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경쟁사는 인스타그램?

조회수 2021. 4. 2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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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G 앱 화제

나이키는 최근 'NbG(Nothing but Gold)'라는 앱을 출시했다.


스포츠와 스타일, 셀프케어에 관심 많은 Z세대 소비자들이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앱으로 현재는 베타 서비스 중이다. 소셜 앱은 처음이지만 이미 나이키는 온라인 스토어를 비롯해 한정판 운동화만을 판매하는 SNKRS, 런닝을 돕는 NRC, 홈트레이닝 콘텐츠 플랫폼 NTC 등의 자사 앱을 가지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앱을 통한 주문량이 2019년 대비 15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나이키 자사 앱의 평균 MAU(월별 활성 사용자 수) 증가율도 세 자릿 수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어떻게 자사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을까. NbG, SNKRS, NRC, NTC 등을 통해 나이키의 앱 활용 전략을 살펴보자.

출처: 나이키·인스타그램·게티이미지뱅크 l 디자인=인터비즈 조은현

Z세대 뺏어오려는 NbG

NbG는 한 마디로 '콘텐츠 커뮤니티 기반의 쇼핑 앱'이다. 다른 이용자들이 나이키 제품으로 스타일링한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며 소통하는 건 물론, 태그된 상품을 눌러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기능만 놓고 보면 인스타그램과 닮았다. 미국의 패션 미디어 WWD는 "인스타그램을 상대로 나이키만의 쇼핑 채널을 만드는 전략"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D2C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 나이키에게 인스타그램은 견제 대상이다. 인스타그램 내 커머스 활동이 활발해지자, 지난해 8월 아예 '인스타그램 샵'이라는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큐레이션해 콘텐츠로 보여주며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출처: NbG

나이키는 NbG를 통해 '콘텐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베타 버전이라 많은 것을 알 순 없지만 최근 NbG 앱 관련해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면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나이키는 NbG에서 활동할 크리에이터를 모집했고 최근 여성 트레이너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마쳤다. 앞으로 이들과 함께 제품 리뷰, 스타일링 방법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팬덤'으로 이어져 앱 사용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NbG를 기획한 Nike Valiant Labs*는 앞으로도 크리에이터 확보를 위해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Nike Valiant Labs: 2018년 나이키에 설립된 부서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고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함.

직원 5명이 만든 스니커즈 앱

2015년 출시한 SNKRS(스니커즈)는 나이키 마니아들을 위해 만든 앱으로 한정판 운동화만을 판매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명, 색상을 선택하면 제품 출시일을 알려준다. 2019년 나이키의 온라인 매출액 중 약 20%가 스니커즈에서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니커즈는 사용자들이 거의 매일 접속하는 나이키의 놀라운 브랜드 자산이다.

-마크 파커 (Nike Executive Chairman)

한정판이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스니커즈가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만 했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진 못했을 것이다.


스니커즈 역시 '콘텐츠'로 접근한다. 각 운동화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 및 영상을 독점 공개해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운동화의 모든 면을 촬영하는 6면 촬영법과 슬로우 모션 등 다채로운 기법을 활용해 영상 완성도를 높인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선 스니커즈가 '나이키 매거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상이 공개되면 보통 1시간 안에 평균 100만 조회 수를 돌파한다. 나이키에 따르면 제작과정(비하인드 스토리)을 본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더 매력을 느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콘텐츠로 소개된 운동화의 경우 일반 제품보다 평균 30% 이상 구매 경쟁률이 높다.

출처: Nike

스니커즈는 한정판 운동화 마니아인 직원 5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왜 우리 같은 소비자를 위한 앱은 없을까"에 대해 얘기하던 중 스니커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콘텐츠로 제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평소 소비자로서 자신들의 궁금증을 반영한 아이디어다.


또 한 가지, 스니커즈는 게임 요소를 활용해 이용자들을 앱 내에 묶어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게 '메가 라인(Mega Line)'이다. 돈을 내고 사겠다는 데도 바로 살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앱 안에서 구매를 원하는 제품에 줄을 선 후, 같은 줄에 있는 사람들과 1:1로 게임을 해서 이기면 한 칸씩 앞으로 가도록 했다.


또 다른 게임 '스니커즈 스테이시(SNKRS stash)'에서는 포켓몬 고처럼 AR(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했다. 특정 장소에서 앱을 켜면 AR로 구현된 제품 이미지가 나타나고, 해당 이미지를 클릭하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래퍼 '캔드릭 라마'의 콘서트장이 게임 스팟으로 지정돼 순식간에 2만 6,000명 관객이 앱에 접속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작년 9월 열린 나이키 주주총회에서 마크 파커 이사장은 자사 앱 강화 계획을 밝혔다. 이후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 NbG다. 기존 자사 앱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앱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가 이토록 자사 앱에 힘을 쏟는 이유는 D2C 강화와 연결된다.


2017년 아마존과의 파트너십을 해지한 데 이어, 작년에는 미국 내 9개 유통 업체와 계약을 종료하며 D2C 비즈니스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제 나이키는 제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소비자들이 자사 채널을 활용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향후 기존 앱을 어떻게 강화해나갈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앱을 선보일 것인지 나이키의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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