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을'이었던 드라마 제작사, OTT와 함께 날아오르나?

조회수 2021. 1. 2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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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 19일 넷플릭스의 2020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총 2억 360만 명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약 27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24%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넷플릭스, 왓챠 등 OTT의 성장에 '드라마 제작사'는 웃고, '방송사'는 울었다. OTT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식 시장에서도 드라마 제작사들의 기업가치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시청 순위 3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킹덤'을 제작한 에이스토리 등 드라마 제작사들이 계속해서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편성권을 빌미로 방송 제작 과정에서 항상 '갑'의 위치에 있었던 방송사. 지상파 3사는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입 감소 문제에 직면하며 올해만 드라마 제작 및 편성을 평균 10편 이상 축소할 전망이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
시작은 '슈퍼 을'이었다

방송 콘텐츠 제작 과정에 외주 제작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외주제작 정책 하에 외주제작 의무 편성에도 이 시행됐다. 그렇게 생겨난 외주 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수주를 받아 다양한 드라마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995년 SBS 방영 드라마 <모래시계>, 2002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2016년 KBS <태양의 후예>, 2016년 tvN <도깨비>, 2019년 tvN <사랑의 불시착>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 모두 외주 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다.

출처: SBS <모래시계> | tvN <도깨비> | tvN <사랑의 불시착>

그러나 드라마 콘텐츠의 파급력에 비해, 드라마 제작 환경은 열악했다. 방송사의 수주를 받아 콘텐츠를 만들었던 드라마 제작사는 거의 '을'에 가까웠다.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제작사에 외주를 주면서 제작비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관행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은 부족한 제작비를 채우고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광고와 협찬을 따오기에 바빴다.

방송사는 경쟁사와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드라마의 회당 편성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업무 강도는 계속 높아졌고, 드라마 업계 노동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편성 시간이 늘어나자 더 많은 분량의 대본이 필요해져 '쪽 대본' 문제를 낳기도 했다. 급히 완성된 대본과 과도한 PPL은 결국 전반적인 스토리 개연성을 방해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낮췄다.*

* 김경희. "드라마 제작 환경 변화에 대한 연출자들의 인식 연구." 국내 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2012. 서울

출처: tvN 드라마 <도깨비>

OTT 만나 날개 단 드라마 제작사

최근 OTT 발전으로 방송 제작 구조가 방송사가 아닌 드라마 제작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듯 보인다. OTT 플랫폼은 어떻게 드라마 제작사의 구세주로 떠올랐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 활발한 제작비 투자

OTT 등장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활성화됐다. CJ ENM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계약 이후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한 매출총이익률 수익성이 기존 10%에서 20%로 상승했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5년 이후 한국 콘텐츠에 77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금액은 8천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한국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전담 법인을 신설하기도 했다. 제작사에서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도록 도와 OTT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유료 순증 가입자 수 성장에 기여하는 주요 지역인 아시아 지역의 콘텐츠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넷플릭스 상위 드라마 100편 중 9편이 한국 드라마였을 정도로 한국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흥국증권 조태나 연구원은 "스위트홈이 미국 순위권에 들었다는 것은 한국 콘텐츠가 미국 드라마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다는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넷플릭스 <스위트홈>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 방송사와의 제작과 달리, 높은 판권 금액을 제시하고 제작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작사에게 매우 유리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약 23억 원, '스위트홈'은 회당 제작비가 30억 원에 달한다. 높은 제작비로 훨씬 퀄리티 높은 '대작'을 만들 수 있었다는 평이다. 이렇게 드라마 주력 플랫폼이 OTT로 바뀌면서 다양한 형식과 스토리를 갖춘 질 높은 수준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출처: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리쿱(recoup)'에도 유리하다. 리쿱이란, '제작비를 모두 회수한다'라는 뜻의 업계 용어다.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으로 제작비와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특히, OTT 사에 독점 배급 판권을 판매할 경우 그 수익은 더 크다. 스튜디오드래곤이 2018년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경우, 제작비 400억 원의 70%인 280억 원에 독점 배급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겼다.

출처: tvN <미스터션샤인>
대체 가능한 OTT 플랫폼 多
→ 제작사 협상력 증대

드라마 제작사는 굳이 방송사를 택하지 않아도 수많은 OTT 플랫폼에 더 비싼 가격으로 콘텐츠를 납품할 수 있다. 최근 쿠팡까지 OTT 사업에 뛰어들며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드라마 제작사가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가 늘어났다. 드라마 제작사의 협상력이 강해진 것이다. 굳이 방송사의 수주를 받아 프로그램을 납품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사의 콘텐츠 경쟁력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내 판권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제작해 2021년 tvN 드라마로 방영 예정인 '지리산'은 중국 OTT인 아이치이에 글로벌 판권을 200억 원 후반대에 선판매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 제작비가 320~350억 원이라는 점에서 해외 판권 금액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 플랫폼 간 경쟁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판권 판매 계약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향후 안정적인 외형확대와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
→ 드라마 장르 다양성 확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청소년 성범죄에 가담하는 내용을 주제로 한 드라마다. 인간수업을 제작한 김민진 감독은 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밝히며 "MBC에서 이런 작품을 내보낸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이 합당하게 볼까 하는 측면에서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출처: 넷플릭스 <인간수업>

넷플릭스에서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좀비물 '킹덤', 크리처물 '스위트홈' 모두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했다. 아직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환경 덕분에, 제작사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스토리를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드라마는 전부 로맨스물'라는 편견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편성이나 광고 등과 관련한 규제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OTT의 지위를 방송 미디어 플랫폼으로 끌어올려 방송 생태계를 재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을 보완해 규제 속 OTT와의 경쟁에서 지상파 방송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OTT를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훨훨 날고 있는 드라마 제작사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출처: 넷플릭스 <킹덤>

OTT 전쟁 예고,
올해 시장 더 커진다

OTT 업계는 계속해서 한국 콘텐츠 발굴과 투자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일, 넷플릭스가 국내에 4800평 규모의 촬영 세트장을 설립한다고 전했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 있는 스튜디오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인기작인 '종이의 집' 한국판이 촬영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국내 세트장

올해 코로나를 발판 삼아 급성장한 OTT 시장,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TV+까지 국내 진출을 예고해 앞으로 관련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도 국내 진출하면서 K 드라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함께 성장하고, 이에 따라 드라마 제작사들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 박은애 정예지 ㅣ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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