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로드샵 화장품 '스킨푸드', 재도약 가능할까

조회수 2021. 1. 1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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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카피다. '맛있는 화장품'을 의미하는 이 문구는 스킨푸드의 푸드 코스메틱(Food Cosmetic) 전략이다. "푸드로 예뻐지세요"라는 독특한 컨셉의 슬로건을 내걸고 타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루고자 했다.

한때 1세대 로드숍 브랜드를 주름 잡았던 추억의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 업계 경쟁에 밀려 점차 간판이 사라져가더니, 경영 악화로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2019년 사모펀드에 매각된 뒤 창립 멤버 유근직 대표를 선임하며 재도약의 시동을 걸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잊히는가 싶었던 이름은 지난해 11월 인기 웹 예능 '네고왕' 에서 전 품목을 70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웰빙 화장품 이미지로
높은 소비자 신뢰 달성

스킨푸드는 2004년 10월 설립됐다. 로고엔 'SKIN FOOD, since 1957'라고 쓰여 있는데, 스킨푸드 모기업인 '피어리스(현 아이피어리스)'의 창업 연도를 적은 것이다. 피어리스는 화장품 방문 판매 회사로 조윤호 전 스킨푸드 대표의 아버지 조중민씨가 만들었다. IMF 외환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부도가 나자 조 전 대표는 지금의 스킨푸드를 만들고,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피어리스의 설립 연도를 스킨푸드 로고에 넣었다.

"먹어서 좋은 음식이 피부에도 좋다"라는 신념으로, 설탕 꿀 와인 쌀 등 식재료를 원료로 했다는 점을 앞세워 스킨푸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유행하던 웰빙, 자연주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모델이었던 배우 성유리가 화장품을 떠먹는 듯한 광고는 아직까지 유명하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카피는 유행어가 됐다.

스킨푸드 광고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스킨푸드는 제품 개발에 앞서 피부에 좋은 재료를 찾아 푸드 박람회에 참석하거나,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스킨푸드 최초의 비건 라인 '캐롯 카로틴 카밍 워터 패드'의 경우, 당근 성분을 활용했는데 이를 위해 당근밭으로 유명한 제주도 구좌읍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당근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마토 톤업 선크림'은 국민 아이템으로 불렸는데, 단종됐다 지난해 고객 요청으로 재출시 됐다. 그 외에도 블랙슈가 퍼펙트 에센셜 스크럽 등이 인기를 끌면서 스킨푸드는 2010년대 국내 로드숍 화장품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2년엔 매출 약 1800억 원, 영업이익 100억여 원을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파우더룸' 스킨푸드 영상 댓글

잘나가던 스킨푸드, 쇠락기를 맞이하다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킨푸드 성장에 정체기가 찾아왔다. 이후 수익성도 급격하게 악화되며 2012년 114억이던 영업이익이 다음 해 32억 원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2014년 해외 진출 이후 점차 경영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듬해 1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스킨푸드의 쇠락기가 시작됐다. 그렇게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17년 564개였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2019년 말 기준 68개로 급감했다.

생산에 문제가 생겨 점주들이 제대로 된 물건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손님이 와도 매장에 물건이 없어 일부 점주들이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 다른 제조사의 물건을 놓기도 했을 정도였다.

결국 스킨푸드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조윤호 전 대표는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2019년 스킨푸드와 그의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를 모두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총 2000억 원에 인수합병(M&A)이 결정되었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로서 동종 업계 로드숍 매출 3위까지 올라갔던 스킨푸드, 그들의 화려한 활약은 왜 막을 내리게 된 것일까?


1. NO 세일 마케팅 고수


스킨푸드는 초기에 NO 세일 원칙을 고수했다. 무분별한 할인을 통해 그 기간에만 반짝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정 가격을 유지해 소비자 신뢰도를 올리는 방식이다. 언제 구매하더라도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고정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유리한 전략이다. 정직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통해 중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로드숍 브랜드에서 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시시때때로 할인을 내걸면, 스킨푸드는 경쟁에서 밀리고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화장품 브랜드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모두가 할인 경쟁에 뛰어드니 오히려 스킨푸드는 소비자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결국 2015년부터 스킨푸드도 NO 세일이라는 경영 철학을 접어두고 창립 11년 만에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스킨푸드의 NO 세일 전략이 고객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2. 올리브영 등 H&B 스토어의 성장


올리브영과 같은 H&B 스토어(Health & Beauty store)의 성장도 로드숍 매장에 큰 타격을 줬다. 2010년 2000억 원 대 규모였던 H&B 시장은 2017년 1조 7000억 원까지 크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 미샤 등 3대 로드숍의 2018년 한 해 매출액(1조 4316억 원)을 다 합쳐도 올리브영 매출액(1조 6594억 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올리브영의 경우에는 2017년 기준 1074개에서 작년 기준 1260개까지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롭스, 랄라블라, 부츠 등의 H&B 스토어까지 등장하며 오프라인 화장품 숍을 장악했다. 로드숍 매장은 하나의 브랜드만 취급하는 반면, H&B 스토어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매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스킨푸드 매장 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점차 실적도 내려갔다.

출처: 인터비즈

3.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감소


2014년부터 해외 진출 시도를 했던 스킨푸드는 2017년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자국민의 방한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명동과 같은 주요 관광지에 있는 로드숍 화장품 매장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4. 조윤호 전 대표 횡령, 배임 사건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스킨푸드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19년 1월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자 대책 위원회는 스킨푸드 조윤호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스킨푸드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생한 판매금 중 약 110억 원을 자신이 설립한 사업체 '아이피어리스'가 지급받도록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후 2019년 2월 사모 펀트 파인트리파트너스에 2,000억에 인수되었고, 이 과정에서 스킨푸드 매장 수 또한 550여 개나 감소했다.

추억 자극한 네고왕 출연,
인기 이어갈 수 있을까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네고왕 '스킨푸드'편

작년 11월, 인기 웹 예능인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에 출연하면서 메말라가던 스킨푸드에 단비가 내렸다. 네고왕 마케팅 이후 스킨푸드의 일일 출고량이 15배나 늘어났다.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빠른 속도로 제품이 품절돼 주문하면 상품을 2~3개월 뒤에나 받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네고왕 '스킨푸드'편 댓글

네고왕 스킨푸드 편에는 2만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서는 추억의 브랜드 스킨푸드를 진심으로 그리워했던 소비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도 찾아볼 수 있다. 스킨푸드가 배송 지연 보상으로 5000 포인트와 50% 할인 쿠폰권을 여러 장 뿌린 것에 대해, 배송이 길게 지연됐음에도 오히려 기업을 걱정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스킨푸드는 네고왕 이벤트를 발판 삼아 소비자 서비스를 개선해 내년에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삼았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새롭게 유근직 대표이사를 영입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제품 리뉴얼을 진행 중에 있다. 스테디셀러인 '블랙슈가 마스크 워시오프'를 올리브영에 입점시키며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최근 윤리 경영 트렌드가 대두됨에 따라 화장품 성분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 친환경적인 포장 등 제품 제조 과정에도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인다.

스킨푸드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았던 '디지털화' 문제 해결을 위해 모바일 앱 서비스도 개발 중에 있다. 코로나19로 소비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모바일 플랫폼의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네고왕 배송 지연 사태에서 드러난 재고관리와 물류 시스템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스킨푸드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스킨푸드는 과연, 네고왕을 발판 삼아 새롭게 도약할까, 아니면 네고왕 반짝 스타로 남아 다시 추억의 브랜드로 사라지게 될까.


제작 박은애 정예지 ㅣ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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