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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도 햇빛도 별로인데 하루 300명? 이 호텔 정체는..

조회수 2021. 3. 22.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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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가로막힌 호텔(The Walled-Off Hotel)

어떤 비즈니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된다. 2005년 8월, 얼굴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는 팔레스타인 여행 중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마주했다. 높이 9m에 총 680k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공격을 차단하겠다며 막무가내로 세운 ‘분리 장벽’이었다. 그곳에서 뱅크시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족들과 생활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았고, 해당 장벽에 아홉 개의 그래피티를 남겼다. 그리고 12년 후, 이제는 800km에 가까워진 분리장벽 맞은편에 호텔을 열었다. 이름하여 ‘벽에 가로막힌 호텔(The Walled-Off Hotel)’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호텔에 하루 700명이 몰려드는 이유
출처: Yahoo Finance
베들레헴에 세워진 분리장벽 맞은편에 오픈한 뱅크시의 호텔

뉴욕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Waldorf)’와 발음이 비슷한 이 호텔은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의 시설을 제공한다. 창밖으로 온통 분리장벽이 늘어서 있어 조망이나 채광은 기대할 수 없고, 샤워 중 물이 끊긴다거나 변기가 막히는 상황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는 데 필요한 비용은 30달러부터 최대 965달러, 한화로 3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다. 누가 방문할까 싶은 이 호텔은 놀랍게도 오픈 즉시 3개월치 예약이 모두 완료되며 하루 700명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뱅크시가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는 마케팅 포인트 덕분이었다.

출처: WhereTheresWalls
호텔 내 뱅크시 작품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호텔 공간이 뱅크시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기념품 샵도 따로 준비되어 있어 원한다면 누구나 분리 장벽에 그래피티를 그릴 수도 있고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호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논란도 거세졌는데, 그간 작품을 통해 반자본주의 메시지를 전달해 온 ‘아트 테러리스트’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호텔을 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출처: Design Father
뱅크시의 그림으로 꾸며진 호텔 내 카페. 지역의 분쟁 상황을 암시하듯 각종 무기와 여러 대의 CCTV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출처: The Guardian
객실 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그림.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민이 베개싸움 중이다.

사실 뱅크시가 호텔을 연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분쟁의 민낯을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호텔 안에는 두 국가 사이의 전쟁과 분리 장벽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무엇보다 숙박비에 비해 시설이 터무니없이 낙후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호텔이 세워진 베들레헴 지역은 서류상 팔레스타인 땅이지만 이스라엘에게 점령당한 곳으로, 이스라엘의 허가 없이는 건물 보수공사나 지하수 시설 관리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불가능하다.

뱅크시가 ‘불편한 호텔’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건 바로 그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식 티 룸처럼 꾸민 내부 인테리어를 통해, 호텔 운영이 시작된 해가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배 100주년이라는 사실을 꼬집기도 했다. 다시 말해 호텔은 오랜 식민 시절을 거쳐 이스라엘의 탄압으로 고립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였던 셈이다. 뱅크시는 본인의 이름을 마케팅 요소로만 사용했을 뿐, 호텔 시설을 팔레스타인 지역 사회에 기부하며 수익 창출에 대한 논란까지 깨끗하게 잠재웠다.

출처: Walled-Off Hotel
호텔 카페 창밖으로는 이스라엘군의 감시탑이 내다보인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트 비즈니스의 경험적 가치

경험이 곧 최고의 브랜딩이자 마케팅인 요즘, 뱅크시의 호텔은 똑같은 메시지라도 활자나 이미지로 접할 때보다 직접 경험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실제로 한 투숙객이 “여기에서 투숙하는 것은 총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후기를 남겼다. 정확하게 알려진 정보 하나 없는 뱅크시가 30년 가까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각종 문제 의식부터 시대에 맞는 방식 활용 등의 비즈니스적 요소를 잘 활용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분할소유권을 통한 미술투자 플랫폼 테사TESSA 역시 기존 투자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블루칩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분할 소유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미술품 투자 부문에서 2021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 1위로 선정되며 안정적이고 투명한 온라인 투자 플랫폼임을 인정받았다. 3월 초에는 무서운 성장세로 투자 가치의 기록을 연일 새롭게 쓰고 있는 뱅크시의 작품 중 <Bomb Middle England>(2003)를 ‘뱅크시 호텔’의 기념 작품과 함께 공개하여 작품의 자산적 가치를 넘어 더욱 풍부한 경험적 가치를 제공할 예정이다.

필자 ㈜테사 브랜드 마케팅팀 에디터 전하영
정리 인터비즈 콘텐츠팀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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