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월급엔 '싫은 소리할 의무'도 포함돼 있다

조회수 2021. 1. 2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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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어가지, 뭐!

임 팀장은 원래 싫은 소리를 못한다. 어릴 적, 형제들 사이에서 억울한 일이 생겨도 웬만하면 참고 넘어갔다. 학창시절,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도 달려가서 따지기 보단 본인이 손해보고 넘어갔다. 그런 성격은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그런 임 팀장을 답답해 할 때가 많았다.

“싫은 소리 해야 하는 팀장 역할이 피곤하다”

팀장이 되고 나니, 산하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매순간 발생했다. 아침마다 반복적으로 지각하는 팀원, 지시를 따르지 않는 팀원, 팀 내에 불화를 일으키는 팀원, 기한 넘기기를 밥 먹듯 하는 팀원, 대충 일하는 팀원 등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하루에도 수 십 가지였다.

그럼에도 임 팀장은,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팀장의 역할은, 팀원이 못하는 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잘하는 점을 찾아서 칭찬하며 동기부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임 팀장은 전날 밤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팀장 월급 안에는
"싫은 소리 해야 할 의무 값"이
포함되어 있다

팀원들의 강점을 찾아내어 칭찬하고, 동기 부여를 통해 부족한 점은 스스로 개선하도록 돕는 게 팀장의 역할이다. 칭찬에 인색한 리더들도 있지만, 잘하는 걸 잘한다고 말해주는 건 그래도 쉬운 일이다. 문제는 부족한 점을 개선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누군가 자기가 잘 못하는 걸 콕 집어서 “넌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망해하거나 좌절한다. 때로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땐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이게 참 안 된다.

본인의 오랜 직장 경험상 비슷한 감정들을 느껴 온 팀장들은, 싫은 소리를 할 때 부담을 느끼게 된다. 가능하면 부정적 피드백을 최대한 자제하고자 한다. 어쩔 수 없이 얘기해야 할 시점이 오면, 상처받지 않게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애쓴다. 결국 팀원은 팀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왠지 모를 불편한 면담분위기에 기분만 상한 채 자리로 돌아간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감정적으로 솔직함을 훨씬 더 선호한다. 마음이 좀 아프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알고 싶어한다. 빙빙 돌려 말하면 오히려 오해가 더 깊어진다. 얽히고 설킨 암호를 해석을 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의 처음의 취지와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문제 상황을 정확히 짚어 피드백을 하는 게 백배 낫다. 물론 이때 감정은 빼고 말해야 한다.

어떤 팀장들은 말한다. “그런 식으로 전달하는 건, 좀 비인간적인 거 아닌가요?” 하지만 냉정히 말해, “팀원이 상처받지 않게 싫은 소리 하는 방법”이란 없다. 원래 싫은 소리는,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기분 나쁘다.

필요한 순간에 싫은 소리 하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혹시 나쁜 리더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팀장의 월급에는, “회사와 팀을 위해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있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며 팀원의 행동을 개선시키는 건 팀장의 피할 수 없는 핵심 업무다. 인격적 모독을 하거나 상처를 주는 극단적 단어들은 당연히 피하되, 할 말은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 그래픽 김경수

함규정 박사는 지난 10년간 196개 기업의 임원과 팀장들을 코칭해 온 임원전담코치이자 리더십∙기업소통 전문가입니다. <팀장클럽> '감정탐구생활'에서 감정코칭 연재글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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