 자랑하던 미디어들도 조금씩 문을 열며 새로운 세대의 스타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케이팝을 만나 탄생한 것이 바로 아이돌과 팬의 일대일(을 가장한 일대 다수의) 소통 서비스인 셈이다. 버블 이외에도 포켓돌스 같은 후발주자는 물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와 NC소프트의 유니버스도 흡사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자체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팬클럽에 가입해야 들을 수 있는 전화 사서함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소통으로 2000년대 중반 크게 유행했던 유에프오타운 같은, 스타와 팬의 직접적인 소통을 비즈니스로 전환한 기존 사례를 생각해보면 사실 그리 새롭거나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변화한 시대와 조응하며 그동안 ‘소통’이라는 보기 좋은 단어 뒤에 숨겨져 있던 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숨 쉬듯 이루어지던 소통은 곧 어렵지 않게 수익을 위한 의무와 노동으로 치환된다. SNS의 발달로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아티스트와 팬의 물리적/정신적 유효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춤과 노래 이외의 사생활까지 비즈니스로 수렴하는 왜곡된 수익 구조, 불특정 다수를 쉬지 않고 상대해야 하는 아티스트 본인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감정노동과 예측할 수 없는 충동적인 위해에 대한 우려 등. 소통을 구독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로 자리 잡기 전, 생산자와 소비자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이렇게나 많다.

Writer 김윤하(음악 칼럼니스트)

Illustration 안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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