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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빨대, 전기차, 태양광..정말 친환경일까?

조회수 2021. 4. 2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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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성 검증

친환경=무조건 좋은 것.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등식은 때로 우리 눈을 가린다. 친환경이란 말이 붙으면 의심 없이 믿어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든다. 종이 빨대도 다 쓰고 나면 음료가 묻어 있어서 재활용이 안 될텐데 플라스틱 빨대랑 뭐가 다르지? 전기차가 매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전기는 발전소 돌려서 만드는 게 아닌가? 태양광 패널 수명이 20년 정도라는데 나중에 처리는 어떻게 하는 거지? 이런 시도들이 정말 친환경일까. 대표적인 친환경 주자 종이 빨대, 전기차,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의문점을 낱낱이 풀어봤다.

1. 종이 빨대나 플라스틱 빨대나 큰 차이 없다?

2018년 바다거북이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 바람이 불면서 종이 빨대가 그 대안책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종이 빨대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친환경'인지 의혹이 제기된다.

출처: 동아일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보다 낫다고 여겨진 이유는 분해가 잘 되어서다. 종이는 2-5개월이면 분해가 되는 반면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이 걸린다. 문제는 음식물이 묻은 종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각장에서 태워지기 때문에 분해가 잘 된다는 장점은 무색해진다. 깨끗하게 배출된 종이 빨대라 할지라도 크기가 작고 가벼워 재활용 쓰레기 선별 과정에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탄소배출량에 있어서도 플라스틱 빨대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HSU(Humboldt State University)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 하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6g, 종이 빨대는 1.38g으로 단지 0.06g 차이난다. 종이 빨대는 내구성이 약해 음료 하나를 마실 때, 여러 개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오히려 탄소배출은 늘어난다.

최선은 빨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태계 전체로 눈을 돌렸을 때, 최소한 해양 생물을 해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피치 못해 사용해야 한다면 적어도 바다거북이에게 상처를 남길 플라스틱 보다는 종이 빨대를 쓰는 게 훨씬 이롭다.

2. 전기차가 탄소 배출이 더 심하다?

전기차의 친환경성 논란을 둘러싼 핵심 요소는 (1)전기 발전방식 (2)폐배터리 처리 문제다. 먼저, 전기차 충전용 전기 생산과정까지 고려하면 내연기관차 못지 않게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가 발전의 주 에너지원이라서다.

하지만 유럽 교통 전문 NGO 교통과 환경(T&E)은 지난해 4월 전기차는 발전 방식과 무관하게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3배는 적다고 발표했다. T&E는 배터리 광물 추출, 충전용 전기 발전 등 전기차 생산 및 구동의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과 디젤차, 휘발유차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석탄 발전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폴란드를 기준으로 할 때에도 전기차가 타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30%나 탄소배출량이 적었다. 국내(2020년 기준 37%)와 석탄 발전 비중이 가장 비슷한 독일(2019년 기준 39%)의 경우에도 절반 넘게 감축한다.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석탄화력 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한 스웨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운전한다면 약 80%나 줄일 수 있다.

차량, 배터리 생산 과정까지 고려하면 전기차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 맞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에선 차량 운행에는 탄소배출량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정부는 현재 7%대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대로 대폭 높일 예정이다. 탈석탄기조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의 탄소배출량 감축은 속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논란이 되는 지점은 다 쓴 리튬이온 배터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독물질의 지정고시'에서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했다. 그렇지만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거나 폐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코발트 등의 희귀 광물을 추출하는 방식이 각광받으면서 이 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다.

3. 태양광 폐패널이 환경오염의 주범?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도 환경파괴에 일조한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다 쓰고 난 태양광 패널의 처리가 관건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20년까지 발생한 누적 태양광 폐패널 규모를 619톤(t)으로 추정한다. 2023년에는 1만 2690t, 2030년 8만 7124t, 2040만 82만 29t으로 누적 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런데 아직 폐패널 재활용 처리 시설은 미비하다. 지난해 기준 폐패널을 재활용 처리하는 민간기업은 단 1곳으로 처리용량은 연간 최대 3600t에 불과하다. 2022년이 되면 국내 폐패널 처리 용량은 정부 3600t, 민간 5100t 총 9700t으로 대폭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2023년 예상 연간 폐패널 발생량은 9665t. 턱없이 모자란 규모다. 현재 재활용이 불가능한 태양광 폐패널은 매립을 통해 처리되는 실정이다. 폐패널에 구리, 납, 비소 등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그대로 땅에 묻을 경우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는 태양광 보급 확대의 걸림돌인 태양광 폐패널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태양광 모듈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제품의 생산자에게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 환경부가 부여하는 재활용 의무율에 해당하는 양의 폐패널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폐패널 적정처리기술을 개발했다. 전력 소모를 기존 열적 공정대비 연간 64%수준으로 줄이고, 패널 내 소재의 분리 순도를 높이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이다. 미국, 독일 등지에서는 이미 태양광 모듈에서 은, 구리 등 유기 금속을 분리·회수하는 사업이 정착했다. 폐패널이 이제는 태양광 보급의 걸림돌이 아니라 재활용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제작 조지윤 김재형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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